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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蘇軾·1037~1191)은 황주(黃州) 유배 시절인 임술년(1082년) 가을 적벽강(赤壁江)에서 뱃놀이를 한 뒤 ‘적벽부(赤壁賦)’를 남겼다. 조선시대 박은(朴誾·1479~1504)은 임술년(1502년)이 돌아오자 이행(李荇), 남곤(南袞)과 함께 한강에서 소식의 뱃놀이를 재연하…

한시에선 일찍부터 잔치 뒤의 공허감을 노래해 왔다. 신하들과의 연회가 끝난 뒤 한나라 무제는 “환락이 다하면 슬픈 감정이 많아지니, 젊음의 시간 얼마 안 되니 늙는 걸 어찌할까(歡樂極兮哀情多, 少壯幾時兮奈老何).”(‘秋風辭’)라고 읊은 바 있다. 한나라 말엽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2016년)에서 일본인처럼 행세하는 악독한 조선인 코우즈키는 식사 때만큼은 평양냉면을 즐긴다. 조선시대 장유(張維·1587∼1638)가 냉면을 먹고 쓴 시는 다음과 같다. 냉면을 읊은 한시로는 두보의 ‘괴엽냉도(槐葉冷淘)’가 유명하다. 홰나무 잎의 녹색 즙을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영화 ‘태풍이 지나가고’(2016년)에서 주인공 료타의 대사를 통해 태풍에 날아가지 않도록 지붕을 밧줄로 동여맸던 아버지의 기억을 떠올린다(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폭풍우로 지붕이 날아간 일을 읊은 한시로 두보의 다음 작품이 유명하다. 시인은 안사의 난(安…

조선 후기 농부의 딸로 태어난 향랑(香娘)은 남편에게 소박을 맞고 돌아와 계모에게 시달리다가 숙부 집에 의탁하게 된다. 숙부의 개가(改嫁) 권유를 거절하고 다시 시댁을 찾아갔지만 남편은 박대하고 시아버지마저 개가를 권하자 결국 강에 몸을 던진다. 향랑의 사연은 조정에까지 알려져 열녀(…

북경을 다녀온 사신들에 의해 계문란의 사연은 조선에까지 알려졌다. 남편이 피살된 뒤 청나라 사람에게 팔려 심양으로 간 강남 여인의 기구한 운명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다. 홍세태(洪世泰·1653∼1725)가 쓴 다음 시가 특히 유명하다. 시인은 청나라에 가본 적조차 없지만 김석주가…

북경으로 가는 조선 사신들은 산해관을 지나 풍윤현으로 가는 길에 진자점(榛子店)을 지나게 된다. 명말청초에는 여성이 건축물의 벽에 쓴 제벽시(題壁詩)가 많았다고 하는데, 1680년 서장관(書狀官) 목림유(睦林儒)는 우연히 진자점 주점 벽에 적혀 있는 시 한 수를 읽게 된다. 시에 덧붙…

한시에서 사자를 실제 보고 읊은 경우는 드물다. 한자문화권 안에서 접하기 어려운 동물이기 때문이다. 우리 한시에서도 최치원처럼 사자탈 공연을 보고 쓴 것이나(‘鄕樂雜詠’) 그림 속 사자에 대해 읊은 경우를 제외한다면 사자에 대한 한시를 찾기 어렵다. 그런 면에서 구한말 역관 김득련(金…

데이비드 린 감독의 ‘인도로 가는 길’(1984년)에서 닥터 아지즈는 식민지 인도를 방문한 영국 여성 아델라 퀘스티드를 환대했지만, 마라바르 동굴에 안내한 일이 화근이 되어 큰 고초를 겪는다. 조선시대 지식인 역시 상국(上國)인 중국 사신들을 대접하느라 어려움이 많았다. 특히 1602…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 스나다 마미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엔딩 노트’(2011년)에서 말기암 판정을 받은 아버지는 죽음을 앞두고 엔딩 노트를 작성한다. 조선시대 조영순(趙榮順·1725∼1775)도 죽음을 예감하고 마지막 시를 읊었다. 시인은 공주의 객사에서 세상을 뜨기 전날…

1889년 토리노에서 니체가 마부의 채찍질에도 요지부동인 말을 껴안고 통곡했다면, 758년 두보는 화주(華州)에서 관군이 길에 버린 야윈 말을 보고 이렇게 슬퍼했다. 이 무렵 시인은 화주로 좌천되었다. 숙종은 안록산의 반란이 진정되자 아버지 현종의 옛 신하들을 제거하기 시작했고, …

이준익 감독의 영화 ‘왕의 남자’(2005년)는 광대 장생과 공길이 양반집에서 줄타기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광대의 연희를 천시하던 조선시대에도 이렇게 양반집에서 광대놀음을 즐기는 경우가 있다. 송만재(宋晩載·1783∼1851)의 시에서 그 자취를 찾아볼 수 있다. 땅재주 공연 장…

광대들의 공연을 보고 쓴 한시를 연희시(演戲詩)라고 부른다. 조선 후기 신위(申緯·1769∼1845)는 연희를 보고 다음 시를 남겼다. 전체 12수로 이루어진 이 연작시엔 당대의 유명 광대들이 공연한 각종 연희가 생동감 있게 그려져 있다. 특히 ‘춘향가’를 부르는 창자의 모습과 인…

중국 풍습에 아이가 태어난 지 3일째 되는 날 사람들을 초대해 잔치를 베풀며 아이의 몸을 씻기는 것을 ‘세아(洗兒)’라고 한다. 송나라 소식(蘇軾)도 늦둥이 아들의 목욕 모임을 기념하여 다음 시를 썼다. 아이가 총명하길 바라는 것은 부모의 인지상정이지만 시인은 반대로 어리석길 바랐…

이준익 감독의 영화 ‘자산어보’(2021년)는 신유박해(1801년) 때 정약전, 약종, 약용 삼형제가 각기 배교와 순교를 선택했던 일로 시작된다. 정약용은 이보다 앞서 조선 천주교회 창립의 주역이었던 이벽(李檗·1754∼1786)의 죽음을 애도한 바 있다. 이벽의 세례명은 요한.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