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띠 더 졸라매겠다』…韓銀 3분기 소비자동향 조사

  • 입력 1998년 10월 15일 19시 43분


한국은행이 15일 내놓은 ‘3·4분기(7∼9월) 소비자 동향조사’에는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를 살아가는 소비자들의 절박한 현실이 절절히 배어 있다.

전국 2천5백9가구를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는 ‘가계의 경제인식과 향후 지출계획’을 알아보기 위해 소비자동향지수(CSI)라는 지표를 활용했다. 이 지수는 100을 초과하면 현재보다 좋아질 것이라는 뜻이고 100을 밑돌면 나빠질 것이라는 뜻. 조사 결과 CSI전망지수는 △생활형편이 57 △경기 27 △고용사정 33 △가계수입 66 △소비지출계획 73으로 각각 나타났다. ‘악화’ 전망 일색이다.

각 부문 CSI는 2·4분기(4∼6월)보다 더 나빠졌다. 요약하면 향후 수입이 지금보다 훨씬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소비지출을 더욱 줄일 수밖에 없다는 것.

저소득층일수록 현재의 생활형편과 미래에 대한 전망이 나쁘게 나와 경기침체가 심화하면서 심리적인 빈부격차가 더욱 확대된 것으로 분석됐다.

향후 1년 동안의 가계수입은 △급여감소(46%) △사업악화(35%) △금융자산가치 하락(5%) 등의 이유로 현재보다 줄어들 것으로 소비자들은 우려했다.

앞으로 가장 많이 줄일 품목은 교육비 등 서비스가 53%로 가장 많았다. 한은은 “IMF 이후 긴축생활을 해오면서 먹고 입는 것은 이미 줄였기 때문에 이젠 교육비에 손을 대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소비를 살리려면〓가계소비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2.6%. 수출 증가폭이 둔화한 상황에서는 소비가 늘어나야 경기부양을 효과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문제는 정부가 현재 내놓은 소비자금융 활성화 등 일련의 경기부양대책이 현장과 동떨어진 공허한 대책이라는 것.

금융연구원 최공필(崔公弼)연구위원은 “소비자금융을 이용할 계층은 소득이 큰폭 감소한 중하위 계층인데 이들에게 돈을 꿔줄 금융기관은 없을 것”이라며 “차라리 외국계 소비자금융회사를 유치,이들을 신용공급원으로 활용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한은 조사부 장병화(張炳和)경제조사실장은 “구조조정을 하루빨리 마무리하고 고용안정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지 않는 한 위축된 소비심리가 살아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