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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끝자락에서[이준식의 한시 한 수]〈193〉](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2/12/29/117213166.8.jpg)
하늘 끝에 머무는 나그네들이여, 가벼운 추위인데 뭘 그리 걱정하시오.봄바람은 머잖아 찾아오리니, 바야흐로 집 동쪽까지 불어왔다오.(寄語天涯客, 輕寒底用愁. 春風來不遠, 只在屋東頭.)―‘제야, 태원 땅의 극심한 추위(제야태원한심·除夜太原寒甚)’ 우겸(于謙·1398∼1457)
![갸륵한 말본새[이준식의 한시 한 수]〈192〉](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2/12/22/117120461.6.jpg)
옥을 다듬은 듯 잘생긴 사내 왕정국(王定國)을 늘 부러워했거늘, 마침 하늘이 그에게 온화하고 예쁜 낭자를 내려주었지. 낭랑한 노랫소리 고운 이에서 나와, 바람을 일으키면 눈발이 뜨거운 바다에 날리듯 청량하게 바뀐다고들 말하지.만릿길 먼 남쪽에서 돌아왔지만 얼굴은 더 젊어 뵈고, 미소 …
![훈훈한 다짐[이준식의 한시 한 수]〈191〉](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2/12/15/117016228.8.jpg)
젊어서도 생계 걱정 안 했거늘, 늙어서 그 누가 술값을 아끼랴.만 냥 들여 산 술 한 말, 마주 보는 우리 나이 일흔에서 삼년 모자라네.한가로이 술잔 돌리며 고전을 논하는데, 취해서 듣는 맑은 읊조림이 풍악보다 좋구나.국화 피고 우리집 술이 익으면, 다시금 그대와 함께 느긋하게 취해 …
![파격의 추모[이준식의 한시 한 수]〈190〉](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2/12/08/116910116.6.jpg)
기녀를 데리고 동토산에 올라, 슬픔에 잠긴 채 사안(謝安)을 애도하다.오늘 내 기녀는 꽃처럼 달처럼 이쁘건만, 저 기녀 옛 무덤엔 마른풀만 싸늘하다.꿈에서 흰 닭을 본 후 세상 뜬 지 삼백 년, 그대에게 술 뿌리니 우리 함께 즐겨 봅시다.취한 김에 제멋대로 추는 청해무(靑海舞), 자줏…
![안쓰러운 인정세태[이준식의 한시 한 수]〈189〉](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2/12/01/116803653.2.jpg)
내가 돈이 많으면 마누라와 아이는 내게 참 잘하지.옷 벗으면 날 위해 차곡차곡 개주고, 돈 벌러 나가면 큰길까지 배웅해주지.돈 벌어 집에 돌아오면 날 보고 함박웃음 지으며, 내 주변을 비둘기처럼 맴돌며 앵무새처럼 조잘대지.어쩌다 한순간 가난해지면 날 보고는 금방 싫은 내색.사람은 아주…
![어떤 보은[이준식의 한시 한 수]〈188〉](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2/11/24/116666946.10.jpg)
그리운 그대, 결국 어디에 가 계신지. 슬픔에 젖어 아득한 형주 땅 바라봅니다.온 세상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데도, 저를 발탁하신 지난 은혜 평생 간직할 겁니다.전 이제 곧 농사일에 뛰어들어, 경작하며 전원에서 늙어갈 겁니다.남으로 나는 기러기 한없이 바라보지만, 무슨 수로 한마디라도 …
![간관의 불만[이준식의 한시 한 수]〈187〉](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2/11/17/116526424.6.jpg)
발걸음 나란히 붉은 계단을 올라, 황궁을 사이에 두고 서로 부서가 갈렸지요.새벽이면 황실 의장대 따라 들어와, 저녁엔 황궁의 향내를 묻힌 채 돌아왔고요.백발 되니 낙화에도 서글퍼지고, 푸른 구름 아득히 나는 새가 부럽기만 합니다.태평한 조정이라 실책이 없어서일까요. 간언 상소가 드물어…
![꽃 그림자의 의미[이준식의 한시 한 수]〈186〉](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2/11/10/116416521.10.jpg)
