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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식의 한시 한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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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씁쓸한 다짐[이준식의 한시 한 수]〈270〉

    씁쓸한 다짐[이준식의 한시 한 수]〈270〉

    적적하게 지내며 결국 무얼 기다리나. 날마다 부질없이 홀로 돌아오는 걸.방초 찾아 자연으로 떠나가려니, 친구와 헤어짐이 못내 아쉬울 따름.세도가 중 그 누가 날 도와주랴. 세상에 날 알아주는 이 정말 드무네.그저 적막한 삶을 지켜야 할지니, 돌아가 고향집 사립문을 잠글 수밖에.(寂寂竟…

    • 2024-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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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인을 그리며[이준식의 한시 한 수]〈269〉

    은인을 그리며[이준식의 한시 한 수]〈269〉

    사명산에 자칭 광객(狂客)이 있었으니, 풍류로 이름난 하계진(賀季眞)이지.장안에서 처음 만났을 때, 나를 ‘하늘에서 쫓겨난 신선’이라 불러주었지.그 옛날 그리도 술 좋아하시더니, 이제 소나무 아래 흙으로 돌아갔네.금 장식 거북으로 술 바꿔 마시던 곳, 그 추억에 눈물이 수건을 적시네.…

    • 2024-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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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조[이준식의 한시 한 수]〈268〉

    길조[이준식의 한시 한 수]〈268〉

    어젯밤 치마끈이 저절로 풀어지더니, 오늘 아침엔 거미가 날아들었네.연지분을 이젠 못 버리겠네. 분명 낭군이 돌아올 징조이려니.(昨夜裙帶解, 今朝蟢子飛. 鉛華不可棄, 莫是藁砧歸.)―‘옥대체(玉臺體)’·권덕여(權德輿·759∼818)치마끈이 저절로 풀리고 아침부터 거미가 날아드는 걸 보자 …

    • 2024-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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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낙방 거사의 노래[이준식의 한시 한 수]〈267〉

    낙방 거사의 노래[이준식의 한시 한 수]〈267〉

    전시(展試) 합격자 명단에서 어쩌다 장원의 기대가 사라졌네./성군의 시대가 잠시 현명한 인재를 버렸으니,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좋은 기회를 놓친 마당에 내 어찌 맘껏 하지 못하랴. 이해득실 따져 봐야 아무 소용 없지./재능 넘치는 사인(詞人), 나야말로 벼슬 없는 공경대부라네.(1…

    • 2024-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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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꿎은 원망[이준식의 한시 한 수]〈266〉

    애꿎은 원망[이준식의 한시 한 수]〈266〉

    갈매기, 해오라기와 원앙이 같은 연못에 살다니 저들은 날개가 서로 안 어울린다는 걸 알아야지.봄의 신, 꽃을 위해 주인 노릇 못할 바엔 차라리 연리지가 안 자라나게 했어야지.(鷗鷺鴛鴦作一池, 須知羽翼不相宜. 東君不與花爲主, 何似休生連理枝.)―‘근심(수회·愁懷)’ 주숙진(朱淑真·약 11…

    • 2024-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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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완곡한 초대[이준식의 한시 한 수]〈265〉

    완곡한 초대[이준식의 한시 한 수]〈265〉

    요즘 들어 한(韓) 대감께서 저를 멀리하신다는 걸 제가 잘 알지요.주량이 세시니 저희 집 단 술이 못마땅하실 테고, 재주 빼어나시니 보잘것없는 제 시가 우습겠지요.한때는 나지막이 시 읊으며 달빛을 거닐고, 한가로이 술에 취해 꽃을 즐기기도 했었는데.우리가 똑같이 가진 걱정 하나, 봄바…

    • 2024-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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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정도 병[이준식의 한시 한 수]〈264〉

    다정도 병[이준식의 한시 한 수]〈264〉

    시들시들 사라져가는 붉은 꽃잎, 아직은 자그마한 푸른빛 살구.제비가 날아드는 시절, 마을을 휘돌아 흐르는 푸른 강물. 가지 위 버들개지 바람에 날려 줄어들지만, 하늘가 어디엔들 방초(芳草)가 없으랴.담장 안엔 그네, 담장 밖에는 길. 담장 밖엔 행인, 담장 안에선 미인의 웃음소리.웃음…

    • 2024-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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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뒤늦은 발길[이준식의 한시 한 수]〈263〉

