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발언대]지리산 반달가슴곰 보호대책 절실

  • 입력 1996년 11월 29일 20시 55분


반달가슴곰이 지리산에 살고 있다는 소식은 가슴을 설레게 한다. 불과 40여년전만 해도 깊은 산이면 쉽게 볼 수 있었지만 지난 90년 오대산에서 사진기자의 카메라에 담긴 이후 소식이 끊어진 상태였기에 더욱 그렇다. 반달가슴곰은 현재 만주 동부시베리아 일본 티베트 등지에 5만여마리가 서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반달가슴곰을 천연기념물 제329호로 지정해 보호하는데 국민들의 웅담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밀렵꾼들의 표적이 돼 왔다. 개국을 전하는 단군신화에 등장한 이래 곰은 특히 우리 민족에는 친근한 동물이었다. 그런데도 이같은 곰의 멸종을 우리가 재촉하고 있으니 엄청난 아이러니다. 웅담은 간질 소염 등 치료에는 효험이 있다. 하지만 일반에 알려진 것처럼 보신강장제는 아니다. 더구나 주성분인 우루소 데속시 콜릭 액시드는 화학적으로도 합성이 가능하다. 그런데도 흔히들 웅담을 보신강장제로 잘못 알고는 굳이 천연산만을 고집하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달 31일 지리산의 반달가슴곰 예상 서식분포도와 이동예상로를 공개했다. 또 내년까지 14억원의 예산을 들여 시암재와 성삼재를 관통하는 지방도에 높이 4.5m의 터널형 구름다리 형태로 곰 이동통로를 건설해 보호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 발표가 전국의 밀렵꾼들을 지리산으로 불러모으고 결국 반달가슴곰의 숨통을 조이는 결과를 낳고 말았으니 안타깝다. 선진외국의 경우 특정 야생동물의 경우 서식지가 확인돼도 밝히지 않는 게 관례다. 나아가 조사보고서의 서식지 표기도 전문가들만 알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한다. 결국 반달가슴곰을 보호하기 위한 환경부의 서식지 및 이동예상로 발표가 오히려 곰의 멸종을 재촉하는 셈이 되고 말았으니 참으로 아이러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야생동물의 보금자리는 줄어만 간다. 균형을 잃어가는 생태계로부터 인간의 간섭을 줄여가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야생동물은 먹이사슬 구성상 생태계 보전을 위해서는 결코 없어서 안될 자연의 구성인자다. 뿐만 아니라 인간의 삶에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들이 살아가는 환경은 곧 사람도 잘 살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야생동물이 멸종되면 멀지않아 인간도 그 운명을 따르게 된다. 반달가슴곰은 후손에게 물려줄 소중한 환경자산이다. 우리 모두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지리산에서 마지막으로 생을 영위하고 있을지 모를 반달가슴곰을 보호하는데 동참해야 한다. 조 정 웅(산림청 야생조수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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