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50돌 특별사면-복권 의미]비리정치인 대거 포함

  • 입력 1998년 8월 14일 19시 56분


정부가 14일 건국 50주년을 맞아 단행한 특별사면은 이른바 ‘양심수’로 불려온 주요 공안사범을 대거 석방함으로써 민주화과정에서 빚어진 갈등을 치유하고 국민 화합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비리 정치인들이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수회 정치인을 사면하고 군사반란의 주역인 12·12와 5·18사건 관련자들을 모두 사면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국민의 법감정을 거스르는 것이며 법의 권위도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선거사범이 대거 사면된 것에 대해서도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이 많다.

이번에 사면 혜택을 받은 공안사범은 모두 1백3명으로 김영삼(金泳三)정부 출범 당시의 1백44명보다 적은 규모. 그러나 재야 인권단체가 주장해온 주요 양심수들이 거의 모두 포함돼 내용적으로는 훨씬 충실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국제사면위원회 등 국제인권단체가 ‘인권후진국’의 상징이라며 문제삼아온 ‘사상전향제’를 폐지하고 ‘준법서약서’를 통해 사면을 단행함으로써 주목을 끌었다.

준법서약서에 대해서는 인권단체 등 일부 진보세력이 ‘포장만 바꾼 사상전향제’라고 비난하고 보수층이 ‘반성의 빛이 없는 반국가사범을 종이쪽 한장으로 풀어준다’며 반대하는 등 양쪽에서 협공을 가해왔다.

그러나 일선 검사들이 공안사범들을 끈기있게 설득해 막판에 주요 공안사범 대부분이 “보수세력의 견제에 시달리는 정부를 돕겠다”며 비교적 충실한 내용의 준법서약서를 제출함으로써 준법서약제도를 성공적으로 출발시켰다.

그러나 41년간 복역중인 우용각씨(69) 등 미전향장기수 17명은 준법서약서 제출을 거부해 사면에서 제외됐다. 이들은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의 안전과 출소 후 생계대책 등을 걱정해 준법서약서를 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이같은 점을 고려해 적절한 시기에 준법서약서와 관계없이 이들을 사면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한보사건 관련 정치인 등이 사면된 것에 대해서는 검찰 내부에서도 강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사태를 몰고온 원인중 하나인 한보사건 관련자들을 사면하고 어떻게 또 사정(司正)수사를 하란 말이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실무관계자들은 이번 사면과 관련해 “여권에서는 대상자들을 수십명씩 찍어 무차별적으로 사면을 희망했고 야권에서도 개별적으로 누구누구를 사면해달라고 부탁하는 바람에 힘들었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김영삼 전대통령의 차남 현철(賢哲)씨에 대해 박상천(朴相千)법무부장관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물어본 적은 있지만 사면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

장세동(張世東)전안기부장 등 12·12와 5·18사건 관련자들도 모두 사면 복권됨으로써 이 사건도 단죄가 시작된 지 2년여만에 역사에 묻히게 됐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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