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항소심]『내란 종료시점은 6·29선언』새해석

  • 입력 1996년 12월 16일 19시 56분


12.12 및 5.18사건 항소심 재판장인 서울고법 權誠(권성)부장판사는 16일 신군부의 내란행위 종료시점에 대해 새로운 판결을 내렸다. 1심에서는 내란의 종료시점을 비상계엄이 해제된 81년1월24일로 잡은 반면 항소심재판부는 87년 6월29일 소위 6.29선언 때로 본 것이다. 권부장판사는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권력의 이동 내지 승계절차가 헌법에 명시돼 있는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기존의 권력집단의 굴복만으로 내란은 종료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주권자이며 헌법제정권력인 국민이 이를 용납하지 아니하여 내란집단에 저항하는 때에는 그 저항을 완전히 제압하거나 또는 반대로 내란집단이 국민의 저항에 굴복하기까지는 결코 내란이 종료된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번 판결은 지난 80년 당시 신군부에 의해 이뤄진 각종 불법조치에 대한 권리구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물론 이 가정은 이번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우선 지난 80년 신군부에 의해 강제통폐합된 동아방송 동양방송 서울경제신문 등의 반환청구소송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민법 제146조에 따르면 피해자는 강박상태에서 벗어난 날로부터 3년이내에 그 권리를 되찾기 위한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87년6월29일 이전까지 내란상태였다면 그때까지는 신군부에 의한 강박상태가 계속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재야법조계의 지적이다. 李石淵(이석연)변호사는 『이번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지난 90년6월29일 이전에 소송을 제기했다가 각하됐던 피해자들에게 재심청구사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80년 신군부집권당시 문화방송 주식을 헐값에 빼앗겼다며 89년 주식반환소송을 제기한 전문화방송 대주주 권이담씨 등의 경우가 이에 해당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대법원은 비상계엄이 해제된 81년1월24일을 피해자가 강박상태에서 벗어난 시점으로 보고 84년1월24일 이후 소송을 제기한 경우에 민사소송을 낼 수 있는 기간(3년)이 지났다며 소송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재야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에서 내란종료시점을 87년6월29일로 본 것은 5공정권의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고 따라서 강압적인 5공정권이 끝난 88년2월24일까지 심리적인 강박상태가 계속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車亨根(차형근)변호사는 『6.29선언 이후에 곧바로 민주적 정권이 들어선 것이 아니라 정통성이 없는 5공정권이 계속된 만큼 5공정권 집권기간 내내 강박상태가 계속됐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경우 지난 90년12월 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한 동아방송 동양방송 한국일보 등의 소송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5공화국 헌법아래서 초법적인 권위주의에 입각한 강압적 통치로 언론통폐합에 대한 사실보도조차 제약을 받았던 점과 5공화국 헌법부칙 제6조 제3항의 「제소 또는 이의제기의 금지」규정 자체가 법률상의 장애사유가 되었다는 점이 그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5공화국 헌법부칙 제6조3항은 국가보위입법회의에서 제정된 법률이나 당시의 처분에 대해 제소하거나 이의를 제기할 수 없도록 돼 있다. 민법 제166조 제1항은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제5공화국 헌법아래서는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고 판단해야 한다는 게 재야법조계 일각의 주장이다. 〈梁基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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