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전과공개 시민 분노]"총선이 '前科 경연장'입니까"

  • 입력 2000년 4월 6일 19시 38분


총선후보들의 전과기록 공개에 대해 대부분의 시민들은 6일 “병역 납세실적과 함께 후보의 ‘옥석(玉石)’을 가릴 중요한 잣대로 삼겠다”며 환영의 뜻을 보였다.

특히 일부 후보가 뇌물 간통 사기 폭력 등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파렴치범’으로 드러나자 “감쪽같이 이를 숨긴 채 ‘표몰이’에 열중하는 당사자들의 뻔뻔함에 할 말을 잃었다”며 “‘파렴치 전력’의 저질후보들은 유권자 힘으로 반드시 퇴출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주부 박애란씨(52·서울 송파구 풍납2동)는 “‘선량’을 자처하는 출마자들의 전과에 파렴치한 내용이 예상보다 많아 무척 실망했다”며 “이런 사람들이 후보로 나선다는 사실 자체가 한심하다”고 말했다.

이재민씨(22·대학원생·대전 유성구 구성동)는 “일부 후보의 몰염치한 전과기록에서 우리나라 정치의 수준을 읽을 수 있다”며 “이런 사람들에게 국가살림을 맡기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가게 맡기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김학원씨(37·부산 반석초등교 교사)는 “과거 민주화운동으로 인한 시국사범을 제외한 치졸한 죄질의 후보들에 대해서는 유권자의 준엄한 심판이 뒤따를 것”이라며 전과공개를 적극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번 전과공개가 출마후보들에 대한 사생활 침해라는 일부 주장에 대해서도 대부분의 시민들이 ‘유권자의 알 권리가 우선’이라고 반박했다.

홍성방(洪性邦·48·서강대 법학과)교수는 “공직자는 사회 도덕적으로 존경받고 모든 면에서 타의 모범이 되는 것이 당연한 이치”라며 “유권자들은 각종 공개자료를 잘 살펴본 뒤 한 표를 행사해 낙후된 정치를 발전시키는 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시민단체들도 유권자가 후보의 기본적인 자질을 검증할 수 있는 또 다른 유용한 자료라는 점에서 전과기록 공개를 적극 환영했다.

총선연대 김기식(金起式)사무처장은 “사기 절도 등의 전과로 공직자로서는 완전히 ‘자격미달’인 후보들을 가려낼 수 있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며 “자체조사와 함께 선관위의 전과기록을 참고해 조만간 추가 낙선대상자를 선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실련 고계현(高桂鉉)시민입법국장도 “파렴치범이 대거 후보로 나선 것은 그동안 후보들의 정보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아 유권자가 올바로 판단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며 “이제 ‘자질미달’인 출마자들은 스스로 사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민단체들은 이번 공개대상이 금고 이상의 형량으로 제한돼 각종 경범죄의 벌금형 등이 누락된 점을 문제점으로 지적하며 다음 선거부터는 법개정을 통해 모든 전과기록이 공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들은 또 과거 민주화운동으로 인한 시국사범 전과에 대해서는 ‘폭력’ ‘현주건물 방화’ 등으로만 할 것이 아니라 이를 보다 상세히 밝혀 다른 파렴치범과 구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날 오후 1시 후보들의 전과기록이 중앙선관위의 홈페이지에 오르자 일시에 접속건수가 폭증, 중앙선관위의 서버가 오후 늦게까지 다운되는 바람에 시민들의 문의전화가 선관위와 언론사 등에 폭주했다.

<윤상호·최호원·김명남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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