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총각의 북한이야기]그곳에도 따뜻한 삶이…

  • 입력 1996년 12월 29일 20시 56분


「평양총각의 북한이야기」를 연재한지 벌써 2년이 지났다. 내가 이 칼럼을 쓰면서 가장 기뻤던 것은 글이 재미있고 솔직하다는 얘기를 듣는 때였다. 특히 젊은 세대한테서 그런 얘기를 들을 때면 정말이지 보람을 느꼈다. 그들이 앞으로 통일된 한민족국가를 짊어지고 나아갈 주인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신문의 「북한면」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은 지극히 딱딱한 문구에다 변화가 없는 천편일률적 정보였다. 북한에서 온 나도 고향소식이 그리워지면 일부러 이런저런 신문의 북한면을 펼쳐들곤 했지만 식상한 기사에 신문을 그냥 덮어버리고 말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 때문에 나는 칼럼을 연재하면서 기성세대뿐 아니라 청소년들도 함께 볼 수 있는 솔직하고 재미있는 글을 쓰려고 했다. 그래서 정치적 색채를 가능한한 배제하고 내가 북한에서 살면서 보고 느끼고 경험했던 사실에 기초해 북한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전하려고 노력했다. 연재 과정에서 모든 신문기사들을 스크랩해 놓고 연구하는 신문방송학과 학생들이나 일부 전문가들로부터 내가 동아일보에 쓴 칼럼이 북한기사의 패턴을 바꾸는데 일조했다는 과분한 칭찬을 받을 때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다. 안타깝게도 주위에는 아직 북한주민들에 대한 왜곡된 생각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적지 않다. 나는 지금까지의 칼럼이 북한주민에 대한 독자들의 올바른 이해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길 바란다. 이 칼럼을 끝내면서 독자들에게 꼭 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 북한체제가 잘못됐을 뿐이지 북한주민들이 잘못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들도 나름의 귀한 삶을 가지고 있고 따뜻한 인정속에 슬픔과 기쁨을 느끼면서 사는 똑같은 사람들일 뿐이다. 이따금 일부 사람들이 북한의 어려운 경제사정을 말하면서 은근히 우월감을 표시할 때마다 나는 점점 다가오는 통일에 대해 두려워하고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앞으로 함께 살아가야 할, 어려움에 처한 상대를 비웃고 꼬집기보다는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참된 통일의 길이라는 생각이다. 지금까지도 많이 인내했지만 앞으로도 인내와 아량으로 같은 동포인 북한주민들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계속 보여주길 바란다. 그동안 보잘 것 없는 글을 아끼고 사랑해주며 격려와 성원을 보내준 독자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全 哲 宇(한양대졸업·89년 동베를린에서 귀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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