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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식의 한시 한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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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예 대가를 향한 경의[이준식의 한시 한 수]〈176〉

    서예 대가를 향한 경의[이준식의 한시 한 수]〈176〉

    세상에선 허투루 사람을 사귀기도 하지만, 이 어르신은 전혀 딴판이지.흥 나서 글씨 쓰면 성인의 경지요, 취한 후 뱉는 말은 거칠 게 없지.백발이 되도록 늘 한가롭게 지내기에 그저 푸른 구름만이 눈앞에 있었지.침상 머리맡엔 언제나 술병이 하나, 얼마나 더 이분을 취해 잠들게 할는지.(世…

    • 2022-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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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간절한 소망[이준식의 한시 한 수]〈175〉

    간절한 소망[이준식의 한시 한 수]〈175〉

    채찍 떨군 채 말에게 길 맡겼는데, 몇 리를 가도록 닭 울음조차 들리지 않는다. 비몽사몽 숲길을 지나다가 날아온 낙엽에 화들짝 놀라 깨니서리 엉기는 때 저 멀리 홀로 나는 학, 희뿌옇게 새벽달이 걸린 먼 산.아이야, 길 험하다 불평하지 마라. 시절도 태평하고 길 또한 평탄하거늘.(垂鞭…

    • 2022-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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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화를 부른 시[이준식의 한시 한 수]〈174〉

    필화를 부른 시[이준식의 한시 한 수]〈174〉

    장안 거리 붉은 먼지 얼굴을 스치는데, 모두들 꽃구경 다녀온다고 떠들어대네.현도관의 많고 많은 복숭아나무, 이 모두가 내 귀양 간 다음에 심은 것들이지.(紫陌紅塵拂面來, 無人不道看花回. 玄都觀裏桃千樹, 盡是劉郞去後栽.)―‘꽃구경하고 돌아오는 군자들에게 장난삼아 보내다(희증간화제군자·戱…

    • 2022-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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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녹슨 청동거울[이준식의 한시 한 수]〈173〉

    녹슨 청동거울[이준식의 한시 한 수]〈173〉

    무쇠 같은 얼굴, 푸른 수염, 번뜩이는 눈매. 세상 아이들이 이걸 본다면 질겁할 테지.이 몸 나라에 바쳐 오랑캐 평정하리라 맘먹었거늘, 때를 못 만났으니 물러나 농사나 지어야 하리.문장 좋아한다고 할 정도는 못 되어도 붓과 먹을 가까이했고, 스스로 병 많음을 탄식해도 마음만은 더없이 …

    • 2022-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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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남에서의 호사[이준식의 한시 한 수]〈172〉

    강남에서의 호사[이준식의 한시 한 수]〈172〉

    사람들 모두가 강남이 좋다 하니, 나그네는 당연히 강남에서 늙어야 하리.봄 강물은 하늘보다 푸른데, 꽃배 안에서 빗소리 들으며 잠이 든다.술청 곁엔 달처럼 어여쁜 여인, 눈서리가 엉긴 듯 희디흰 팔. 늙기 전엔 고향에 가지 말지니, 고향 가면 분명 애간장이 다 녹을 터.(人人盡說江南好…

    • 2022-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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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기로운 출정[이준식의 한시 한 수]〈171〉

    호기로운 출정[이준식의 한시 한 수]〈171〉

    막걸리 갓 익을 즈음 산으로 돌아오니, 가을이라 기장 먹은 닭 오동통 살이 올랐네.시동(侍童) 불러 닭 삶고 술 마시는데, 아이들은 희희낙락 내 옷자락에 매달린다.스스로 위안 얻으려 목청껏 노래하고 술에 취해, 더덩실 춤을 추며 낙조와 빛을 겨룬다.천자께 내 뜻을 펼치는 게 분명 늦긴…

    • 2022-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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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거 급제[이준식의 한시 한 수]〈170〉

    과거 급제[이준식의 한시 한 수]〈170〉

    관직 여러 번 옮기는 것보다 과거 급제가 훨씬 낫지. 황금빛 도금한 안장에 올라 장안을 나섰네. 말머리가 이제 곧 양주(揚州) 성곽으로 진입하겠거니, 두 눈 씻고 날 보라고 사람들에게 알려주게.(及第全勝十改官, 金鞍鍍了出長安, 馬頭漸入揚州郭, 爲報時人洗眼看.) ―‘급제 후 광릉 친구…

    • 2022-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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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인과 도적[이준식의 한시 한 수]〈169〉

