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정치인 지지-낙선운동 "시민파워-이기적 행동" 논란

  • 입력 1999년 12월 14일 19시 39분


한국노총과 경실련 전교조 등 노동단체와 시민단체들이 내년 4월 총선에서 특정정당 및 후보에 대한 지지 혹은 낙선운동을 벌이겠다는 방침을 속속 밝히고 나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같은 노동 시민단체들의 직접적인 선거개입 움직임과 관련해 정치권 안팎에선 ‘시민파워의 확대’라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수많은 이익집단들이 무분별하게 이기적 행동을 벌일 경우 총선 분위기가 혼탁해질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특히 시민단체의 특정후보 낙선운동 활동에 대해 중앙선관위측은 “현행법상 정치활동이 허용되지 않고 있는 시민단체의 직접 선거운동은 위법의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어서 위법 불법성 논란도 일고 있다.

14일 현재 이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나선 단체들은 △‘여당후보 낙선운동’ 전개방침을 공식선언한 한국노총 △국가보안법 등 개혁입법 ‘개악(改惡)’반대를 주장하는 경실련 △교육관련법의 원상회복을 요구하는 전교조 △정치관계법의 입법처리를 요구하는 정치개혁시민연대(정개련) △한전분할매각에 반대하는 한전노조 등이다.

현기환(玄伎煥)한국노총정치국장은 14일 “정부 여당이 개악된 노동조합법을 원상회복시키지 않을 경우 여당의원 중 반노동성향을 보인 의원을 공개하고 이들에 대한 낙선운동을 벌일 것”이라며 “야당의원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이와는 별도로 재계의 총본산인 전경련도 노조전임자 임금지급에 반대하는 입장을 개진하며 ‘노동관에 따른 정치자금 차등지원’을 주장하고 나서는 등 선거개입 의사를 밝히고 있다.정치학자 등 전문가들은 이같은 노동 시민단체의 낙선운동 전개방침에 대해 “급격한 변혁을 추구했던 학생운동이 온건한 시민운동으로 바뀌어 가는 과도기적 현상”이라며 이해하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우려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울대 장달중(張達重 )교수는 “시민단체들이 도덕적 우월성을 앞세워 투쟁적 적대적인 관계를 설정해 요구를 관철하려 할 경우 이익의 마찰이 심화돼 정치냉소주의가 확대되거나 거꾸로 정치적인 권위주의가 나타날 수 있다”며 “근원적인 책임은 정치권이 감당할 문제”라고 지적했다.또 한 정치학자는 “이들 노동 시민단체들이 아직 ‘게임의 룰’이 정착되지 않은 상황 속에서 자신들의 입장을 합리적으로 설득, 전달하는 로비 방식보다 ‘숫자의 위력’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경향을 보이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동관기자〉dk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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