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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애도사[이준식의 한시 한수]〈255〉](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4/03/15/123982031.1.jpg)
주옥같은 시문을 지어온 60년, 누가 그댈 죽음의 길로 몰아 시선(詩仙)이 되게 했나. 떠도는 구름처럼 얽매이지 않았기에 이름은 거이(居易), 무위자연의 삶을 좇았기에 자가 낙천(樂天). 어린애조차 그대의 ‘장한가(長恨歌)’를 읊어대고, 오랑캐도 ‘비파행(琵琶行)’을 부를 줄 알았…
![시인의 소명의식[이준식의 한시 한 수]〈254〉](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4/03/07/123868583.2.jpg)
숯 파는 노인, 남산에서 나무 베어 숯을 굽는다./얼굴은 온통 재와 그을음, 희끗희끗한 귀밑머리에 새까만 열 손가락./숯 팔아 번 돈은 어디에 쓰나. 몸에 걸칠 옷과 먹을거리에 쓰지./불쌍하구나. 홑옷을 걸치고도 숯값 떨어질까 걱정하며 추워지길 바라다니. (중략)기세등등 말 타고 온 …
![이백의 권주가[이준식의 한시 한 수]〈253〉](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4/02/29/123759522.7.jpg)
대지는 백설로 뒤덮이고 바람은 찬데, 주먹만 한 눈송이가 공중에 흩날린다.도연명이 웃다 자빠지겠소. 잔 그득한 술을 마시지 않겠다시니.그대 거문고 어루만져 봐야 부질없고, 버드나무 다섯 그루 심은 것도 헛된 노릇.머리 위 망건도 괜히 쓴 것이려니, 내 존재가 그대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
![산은 산, 물은 물[이준식의 한시 한 수]〈252〉](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4/02/22/123648007.7.jpg)
여산 안개비와 전당강(錢塘江)의 물결, 와 보지 않았을 땐 온갖 여한이 남았었지. 와서 보고 나니 별다를 게 없구나. 여산 안개비와 전당강의 물결! (廬山煙雨浙江潮, 未到千般恨不消. 到得還來別無事, 廬山煙雨浙江潮.) ―‘물결을 바라보다(관조·觀潮)…
![가난의 한[이준식의 한시 한 수]〈251〉](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4/02/15/123542163.2.jpg)
가난한 집안이라 비단옷은 알지도 못하고, 좋은 중매인에게 부탁하고 싶어도 마음만 더 상하네.격조 있고 품위가 있다 한들 누가 알아주리오. 다들 요새 유행하는 특이한 차림이나 좋아하는걸.열 손가락 바느질 솜씨는 대놓고 자랑할지언정, 두 눈썹 예쁘게 그려 남과 겨루진 않지.한스럽구나. 해…
![허욕에 대한 질타[이준식의 한시 한 수]〈250〉](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4/02/08/123457431.2.jpg)
강남 일대 강산이 전쟁에 휘말렸으니, 백성들이 무슨 수로 즐거이 나무하고 풀을 베리오.권하건대 그대여 봉작(封爵)에 대해선 말을 마시오. 장수 하나가 공을 세우면 만 명이 마른 해골로 변한다오.(澤國江山入戰圖, 生民何計樂樵蘇. 憑君莫話封侯事, 一將功成萬骨枯.) …
![마뜩잖은 관직[이준식의 한시 한 수]〈249〉](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4/02/01/123349123.1.jpg)
하서위(河西尉)를 맡지 않은 건, 처량하게 허리를 굽혀야 하기 때문이었지.늙은이라 분주히 오가는 게 걱정스러웠는데, 율부(率府)의 일은 그런대로 한가롭지.술 즐기려면 적은 녹봉이나마 꼭 있어야 하고, 거리낌없이 노래하려면 이 조정에 기댈 수밖에.고향으로 돌아갈 꿈 사그라진 지금, 고개…
![장수의 기개[이준식의 한시 한 수]〈248〉](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4/01/25/123237825.1.jpg)
