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포인트

연재

이준식의 한시 한 수

기사 266

구독 95

인기 기사

날짜선택
  • 훈훈한 다짐[이준식의 한시 한 수]〈191〉

    훈훈한 다짐[이준식의 한시 한 수]〈191〉

    젊어서도 생계 걱정 안 했거늘, 늙어서 그 누가 술값을 아끼랴.만 냥 들여 산 술 한 말, 마주 보는 우리 나이 일흔에서 삼년 모자라네.한가로이 술잔 돌리며 고전을 논하는데, 취해서 듣는 맑은 읊조림이 풍악보다 좋구나.국화 피고 우리집 술이 익으면, 다시금 그대와 함께 느긋하게 취해 …

    • 2022-12-16
    • 좋아요
    • 코멘트
  • 파격의 추모[이준식의 한시 한 수]〈190〉

    파격의 추모[이준식의 한시 한 수]〈190〉

    기녀를 데리고 동토산에 올라, 슬픔에 잠긴 채 사안(謝安)을 애도하다.오늘 내 기녀는 꽃처럼 달처럼 이쁘건만, 저 기녀 옛 무덤엔 마른풀만 싸늘하다.꿈에서 흰 닭을 본 후 세상 뜬 지 삼백 년, 그대에게 술 뿌리니 우리 함께 즐겨 봅시다.취한 김에 제멋대로 추는 청해무(靑海舞), 자줏…

    • 2022-12-09
    • 좋아요
    • 코멘트
  • 안쓰러운 인정세태[이준식의 한시 한 수]〈189〉

    안쓰러운 인정세태[이준식의 한시 한 수]〈189〉

    내가 돈이 많으면 마누라와 아이는 내게 참 잘하지.옷 벗으면 날 위해 차곡차곡 개주고, 돈 벌러 나가면 큰길까지 배웅해주지.돈 벌어 집에 돌아오면 날 보고 함박웃음 지으며, 내 주변을 비둘기처럼 맴돌며 앵무새처럼 조잘대지.어쩌다 한순간 가난해지면 날 보고는 금방 싫은 내색.사람은 아주…

    • 2022-12-02
    • 좋아요
    • 코멘트
  • 어떤 보은[이준식의 한시 한 수]〈188〉

    어떤 보은[이준식의 한시 한 수]〈188〉

    그리운 그대, 결국 어디에 가 계신지. 슬픔에 젖어 아득한 형주 땅 바라봅니다.온 세상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데도, 저를 발탁하신 지난 은혜 평생 간직할 겁니다.전 이제 곧 농사일에 뛰어들어, 경작하며 전원에서 늙어갈 겁니다.남으로 나는 기러기 한없이 바라보지만, 무슨 수로 한마디라도 …

    • 2022-11-25
    • 좋아요
    • 코멘트
  • 간관의 불만[이준식의 한시 한 수]〈187〉

    간관의 불만[이준식의 한시 한 수]〈187〉

    발걸음 나란히 붉은 계단을 올라, 황궁을 사이에 두고 서로 부서가 갈렸지요.새벽이면 황실 의장대 따라 들어와, 저녁엔 황궁의 향내를 묻힌 채 돌아왔고요.백발 되니 낙화에도 서글퍼지고, 푸른 구름 아득히 나는 새가 부럽기만 합니다.태평한 조정이라 실책이 없어서일까요. 간언 상소가 드물어…

    • 2022-11-18
    • 좋아요
    • 코멘트
  • 꽃 그림자의 의미[이준식의 한시 한 수]〈186〉

    꽃 그림자의 의미[이준식의 한시 한 수]〈186〉

    화려한 누각에 첩첩이 어리는 꽃 그림자, 몇 번이나 아이 불러 쓸어도 없앨 수 없네.태양으로 잠깐 거두어지긴 해도, 밝은 달이 외려 다시 불러오리니.(重重疊疊上瑤臺, 幾度呼童掃不開. 剛被太陽收拾去, 각敎明月送將來.) ―‘꽃 그림자…

    • 2022-11-11
    • 좋아요
    • 코멘트
  • 사랑싸움[이준식의 한시 한 수]〈185〉

    사랑싸움[이준식의 한시 한 수]〈185〉

    어젯밤 비에 젖어 처음 핀 해당화, 여린 꽃송이 고운 자태 말이라도 걸어올 듯.신부가 이른 아침 신방을 나가더니, 꽃 꺾어와 거울 앞에서 제 얼굴과 견준다.꽃이 이뻐요 제가 이뻐요 낭군에게 묻는데, 꽃만큼 예쁘진 않다는 낭군의 대답.신부가 이 말 듣고 짐짓 토라진 척, 설마 죽은 꽃이…

    • 2022-11-04
    • 좋아요
    • 코멘트
  • 알 수 없어요[이준식의 한시 한 수]〈184〉

    알 수 없어요[이준식의 한시 한 수]〈184〉

    꽃인 듯 꽃이 아니요, 안개인 듯 안개도 아닌 것이한밤중 왔다가 날 밝으면 떠나가네.춘몽처럼 와서 잠시 머물다, 아침 구름처럼 사라지니 찾을 길 없네.(花非花, 霧非霧, 夜半來, 天明去. 來如春夢幾多時, 去似朝雲無覓處.)―‘꽃인 듯 꽃이 아니요(화비화·花非花)’ 백거이(白居易·772∼…

