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포인트

연재

이준식의 한시 한 수

기사 345

구독 171

인기 기사

날짜선택
  • 가을 부채[이준식의 한시 한 수]〈30〉

    가을 부채[이준식의 한시 한 수]〈30〉

    갓 잘라낸 제(齊) 지방의 흰 비단, 눈서리처럼 희고 고왔지요. 마름질로 합환 문양 부채를 만드니 둥그러니 명월과 같았지요. 그대 품속이나 소매를 들락이면서 살랑살랑 미풍을 일으켰지요. 가을 닥쳐와 찬바람이 무더위를 앗아갈까 마냥 불안했는데 상자 속으로 부채가 버려지면서 임의 사랑도 …

    • 2019-11-0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신부의 눈썹 색깔[이준식의 한시 한 수]〈29〉

    신부의 눈썹 색깔[이준식의 한시 한 수]〈29〉

    신방엔 어젯밤 촛불 붉게 타올랐고 새벽이면 안방으로 시부모께 인사갈 참. 화장 마치고 나직이 신랑에게 묻는 말, “제가 그린 눈썹 색깔이 유행에 맞을까요”. (洞房昨夜停紅燭, 待曉堂前拜舅姑, 粧罷低聲問夫壻, 畵眉深淺入時無.)―‘신부의 심정으로 장수부에게 드린다(閨意獻張水部·규의헌장수부…

    • 2019-10-2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조조의 노래[이준식의 한시 한 수]〈28〉

    조조의 노래[이준식의 한시 한 수]〈28〉

    신령한 거북이 장수한대도/언젠가는 죽을 날 있고 전설의 뱀이 안개 타고 올라도/결국엔 흙먼지 되리. 늙은 천리마가 마구간에 엎드려 있어도/마음만은 천리를 내달리듯 열사는 말년이 되어도/그 웅지가 사라지지 않는 법. 목숨이 길고 짧은 건/하늘에만 달린 게 아닐지니 심신의 평온을 기른다면…

    • 2019-10-1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낙조의 황홀경[이준식의 한시 한 수]〈27〉

    낙조의 황홀경[이준식의 한시 한 수]〈27〉

    저녁 무렵 마음 울적하여 수레 몰아 옛 언덕에 오른다. 석양은 저리도 아름답건만 아쉽게도 황혼이 다가오누나.(向晩意不適, 驅車登古原. 夕陽無限好, 只是近黃昏.)―‘낙유원에 올라(登樂遊原·등낙유원)’(이상은·李商隱·812∼858) 만당(晩唐) 이상은의 시는 난해하고 생경한 어휘, 모호…

    • 2019-10-1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백낙천의 세월[이준식의 한시 한 수]〈26〉

    백낙천의 세월[이준식의 한시 한 수]〈26〉

    식사 마치고 낮잠 한숨, 깨어나선 차 두 사발. 고개 들어 해를 보니 어느새 서남쪽으로 기울었다.즐겁게 사는 이는 짧은 해가 아쉽고, 근심 많은 이는 더딘 세월이 싫겠지만 근심도 즐거움도 없는 나, 길든 짧든 삶에 맡겨버리지. (食罷一覺睡, 起來兩구茶. 擧頭看日影, 已復西南斜. 樂人惜…

    • 2019-10-0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도연명의 소요[이준식의 한시 한 수]〈25〉

    도연명의 소요[이준식의 한시 한 수]〈25〉

    사람 사는 마을에 수레나 말 따위의 소음이 없을 리 없다. 한데 세상 명리를 잊으니 시정(市井)의 거처조차 저절로 외진 세계가 된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조차 멀어진다지만 시인은 육신의 행방과 무관하게 마냥 한갓지기만 하다. 심리적 공간과 물리적 공간의 경계를 거리낌 없이 통섭하는 도가…

    • 2019-09-2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위선에 대한 일갈[이준식의 한시 한 수]〈24〉

    위선에 대한 일갈[이준식의 한시 한 수]〈24〉

    나 범지가 버선을 뒤집어 신으니/사람들은 모두 잘못되었다 말하네. 그대들 눈에는 거슬릴지언정/내 발을 다치게는 할 수 없다네. (梵志飜着襪, 人皆道是錯, 乍可刺니眼, 不可隱我脚.) ― ‘버선을 뒤집어 신다(飜着襪·번착말)’(왕범지·王梵志·약 590∼660)허울뿐일지라도 관습에 순응하는…

    • 2019-09-2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야속한 달[이준식의 한시 한 수]〈23〉

