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들은 선거열기도 없고 가두유세를 하더라도 사람들이 모이지 않아 전화와 확성기에 크게 의존하고 있지만 유권자들로선 때를 가리지 않고 걸려오는 전화와 밤잠을 설치게 하는 확성기 소리가 짜증스럽다.
개정 선거법은 전화의 경우 밤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 사이를 제외하고는 이용이 가능하도록 돼 있다. 확성기는 가두차량에 설치된 확성기의 경우 밤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휴대용 확성기는 밤 11시부터 오전 6시까지를 각각 제외하고는 사용이 가능하다. 제주시 도남동에 사는 주부 김모씨(36)는 요즘 전화공포증에 시달리고 있다. 단체장과 광역 및 기초의원 후보들로부터 하루 10여통이 넘게 지지를 부탁하는 전화가 걸려오기 때문이다. 김씨는 깜짝 깜짝 놀라게 하는 벨소리가 싫어 낮에는 아예 아이들을 데리고 놀이터로 나간다.
부산시의 각 구별 선관위에는 하루 4∼5통씩 전화홍보에 항의하는 유권자들의 전화가 걸려오고 있다. 울산시를 비롯한 경남지역의 다른 선관위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전화홍보에 대한 후보들의 집착은 대단하다. 국민회의 하일민(河一民)부산시장후보의 경우 오전 오후 두 차례에 걸쳐 60명씩의 자원봉사자들이 전화로 지지를 호소하는데 통화량이 하루 8천∼9천통에 이른다. 부산시 선관위 관계자들은 광역의원과 기초단체장 후보까지 합치면 후보당 하루 통화량이 5백통이상이라고 집계했다.
경기도도 마찬가지. 국민회의 임창열(林昌烈)도지사후보와 한나라당 손학규(孫鶴圭)후보는 38개 지구당별로 5∼10명 규모의 전화홍보팀을 가동하고 있는데 지구당별 통화량이 하루 1천∼2천통에 달한다고 관계자들은 말했다.
여기에 ‘확성기 유세’가 가세하고 있다. 대구시 선관위에는 확성기 소음에 항의하는 전화가 하루 20∼30건씩 쏟아지고 있다. 사정은 부산 광주 충청도 등 다른 지역도 같다. 부산 영도구 동삼동 주공아파트 주민 최은희씨(33)는 “후보자들이 아예 아파트 단지 입구에 차량을 세워 놓고 밤늦은 시간까지 확성기를 틀어대 5세된 아이가 잠을 못자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종합〓6·4선거 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