[남북정상회담]평양만남 Q&A

  • 입력 2000년 6월 14일 19시 33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평양 대면은 생경한 용어 등으로 인해 이를 지켜보는 우리 시청자들에게 적지 않은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북한전문가 등의 설명을 토대로 궁금한 점을 사안별로 짚어본다.

▽김영남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의 회담은 ‘정상회담’일까〓북측은 김영남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헌법상 국가원수(Head of State)이므로 김대통령이 14일 그와 회담한 것을 ‘정상회담’이라고 해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북에 파견된 우리 공동취재단은 북측의 실질적인 권력 서열을 고려해 김대통령과 김정일위원장의 회담에 대해서만 정상회담이란 용어를 쓰기로 정리했다.

▽방북대표단은 양복 상의 좌측에 태극기 배지를 달았다〓대표단의 상징성을 부각시키고 남북대표를 식별하기 위한 방법으로 태극기 배지를 부착했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그동안 북한이 태극기 사용을 극히 꺼렸음을 고려하면 태극기 배지 부착을 용인한 것은 이례적이다.

▽김국방위원장은 한국 TV를 시청하나〓김국방위원장은 13일 백화원영빈관에서 김대통령에게 “오늘 아침 (김대통령이 서울) 공항을 떠나시는 것을 보고 대구관제소와 연결하는 것까지 본 뒤에 (순안) 비행장으로 나갔습니다”고 말했다. 또 14일 회담에선 “어젯밤 MBC를 보니…”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김국방위원장이 남한 TV 방송을 어떤 형태로든 자주 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김국방위원장은 방에 각종 위성 TV 수신시설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전금진’은 누구인가〓13일 백화원영빈관에서 김국방위원장이 김대통령에게 응접실 벽의 그림을 설명하며 “원래는 춘하추동 그림입니다”라고 말하자 전금진 조선아태평화위원회 참사가 “묘향산의 춘하추동을 그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등장한 전금진은 실상 남한 사람들에게 낯익은 북한의 대남부문 간부 전금철의 본명. 그는 30년간 대남사업에만 매달려온 대남전문가다.

▽‘생방송’은 무엇인가〓김국방위원장은 김대통령과 회담에서 “그저께(11일) 생방송을 통해 (주민들에게) 연못동에서 영빈관까지 (김대통령의) 행로를 알려줘 환송 나오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에는 ‘생방송’이라는 용어가 없어 보도진이 북한 특유의 ‘제3방송’을 잘못 듣고 표기한 것으로 보인다. 제3방송은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내부용으로 유선방송이다. 이 때문에 ‘제3방송’은 외부인들의 청취가 불가능하다.

▽북한군 의장대는 정치구호도 외친다?〓“조선노동당총비서, 조선국방위원회위원장, 조선인민군최고사령관동지. 조선인민군육해공군명예위병대는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와 함께 김대중대통령을 영접하기 위하여 정렬하였습니다.” 남한의 의장대에 해당하는 북한 명예위병대 대장 차민헌대좌가 13일 순안공항에서 사열 전에 외친 말이다. 남한 의장대가 ‘부대 차려’ ‘받들어 총’등 군대용어만 간단히 외치는 것과는 사뭇 대조적. 북한 명예위병대는 사열이나 분열 중 고위 인사가 인사를 해 올 때는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김정일동지를 위해 복무함’ ‘만세’ ‘○○○의 건강을 축원함’이라는 단체구호를 외치기도 한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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