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포커스 심층취재]부동산업자가「사이비」벤처기업가로

  • 입력 1999년 5월 18일 19시 06분


정부가 2002년까지 벤처기업 2만개 육성을 목표로 양적 팽창 정책에 치중하면서 갖가지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일반 중소업체 중 일부가 벤처기업으로 ‘문패’를 바꿔달고 정책자금을 타내 재(財)테크를 하는 사례가 적지 않고 벤처 브로커까지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의 부동산업자 O씨(43)는 지난해초 한 컴퓨터 게임업체를 인수해 이름을 바꿔 벤처기업 지정을 받았다. 그는 그후 10억여원의 정책자금을 타낸 뒤 빌딩을 매입해 게임방 체인점을 운영하고 있다.

멀티미디어기기 개발업체인 G사는 지난해 정부로부터 정책자금 1억원(연리 7.5%)을 타냈으나 곧바로 연리 17%짜리 고정 금리상품에 넣어둔 채 이자차익을 사무실 운영비로 쓰고 있다.

최근에는 자격이 안되는 업체를 벤처기업으로 지정받게 해주고 대출받은 정부자금의 10∼30%를 떼어가는 벤처브로커까지 생겨났다.

한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는 지난해 사채업자 출신의 벤처브로커로부터 무기명채권을 은행담보로 제공받아 정책자금 5억원(금리 6%)을 대출받아 금리차익을 브로커와 절반씩 나눠 갖고 있다.

창업투자회사도 허위투자를 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한 창업투자회사는 지난해말 A사에 2천만원을 투자한 것처럼 허위계약을 한 뒤 이 돈을 수익증권에 묻어둔 채 주식투자를 하고 있다.

최동규(崔棟圭)중소기업연구원장은 “정부의 벤처기업 양산 정책이 이같은 부작용을 낳았다”고 지적하면서 질적 전환을 촉구했다.

〈이철희·박현진·부형권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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