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와 함께]前용산구청 직원 서일우씨 애타는 사연

  • 입력 1996년 12월 18일 20시 48분


『공복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던 공무원이… 과로로 쓰러져 불구가 됐다면… 당연히 국가에서 돌봐줘야…』 서울 용산구청 시민봉사실에 근무하다 쓰러져 20년 넘게 반신불수로 지내온 徐一佑(서일우·45·경남 밀양시 하남읍 수산리 576)씨는 어눌하지만 또박또박하게 「잃어버린 젊음」과 「무관심한 행정의 현주소」를 동아일보사에 하소연했다. 서씨가 정신을 잃고 쓰러진 것은 22년전인 74년 12월14일. 21세이던 72년9월 공직에 발을 디딘 그는 73년8월부터 민원실 호적등초본 발행자로 재직(9급)하던중 특근을 마치고 하숙집으로 가다 원효로 부근에서 현기증을 느끼며 쓰러졌다. 서씨는 혼수상태에 빠졌고 그의 어머니는 『죽더라도 고향에 가서 생을 마쳐야 한다』며 밀양으로 이송, 한의원에서 치료를 계속했다. 서씨는 『식물인간 상태를 겨우 벗어나는데 4개월 정도, 일어나서 혼자 힘으로 앉는데는 10여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구청측은 휴직계를 낸 서씨를 76년3월2일 면직시켰다. 기력을 회복한 서씨는 84년 총무처와 청와대에 「장애급여」를 달라고 진정했으나 『시효가 지나서 어렵다』는 회신을 받았다. 서씨는 현 정부에 기대를 걸고 지난해 6월 다시 총무처와 국민고충처리위원회에 호소했으나 답변은 마찬가지. 「공무상 과로가 명백하다는 입증이 불가능하고 불구폐질 확정일(장애고정일)등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 서씨는 장애인협회 등의 도움을 받아 변호사를 선임, 총무처에 재심을 청구했으나 기간경과로 각하당한 뒤 지난 10월 다시 재심을 청구해둔 상태다. 서씨는 졸도할 당시 호적등초본 발급업무가 너무 밀려 거의 매일 2∼3시간씩 특근을 했다고 주장한다. 그는 술과 담배를 입에 대지 않았고 건강했을 뿐 아니라 73년 12월과 74년 6월 용산구청장, 서울시장으로 부터 표창을 받을 정도로 업무에 충실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복사기에 사용하는 화공약품이 독하다며 『너무 피곤해 자리를 옮겼으면 좋겠다』는 말을 자주했다고 당시 함께 근무했던 동료들이 증언하고 있다. 지난 92년부터 밀양에서 공인중개사를 운영하면서 부인, 두 자녀와 함께 어렵게 생활하고 있는 서씨는 『청춘을 바쳐 일한 대가가 이래서야 되겠느냐』며 정부의 대책을 호소했다. 〈밀양〓姜正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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