    뒤늦은 발길[이준식의 한시 한 수]〈263〉

    꽃을 너무 늦게 찾아온 게 한스럽구나. 그 옛날 아직 피지 않았을 때 본 적이 있었는데.지금은 바람이 흔들어 꽃잎이 낭자하게 흩어졌고, 푸른 잎은 녹음이 되고 가지엔 열매가 가득하구나.(自恨尋芳到已遲, 往年曾見未開時. 如今風擺花狼藉, 綠葉成蔭子滿枝.)―‘꽃을 한탄하다(탄화·歎花)’ 두…

    • 2024-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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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간 딸을 그리며[이준식의 한시 한 수]〈262〉

    시집간 딸을 그리며[이준식의 한시 한 수]〈262〉

    황량한 들판 연기, 차가운 비에 더욱 서글퍼지는 이 마음.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 옷깃이 다 젖는다.그 옛날 모래톱 파란 풀이 봄바람에 흔들리던 거 말고는,네가 강을 건너 시집가던 그때 본 그대로구나.(荒煙涼雨助人悲, 淚染衣巾不自知. 除卻春風沙際綠, 一如看汝過江時.) ―‘오씨 집안에 …

    • 2024-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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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앓이[이준식의 한시 한 수]〈261〉

    봄앓이[이준식의 한시 한 수]〈261〉

    3월 끝자락, 꽃잎 떨어지니 마음은 한결 싱숭생숭. 님은 가고 없는데 달빛 아래 한가로이 걸린 그네, 버들에 매인 말의 게으른 울음소리 바람결에 들리고, 제방 옆에는 텅 빈 꽃배 하나.취한 듯 나른해진 몸, 온종일 작은 휘장에 머문다.잠자려 날아든 제비는 은촛대 불빛 밖을 맴돌고, 녹…

    • 2024-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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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제의 경고[이준식의 한시 한 수]〈260〉

    황제의 경고[이준식의 한시 한 수]〈260〉

    신하들이 아직 일어나지 않을 때 짐은 먼저 일어나고, 신하들이 이미 잠들었어도 짐은 잠들지 못하노라.황제인 내가 강남의 부자 영감만 못하다니, 저들은 해가 중천에 떠도 아직 이불 뒤집어쓰고 있거늘.(百僚未起朕先起, 百僚已睡朕未睡, 不如江南富足翁, 日高丈五猶披被.)―‘무제(無題)’ 명 …

    • 2024-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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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날의 취가[이준식의 한시 한 수]〈259〉

    봄날의 취가[이준식의 한시 한 수]〈259〉

    세상살이 한바탕 꿈과 같거늘, 왜 제 삶을 수고롭게 하나. / 하여 종일토록 취해, 질펀하게 앞 난간에 기대어 누웠노라. / 술 깨어 뜰 앞을 바라보니, 꽃 사이에서 울고 있는 새 한 마리. / 묻노니 지금이 어느 시절? 봄바람이 꾀꼬리에게 말 건네고 있네. / 만감이 교차하여 탄식이…

    • 2024-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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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식 풍경[이준식의 한시 한 수]〈258〉

    한식 풍경[이준식의 한시 한 수]〈258〉

    봄날 장안성 도처에 흩날리는 꽃, 한식날 봄바람에 일렁이는 황궁의 버들.저물녘 궁전에서 촛불을 건네주니, 가벼운 연기 고관대작 집안으로 흩어져 들어가네.(春城無處不飛花, 寒食東風御柳斜. 暮漢宮傳蠟燭, 輕煙散入五侯家.)―‘한식(寒食)’·한굉(韓翃·생졸 미상·당 중엽)

    • 2024-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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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체 못 할 봄기운[이준식의 한시 한 수]〈257〉

    주체 못 할 봄기운[이준식의 한시 한 수]〈257〉

    푸른 이끼 위에 나막신 자국이 찍힐까 봐서인가.가만가만 사립문을 두드려 보지만 오래도록 열리지 않는다.뜰 가득한 봄기운이야 막을 수 있을쏜가.발간 살구꽃 가지 하나가 담장을 넘어섰다.(應憐屐齒印蒼苔, 小扣柴扉久不開. 春色滿園關不住, 一枝紅杏出墻來.)―‘화원 구경을 놓치다(유원불치·遊園…

    • 2024-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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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을 기다리며[이준식의 한시 한 수]〈256〉

    봄을 기다리며[이준식의 한시 한 수]〈256〉

    봄바람이 하늘 끝 이곳까진 불어오지 않는 듯, 2월 산성에는 꽃이 피지 않았네.잔설이 가지를 눌러도 귤은 아직 매달려 있고, 겨울 우렛소리에 놀란 듯 죽순이 싹트려 하네.밤 기러기 소리 들으니 고향 생각 간절하고, 병든 몸으로 새해 맞으니 만물의 변화가 새록새록하다.한때는 낙양에서 고…

    • 2024-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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