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화재참사]90%이상이 유독가스에 질식 사망

  • 입력 1999년 10월 31일 20시 17분


발화에서 진화까지 35분만에 어떻게 130여명의 사상자가 나는 대형참사가 빚어졌을까.

전문가들은 이번 참사의 주요인으로 불길보다는 화재시 발생한 일산화탄소와 다이옥신 등 유독가스를 지목하고 있다.

화재시 가장 일반적으로 발생하는 유독가스는 일산화탄소. 이번 참사에서도 스티로폼과 플라스틱 등으로 된 건물 내장재 등이 타면서 다량의 일산화탄소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가연성물질이 불완전연소할 때 발생하는 일산화탄소는 인체내 산소와 급격히 반응, 단 10초이내에 의식불명 상태에 이르게 한다. 또 밀폐된 공간에서 일산화탄소에 중독되면 2,3분내에 질식사에 이르며 목숨을 건지더라도 뇌사상태를 벗어나기 힘들다.

전문가들은 이번 참사 희생자들도 90% 이상이 일산화탄소 중독에 의한 질식사였던 것으로 보고 있다.

습기찬 곳에서 비닐과 양탄자 플라스틱제품 등이 불완전연소할 때 발생하는 다이옥신 등 맹독성 질산화물과 시안화물도 이번 참사의 또하나의 주요인. 극소량만 있어도 치명적인 이들 물질은 화재시 치사량의 수백∼수만배가 한꺼번에 발생, 순간적으로 목숨을 잃게 한다.

특히 시안화물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유태인 대량학살에 사용된 포스겐가스의 원료물질이다.

이와 함께 사고 당시 호프집에 있던 10대 청소년 대부분이 술에 취해 있었던 것도 희생이 커진 이유. 술을 마실 경우 폐활량이 증가해 정상상태보다 맹독성 가스를 1.5배이상 빨리 흡입하게 된다는 것.

윤인섭(尹寅燮·50·서울대 교수·화공학)한국가스학회장은 “이번 희생자들 대부분은 환기시설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사고현장에서 스티로폼과 플라스틱제품 등이 타면서 발생한 유독가스에 질식사한 것으로 보인다”며 “두가지 이상의 유독가스가 다량 발생해 피해가 커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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