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시험 3대不信 확산…졸속출제-채점보완 허술-비공개

  • 입력 1999년 9월 26일 18시 58분


사법시험 등 국가시험이 총체적 불신에 휩싸여 있다.

올들어 8월말까지 사법시험 관련소송은 14건. 올해 1차시험문제 26개가 잘못됐다며 집단 소송을 낸 130명을 포함해 200여명이 소송중이다. 지난해는 6명의 7건.

지난해 사시 1차시험은 4문제의 오류가 확인됐다. 행정자치부는 20일 사법시험사상 최초로 “불합격자 527명을 추가 합격시키겠다”고 발표했다. 대법원에 계류중인 김모씨(41)의 정답관련 소송이 끝나면 1문제의 오류가 추가될 가능성이 커 또 한번의 추가합격자 발표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출제경험이 있는 교수들은 국가시험 관리시스템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사설모의고사 출제비용(문제당 3만원안팎)보다 적은 수당(5000원안팎)으로 국가시험용 문제은행을 채우다 보니 문제수준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 시험문제를 선정하는 일도 몇시간만에 끝나 부실한 문제가 그대로 출제되곤 한다.

채점과정의 보안도 허술하다. 2차시험 채점위원은 집이나 연구실을 오가며 수백∼수천명의 답안지를 채점한다. 한양대 K교수는 “답안지를 잃어버리거나 도난당하지 않을까 늘 불안하다”고 말했다. 답안지를 분실하면 재시험을 치러야 하는 국가적 대형사고가 발생하는데도 행자부는 복사본을 보관하지 않고 있다.

시험관련사항을 일절 공개하지 않는 것도 국가시험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키는 요인.

행자부는 “사시 행시 외시 등은 같은 문제은행을 이용하기 때문에 문제를 공개하면 출제의 어려움이 많고 행정비용도 많이 든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시험관련 소송이 많아지면서 행정비용과 업무가 예전보다 훨씬 늘었다는 게 정부관계자의 고백. 법조계에서는 “추가합격된 527명이 모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낸다면 정부의 부담은 최소 50억원 이상”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권영성(權寧星)전서울대교수는 “출제된 문제는 어차피 다시 낼 수 없는 만큼 좋은 문제를 개발하는 노력과 투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재화(李在華)변호사는 “문제와 답을 공개해 투명한 검증을 거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시 1차시험을 4번 보면 4년간 응시조차 못하는 ‘4진아웃제’가 적용되는 내년에는 소송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종구·이철용·부형권기자〉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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