야광배에 담긴 달콤한 포도주, 마시려는 순간 비파 소리 흥을 돋운다.술 취해 모래밭에 눕더라도 비웃지 마라. 예부터 전쟁터에서 몇이나 살아 돌아왔더냐.(葡萄美酒夜光杯, 欲飮琵琶馬上催. 醉卧沙場君莫笑, 古來征戰幾人回.)―‘양주의 노래(양주사·涼州詞)’ 왕한(王翰·생졸미상 당 중엽)
![반속의 다짐[이준식의 한시 한 수]〈247〉](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4/01/18/123124578.1.jpg)
그대에게 술 따르니 그대 마음 푸시게. 사람 마음은 파도처럼 쉼 없이 뒤바뀐다네.백발 되도록 사귀었대도 칼을 빼들 수 있고, 출세한 선배가 갓 벼슬길에 나선 후배를 비웃기도 하지.초록 풀은 가랑비 덕분에 촉촉해지지만, 꽃가지는 움트려는 순간 찬 봄바람에 시달리기도 한다네.세상사 뜬구름…
![여인의 유혹[이준식의 한시 한 수]〈246〉](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4/01/11/123012571.1.jpg)
물빛처럼 번뜩이는 병주(幷州) 과도, 눈보다 고운 오 지방 소금, 갓 익은 귤을 까는 섬섬옥수.비단 장막 안은 이제 막 따스해지고, 향로에선 쉼 없이 향훈이 번지는데, 마주 앉아 여인은 생황(笙簧)을 연주한다.낮은 목소리로 묻는 말. “오늘 밤 어느 곳에서 묵으실는지? 성안은 이미 야…
![망향의 노래[이준식의 한시 한 수]〈245〉](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4/01/04/122908818.1.jpg)
새해 들자 더욱 간절해진 고향 생각, 하늘 끝에서 외로이 눈물짓는다.늘그막이라 매사 남보다 뒤지는 터, 봄조차 이 몸보다 먼저 고향에 가 있으리.산속 원숭이들과 아침저녁을 함께 보내고, 강 버들과는 바람과 안개를 같이 나누지.장사부(長沙傅)처럼 멀리 쫓겨난 처지, 앞으로 몇 년이나 더…
![백설의 향연[이준식의 한시 한 수]〈244〉](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3/12/29/122820381.1.jpg)
한기 감도는 외딴 마을의 저녁, 사방에서 들리는 스산한 바람 소리.계곡물 깊어 눈은 쌓일 겨를 없고, 산은 얼어 구름조차 꿈쩍하지 않는다.갈매기와 백로가 날아도 구별하기 어렵고, 모래톱과 물가도 분간되지 않는다.들판 다리 곁엔 매화나무 몇 그루, 온 천지에 휘날리는 하얀 눈발.(寒色孤…
![영웅의 노래[이준식의 한시 한 수]〈243〉](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3/12/21/122737041.2.jpg)
큰바람 일어나자 구름이 흩날리누나.온 세상에 위세 떨치고 고향으로 돌아왔나니,어떻게 하면 용맹한 군사를 얻어 사방을 지킬는지.(大風起兮雲飛揚, 威加海內兮歸故鄉, 安得猛士兮守四方.)―‘바람의 노래(대풍가·大風歌)’ 유방(劉邦·기원전 256년∼기원전 195년)
![연서[이준식의 한시 한 수]〈242〉](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3/12/14/122634850.2.jpg)
잔설처럼 하얀 비단 조각으로, 잉어 한 쌍 만들었으니내 맘속 일을 알고 싶다면, 그 배 속의 편지를 읽어보셔요.(尺素如殘雪, 結為雙鯉魚. 欲知心裏事, 看取腹中書.)―‘흰 비단 물고기를 만들어 친구에게 주다(결소어이우인·結素魚貽友人)’·이야(李冶·약 730∼784)
![시를 사랑한 도적[이준식의 한시 한 수]〈241〉](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3/12/07/122534232.1.jpg)
저물녘 부슬부슬 비 내리는 강마을,이 밤 녹림호객(綠林豪客)이 내 이름 듣고 알은체한다.다른 때라도 내 이름은 숨길 필요 없겠네.지금은 세상 절반이 다 그대 같은 도적이려니.(暮雨瀟瀟江上村, 綠林豪客夜知聞. 他時不用逃名姓, 世上如今半是君.)―‘정란사 마을에서 묵다 만난 밤손님(정란사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