    야속한 달[이준식의 한시 한 수]〈23〉

    바다 위에 떠오른 밝은 저 달을 아득히 멀리서도 같이 보리니. 내 님도 긴긴 밤을 원망하면서 밤새도록 그리움에 잠 못 이루리. 촛불 끄니 그 더욱 눈부신 달빛 어느새 옷에도 촉촉이 젖는 이슬. 달빛 두 손 가득 못 드릴 바엔 꿈에서나 만나랴 잠들어 보리. (海上生明月 天涯共此時 情人怨…

    • 2019-09-0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기와장이의 비애[이준식의 한시 한 수]〈22〉

    기와장이의 비애[이준식의 한시 한 수]〈22〉

    문 앞의 흙을 다 구웠어도, 제 지붕엔 기와 한 조각 못 얹었네. 열 손가락 진흙 한 번 묻히지 않고도, 빼곡하니 기와 얹은 고대광실에 사는구나. (陶盡門前土, 屋上無瓦片. 十指不霑泥, 鱗鱗居大廈.)―‘기와장이(陶者·도자)’(매요신·梅堯臣·1002∼1060) 농부, 어부, 직부(織婦…

    • 2019-08-3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느긋함의 역설[이준식의 한시 한 수]〈21〉

    느긋함의 역설[이준식의 한시 한 수]〈21〉

    《맑은 강 한 굽이 마을 끼고 흐르고 긴 여름 강촌은 만사가 느긋하다. 제멋대로 들락거리는 대들보 위의 제비, 서로 사이좋은 물 위의 갈매기들. 늙은 아내는 종이에다 바둑판 줄을 긋고 어린 자식은 바늘 두들겨 낚싯바늘 만드네. 봉급 받아 쌀 대주는 친구 있으면 그만, 하찮은 몸이 이것…

    • 2019-08-2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한더위보다 버거운 관직 [이준식의 한시 한 수]〈20〉

    한더위보다 버거운 관직 [이준식의 한시 한 수]〈20〉

    《의관 안 챙긴 지 근 반년, 물과 구름 그윽한 곳에서 꽃을 안고 잠드네./평생 간직했던 벼슬 없는 즐거움, 유월 한더위에도 세상없이 통쾌하다./(不着衣冠近半年, 水雲深處抱花眠. 平生自想無冠樂, 第一驕人六月天.)―‘더위를 식히며(銷夏詩·소하시)’(원매·袁枚·1716∼1797)》‘옷을 …

    • 2019-08-1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낙원 향한 절규[이준식의 한시 한 수]〈19〉

    낙원 향한 절규[이준식의 한시 한 수]〈19〉

    《큰 쥐야, 큰 쥐야/내 기장 먹지 마라. 삼 년 너를 섬겼거늘/나를 돌보지 않는구나. 내 장차 너를 떠나/저 낙원으로 가리라. 낙원이여, 낙원이여/내 거기서 편히 쉬리라. (碩鼠碩鼠, 無食我黍. 三歲貫女, 莫我肯顧. 逝將去女, 適彼樂土. 樂土樂土, 爰得我所) ―‘큰 쥐(제1장)(碩鼠…

    • 2019-08-0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새장 밖의 자유[이준식의 한시 한 수]〈18〉

    새장 밖의 자유[이준식의 한시 한 수]〈18〉

    시제 ‘화미조’는 문자 그대로 눈썹을 그린 새, 눈 주변에 선명한 흰색 줄무늬가 길게 나 있어 마치 그린 듯한 눈썹을 가졌다는 데서 나온 이름이다. 개똥지빠귀라는 우리말 이름도 정겹다. 참새나 딱새처럼 체구는 자그마해도 목청이 맑고 카랑카랑해서 더 눈길을 끈다. 시는 언뜻 보면 숲속 …

    • 2019-08-0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내일 근심은 내일[이준식의 한시 한 수]〈17〉

    내일 근심은 내일[이준식의 한시 한 수]〈17〉

    《얻으면 흥겹게 노래하고 잃어도 그저 그만/근심 많고 한 많아도 여유만만 오늘 술은 오늘로 취하고/내일 근심은 내일 하면 되지 (得卽高歌失卽休, 多愁多恨亦悠悠. 今朝有酒今朝醉, 明日愁來明日愁.) ―‘스스로를 위로하다(自遣·자견)’(나은·羅隱·833∼909)》 제목 그대로 자기 위안의…

    • 2019-07-2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세상의 진실[이준식의 한시 한 수]〈16〉

    세상의 진실[이준식의 한시 한 수]〈16〉

    《비스듬히 보면 고개요 곁에서 보면 봉우리라, 원근 고저에 따라 경치가 제각각일세. 여산의 진면목을 알 수 없는 건, 내가 이 산중에 있기 때문이지. (橫看成嶺側成峰, 遠近高低各不同. 不識廬山眞面目, 只緣身在此山中.) ―‘서림사의 벽에 쓰다(題西林壁·제서림벽)’(소식·蘇軾·1037~1…

    • 2019-07-1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