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위반자 '당선무효刑' 선고…재판 불응땐 직권구속

  • 입력 2000년 3월 21일 19시 34분


법원은 16대 총선에서 선거법을 위반한 정치인이 죄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원칙적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선고해 당선을 무효화시키기로 했다.

또 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정치인이 재판에 나오지 않는 경우 직권 구속해 재판하는 등 법정시한인 1년내에 신속하게 재판을 끝내기로 했다.

대법원은 20일 전국 고법과 지법 부장판사 등 26명이 참석한 가운데 ‘선거범죄 전담재판장 판사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선거재판 신속 진행과 양형 적정화 방안’을 마련해 시행키로 했다.

대법원은 16대 총선에서 깨끗하고 공명 정대한 선거풍토를 조성해야 한다는 국민적 요청을 감안해 앞으로 선거법 위반 정치인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키로 했다.

우선 정치인 재판을 신속하게 하기 위해 △기소되는 즉시 첫 공판 기일을 정하고 △향후 공판 일정을 한꺼번에 지정하는 ‘기일 일괄 지정제’를 시행하고 △정치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재판에 나오지 않으면 구인 또는 구금해 재판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또 당선된 국회의원이 의사일정이나 지역구행사 등을 이유로 재판 연기 신청을 하면 원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회기중 재판에 나오지 않으면 국회에 체포동의를 요구키로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 재판 기록만으로 유무죄가 확실하면 변론 없이 판결하는 ‘무변론기각’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두 번 연속 재판에 나오지 않는 정치인에 대해서는 과감히 궐석(闕席)재판을 강행할 방침이다.

한편 법원이 이런 원칙을 천명함에 따라 선거법을 위반하고도 벌금 100만원 미만의 형을 선고받아 의원직을 유지하는 경우가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판사들은 또 정치인이 재판에 불성실하게 임하는 것도 당선무효 사유에 반영하고 검찰이 기소하지 않은 정치인에 대해 재정신청이 들어오면 과감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대법원은 이와 함께 1심 재판에서도 불출석 피고인에 대해 궐석재판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모으고 법률검토 작업을 벌이기로 했다.

김용섭(金庸燮)공보판사는 “선거사범 재판이 늦어지고 양형이 관대하다는 국민의 지적을 대폭 수용했다”며 “이 방안들이 강제규정은 아니지만 향후 재판에서 대부분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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