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기습처리 파장]노사관계 전망

  • 입력 1996년 12월 26일 20시 24분


근로기준법 노동조합법 등 노동관계법 개정안이 8개월여의 논란끝에 26일 국회를 통과함으로써 1천1백만 근로자의 근로조건과 노사관계 전반에 앞으로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26일부터 민주노총 산하 일부 사업장이 파업에 돌입함으로써 극단적인 노사정(勞使政)대치국면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이번 총파업규모가 수천개 사업장, 수십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사업장마다 노동법 개정에 따른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파업강도나 규모를 섣불리 점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이번주말까지 파업사태가 계속되리라는 것이 노동계의 분석이다. 장기적으로는 이번 노동관계법 개정에 따라 기업의 경쟁력 강화 등 일부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노조나 근로자에겐 정리해고 변형근로 대체근로제 등이 「상당한 제약」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국회 통과과정에서 정리해고 요건을 엄격하게 제한하긴 했지만 근로기준법에 정리해고가 명시됨으로써 사용자측은 이제 법정다툼없이 감원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변형근로제는 대체휴일 활용 등의 장점이 있으나 특히 중소기업체 근로자들의 경우는 장시간 노동, 시간외수당삭감 등 불이익이 우려된다는게 노동계의 지적이다. 또 대체근로 허용으로 노조의 단체행동도 상당히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경제회복 차원에선 이번 노동법개정이 상당한 플러스 효과를 가져올 것이고 그에 따라 새로운 노사관계가 정립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기업은 변형근로제의 도입으로 인건비 부담을 줄이면서 효율적으로 근로시간을 조절할 수 있게 됐고 정리해고제에 따라 「체중조절」을 하기도 손쉬워졌다. 또 대체근로 무노동무임금의 법제화로 노사협상과정에서 사용자측의 협상력이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한편 유예기간과 단서조항이 붙긴 했지만 복수노조금지 제삼자개입금지 정치활동금지 조항 등이 삭제됨으로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사회의 노동법 개정압력도 일부 덜게 됐다. 그러나 공무원과 교원의 노동기본권 문제는 거의 진전이 없어 국제노동기구(ILO)등의 비판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아무튼 이번 노동법개정은 당초의 목표와는 다소 다른 결과로 나타났다. 지난해말부터 청와대와 노동부 수뇌부가 구상했던 노사개혁 방향은 「노동기본권을 국제수준으로 보장해주는 동시에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리해고 변형근로제 등도 도입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난 5월 시작된 노사 협상과정에 각종 이익집단이 개입하고 경제위기론이 대두하면서 결국 「노동기본권 보장」과 「경제활성화」라는 두마리 토끼중 어느 한가지도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끌어올리지 못했다는게 노동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정부는 『이번 노동법 개정으로 당장은 노동계의 총파업 고용불안 등 부작용이 예상되지만 장기적으로는 국가경쟁력 강화와 노사관계 정상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현실화되기 위해선 앞으로 시행령개정 등의 과정에서 정부가 노사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 보완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李基洪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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