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수사 미스터리]압력-뇌물 「엇갈린 시점」의문

  • 입력 1997년 2월 12일 20시 23분


검찰의 한보특혜대출비리사건 수사가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측근핵심인사들에까지 미치고는 있으나 검찰의 수사발표내용에서 숱한 의문점들이 드러나고 있다. 지금까지의 검찰수사에서 드러난 의문점들을 정리해 본다. ▼의문점1▼ 검찰은 구속된 申光湜(신광식)제일은행장과 禹찬목 조흥은행장이 지난해 7월과 9월에 각각 2억원씩 모두 4억원씩을 한보그룹 鄭泰守(정태수)총회장으로부터 받았다고 밝혔다. 3개월동안 은행장 2명이 4억원씩을 챙겼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들이 뇌물을 받은 96년도에 제일은행과 조흥은행은 각각 2천16억원과 2천3백11억원을 한보측에 대출해줬을 뿐이다.따라서 지난 92년부터 부도직전까지 이들 두 은행으로부터 각각 1조7백83억원과 4천9백40억원을 대출받은 정총회장이 과연 96년 이전에는 뇌물을 주지 않았을까. 특히 시중금리의 절반에 불과한 산업설비자금을 5천6백1억원이나 대출해 준 金時衡(김시형)산은총재와 2천7백25억원을 대출해 준 李炯九(이형구)전산은총재가 모두 귀가조치된 것은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닌가. ▼의문점2▼ 신한국당 洪仁吉(홍인길)의원은 지난해 2월부터 12월까지 한보철강에 대출을 해주도록 은행장들에게 압력을 넣어준 대가로 8억원을 받았다고 검찰은 밝혔다. 그러나 홍의원이 은행장들에게 막강한 파워를 발휘할 수 있었던 시기는 청와대 총무수석으로 있었던 기간(93년 2월∼95년 12월)으로 볼 수 있다. 실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기간 중에는 돈을 한푼도 받지 않았다는 것인가. 더구나 홍의원과 정총회장이 알기 시작한 것은 3당합당 초기인 지난 90년 3월부터였다는데 정총회장이 갑자기 지난해부터 돈을 주었을까. ▼의문점3▼ 신한국당 鄭在哲(정재철)의원은 95년 국정감사 당시 야당의원들이 한보그룹에 대한 여신현황과 담보현황에 대한 자료제출을 요구, 물의가 예상되자 정총회장으로부터 「입막음」부탁과 함께 1억원을, 96년에는 새정치국민회의 權魯甲(권노갑)의원에게 건네달라며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그러나 국감에서 여야의원들이 모두 입을 다물었던 시기는 지난 94년이었다. 95년과 96년에는 되레 일부 야당의원들이 한보특혜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는데 이는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 ▼의문점4▼ 검찰수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특혜대출에는 홍의원이 개입했으나 나머지 대출은 모두 은행장들이 스스로 판단해 대출해 준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지난 93년말 겨우 5천억원에 불과하던 한보철강에 대한 금융대출은 94년부터 매년 1조원씩 늘어났다. 과연 대출이 엄청나게 불어나게 된 배경에는 누가 개입한 것인가. 또 은행장들이 소위 여권의 실세정도가 전화 한 통화했다고 해서 1백억∼2백억원도 아닌 수천억원을 대출해 준다는 것은 금융계 관행에 비춰볼 때 가능한 일인가. 〈하종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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