    • 2022-10-28
    • 좋아요
    • 코멘트
  • 영원한 미완성, 편지[이준식의 한시 한 수]〈183〉

    영원한 미완성, 편지[이준식의 한시 한 수]〈183〉

    낙양성 가을바람 바라보다, 집 편지 쓰려니 오만 생각이 다 겹친다. 급한 김에 할 말을 다 못했나 싶어, 가는 인편 떠날 즈음 또다시 열어 본다.(洛陽城裏見秋風, 欲作家書意萬重. 復恐悤悤說不盡, 行人臨發又開封.)―‘가을 상념(추사·秋思)’ 장적(張籍·약 768∼830)

    • 2022-10-21
    • 좋아요
    • 코멘트
  • 시인의 훈계[이준식의 한시 한 수]〈182〉

    시인의 훈계[이준식의 한시 한 수]〈182〉

    해마다 말을 몰아 수도 거리 나다니고, 객사는 집처럼 집은 객사처럼 여긴다.돈 써서 술 마시며 종일 빈둥대고, 촛불 밝혀 도박하느라 날 새는 줄 모른다.아내가 수 놓아 보낸 글은 알기 쉬워도, 기녀의 속마음은 헤아리기 어려운 법.대장부로서 서북쪽 중원 땅을 맘속에 둬야지, 수서교에서 …

    • 2022-10-14
    • 좋아요
    • 코멘트
  • 형극의 삶[이준식의 한시 한 수]〈181〉

    형극의 삶[이준식의 한시 한 수]〈181〉

    강 위로 날마다 쏟아지는 비, 옛 초나라 땅에 찾아든 소슬한 가을.거센 바람에 나뭇잎 지는데, 밤늦도록 담비 갖옷을 움켜잡고 있다.공훈 세울 생각에 자주 거울 들여다보고, 진퇴를 고심하며 홀로 누각에 몸 기댄다.위태로운 시국이라 임금께 보은하고픈 마음, 쇠약하고 병들어도 그만둘 수 없…

    • 2022-10-07
    • 좋아요
    • 코멘트
  • 아내의 마음새[이준식의 한시 한 수]〈180〉

    아내의 마음새[이준식의 한시 한 수]〈180〉

    붓으로 막 그림을 그리려다, 먼저 차가운 거울을 집어 듭니다. 놀랍게도 얼굴은 부석부석하고, 귀밑머리는 점차 성기는 것 같네요. 흐르는 눈물이야 그리기 쉽지만, 시름겨운 마음은 표현하기 어렵네요. 행여라도 낭군께서 절 깡그리 잊으셨다면, 이따금 이 그림을 펼쳐 보셔요.(欲下丹靑筆, …

    • 2022-09-30
    • 좋아요
    • 코멘트
  • 끝없는 그리움[이준식의 한시 한 수]〈179〉

    끝없는 그리움[이준식의 한시 한 수]〈179〉

    옥돌 계단을 적시는 이슬, 밤이 깊자 비단 버선으로 스며든다. 방으로 돌아와 수정 발 드리우지만, 가을달은 여전히 영롱하게 빛나네. (玉階生白露, 夜久侵羅襪. 却下水晶簾, 玲瓏望秋月.) ―‘옥돌 계단에서의 원망(옥계원·玉階怨)’ 이백(李白·701∼762)

    • 2022-09-23
    • 좋아요
    • 코멘트
  • 가을 소리[이준식의 한시 한 수]〈178〉

    가을 소리[이준식의 한시 한 수]〈178〉

    그대 생각 간절한 이 가을밤, 찬 날씨에 산책하며 시 읊어보네. 빈산에 솔방울이 떨어질 이즈음, 은거하는 그대 역시 잠 못 이루시리. (懷君屬秋夜, 散步詠凉天. 山空松子落, 幽人應未眠.) ―‘가을밤 친구 구단(邱丹)에게 보내다(추야기구원외·秋夜寄邱員外)’ 위응물(韋應物·약 737∼79…

    • 2022-09-16
    • 좋아요
    • 코멘트
  • 속 깊은 격려[이준식의 한시 한 수]〈177〉

    속 깊은 격려[이준식의 한시 한 수]〈177〉

    오동잎 뜰 가득 떨어져 을씨년스럽고, 붉은 대문 굳게 닫힌 고사장은 깊기도 해라.지난날 고뇌하며 시험을 치렀던 이곳, 오늘도 그 초심을 저버리지 않으리.(梧桐葉落滿庭陰, 鎖閉朱門試院深. 曾是昔年辛苦地, 不將今日負初心.)―‘과거 시험장에서(공원제·貢院題)’ 위부(魏扶·약 785∼850)

    • 2022-09-09
    • 좋아요
    • 코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