    시인과 도적[이준식의 한시 한 수]〈169〉

    저녁나절 부슬부슬 비 내리는 강마을. 밤 되자 찾아온 도적들이 날 알아보네.앞으로는 이름 숨기고 살 필요 없겠군. 지금 세상 절반이 그대들과 같겠거늘.(暮雨瀟瀟江上村, 綠林豪客夜知聞. 他時不用逃名姓, 世上如今半是君.)―‘정란사에서 묵다 밤손님을 만나다(정란사숙우야객·井欄砂宿遇夜客)’ …

    • 2022-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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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뭉클한 우애[이준식의 한시 한 수]〈168〉

    뭉클한 우애[이준식의 한시 한 수]〈168〉

    그대의 시집 들고 등불 앞에서 읽었소. 시 다 읽자 가물대는 등불, 아직은 어두운 새벽.눈이 아파 등불 끄고 어둠 속에 앉았는데, 역풍에 인 파도가 뱃전 때리는 소리.(把君詩卷燈前讀, 詩盡燈殘天未明. 眼痛滅燈猶闇坐, 逆風吹浪打船聲.) ―‘배 안에서 원진(元유)의 시를 읽다(주중독원구시…

    • 2022-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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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술빚 변명[이준식의 한시 한 수]〈167〉

    술빚 변명[이준식의 한시 한 수]〈167〉

    조정에서 나오면 날마다 봄옷 저당 잡히고, 매일 강가로 나가 잔뜩 취해 돌아온다.가는 곳마다 으레 술빚이 깔리는 건, 인생 일흔 살기가 예부터 드물어서지.꽃밭 속 오가는 호랑나비 다문다문 보이고, 물 위 스치며 잠자리들 느릿느릿 난다.봄날의 풍광이여, 나와 함께 흐르자꾸나. 잠시나마 …

    • 2022-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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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욕의 에고이즘[이준식의 한시 한 수]〈166〉

    무욕의 에고이즘[이준식의 한시 한 수]〈166〉

    중년부터 퍽이나 좋아했던 불도, 만년 들어 마련한 남산 기슭의 집.흥이 나면 늘 혼자 그곳에 갔고 즐거운 일은 그저 혼자만 알았지. 물줄기가 끊어진 곳까지 걸어가서는 앉아서 피어오르는 구름을 바라보았고 우연히 숲속 노인을 만나면 담소 나누느라 돌아올 줄 몰랐지.(中歲頗好道, 晩家南山수…

    • 2022-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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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여름의 정취[이준식의 한시 한 수]〈165〉

    초여름의 정취[이준식의 한시 한 수]〈165〉

    매실은 신맛이 돌아 치아를 무르게 하고, 파초는 창문 비단 휘장에 초록빛을 나눠준다. 긴긴해 낮잠에서 깨어나 무료해진 마음, 버들솜 잡는 아이들을 한가로이 바라본다. (梅子留酸軟齒牙, 芭蕉分綠與窓紗. 日長睡起無情思, 閑看兒童捉柳花.)―낮잠에서 깨어난 한가로운 초여름(한거초하오수기·閑…

    • 2022-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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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슴앓이[이준식의 한시 한 수]〈164〉

    가슴앓이[이준식의 한시 한 수]〈164〉

    다시 오마 빈말 남기고 떠난 뒤엔 뚝 끊은 발길. 달은 누각 위로 기울고 새벽 알리는 종소리만 들려오네요. 꿈속, 먼 이별에 울면서도 그댈 부르지 못했고, 다급하게 쓴 편지라 먹물이 진하지도 않네요.촛불은 희미하게 비췻빛 휘장에 어른대고, 사향 향기 은은하게 연꽃 수 이불에 스미네요…

    • 2022-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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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승달의 꿈[이준식의 한시 한 수]〈163〉

    초승달의 꿈[이준식의 한시 한 수]〈163〉

    활 모양의 초승달 아직 반달은 아니지만, 또렷하게 푸른 하늘가에 걸려 있구나.사람들이여, 눈썹 같은 초승달 작다 마시라. 보름날 둥글어지면 온 천지 비출지니. (初月如弓未上弦, 分明掛在碧소邊. 時人莫道蛾眉小, 三五團圓照滿天.)― ‘초승달을 노래하다(부신월·賦新月)’ 무씨의 아들(무씨자…

    • 2022-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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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날의 회한[이준식의 한시 한 수]〈162〉

    봄날의 회한[이준식의 한시 한 수]〈162〉

    근심이라곤 모르던 안방 젊은 새댁, 봄날 단장하고 화려한 누각에 오른다. 문득 시야에 잡힌 길섶의 푸른 버들, 낭군더러 벼슬 찾으라 내보낸 걸 후회한다.(閨中少婦不知愁, 春日凝粧上翠樓. 忽見陌頭楊柳色, 悔敎夫壻覓封侯.) ―‘안방 여인의 원망’(규원…

    • 2022-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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