화려한 누각에 첩첩이 어리는 꽃 그림자, 몇 번이나 아이 불러 쓸어도 없앨 수 없네.태양으로 잠깐 거두어지긴 해도, 밝은 달이 외려 다시 불러오리니.(重重疊疊上瑤臺, 幾度呼童掃不開. 剛被太陽收拾去, 각敎明月送將來.) ―‘꽃 그림자…
![사랑싸움[이준식의 한시 한 수]〈185〉](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2/11/03/116298824.12.jpg)
어젯밤 비에 젖어 처음 핀 해당화, 여린 꽃송이 고운 자태 말이라도 걸어올 듯.신부가 이른 아침 신방을 나가더니, 꽃 꺾어와 거울 앞에서 제 얼굴과 견준다.꽃이 이뻐요 제가 이뻐요 낭군에게 묻는데, 꽃만큼 예쁘진 않다는 낭군의 대답.신부가 이 말 듣고 짐짓 토라진 척, 설마 죽은 꽃이…
![알 수 없어요[이준식의 한시 한 수]〈184〉](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2/10/27/116183648.6.jpg)
꽃인 듯 꽃이 아니요, 안개인 듯 안개도 아닌 것이한밤중 왔다가 날 밝으면 떠나가네.춘몽처럼 와서 잠시 머물다, 아침 구름처럼 사라지니 찾을 길 없네.(花非花, 霧非霧, 夜半來, 天明去. 來如春夢幾多時, 去似朝雲無覓處.)―‘꽃인 듯 꽃이 아니요(화비화·花非花)’ 백거이(白居易·772∼…
![영원한 미완성, 편지[이준식의 한시 한 수]〈183〉](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2/10/20/116047131.6.jpg)
낙양성 가을바람 바라보다, 집 편지 쓰려니 오만 생각이 다 겹친다. 급한 김에 할 말을 다 못했나 싶어, 가는 인편 떠날 즈음 또다시 열어 본다.(洛陽城裏見秋風, 欲作家書意萬重. 復恐悤悤說不盡, 行人臨發又開封.)―‘가을 상념(추사·秋思)’ 장적(張籍·약 768∼830)
![시인의 훈계[이준식의 한시 한 수]〈182〉](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2/10/14/115946842.1.jpg)
해마다 말을 몰아 수도 거리 나다니고, 객사는 집처럼 집은 객사처럼 여긴다.돈 써서 술 마시며 종일 빈둥대고, 촛불 밝혀 도박하느라 날 새는 줄 모른다.아내가 수 놓아 보낸 글은 알기 쉬워도, 기녀의 속마음은 헤아리기 어려운 법.대장부로서 서북쪽 중원 땅을 맘속에 둬야지, 수서교에서 …
![형극의 삶[이준식의 한시 한 수]〈181〉](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2/10/06/115830505.6.jpg)
강 위로 날마다 쏟아지는 비, 옛 초나라 땅에 찾아든 소슬한 가을.거센 바람에 나뭇잎 지는데, 밤늦도록 담비 갖옷을 움켜잡고 있다.공훈 세울 생각에 자주 거울 들여다보고, 진퇴를 고심하며 홀로 누각에 몸 기댄다.위태로운 시국이라 임금께 보은하고픈 마음, 쇠약하고 병들어도 그만둘 수 없…
![아내의 마음새[이준식의 한시 한 수]〈180〉](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2/09/29/115719803.10.jpg)
붓으로 막 그림을 그리려다, 먼저 차가운 거울을 집어 듭니다. 놀랍게도 얼굴은 부석부석하고, 귀밑머리는 점차 성기는 것 같네요. 흐르는 눈물이야 그리기 쉽지만, 시름겨운 마음은 표현하기 어렵네요. 행여라도 낭군께서 절 깡그리 잊으셨다면, 이따금 이 그림을 펼쳐 보셔요.(欲下丹靑筆, …
![끝없는 그리움[이준식의 한시 한 수]〈179〉](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2/09/23/115580356.6.jpg)
옥돌 계단을 적시는 이슬, 밤이 깊자 비단 버선으로 스며든다. 방으로 돌아와 수정 발 드리우지만, 가을달은 여전히 영롱하게 빛나네. (玉階生白露, 夜久侵羅襪. 却下水晶簾, 玲瓏望秋月.) ―‘옥돌 계단에서의 원망(옥계원·玉階怨)’ 이백(李白·701∼7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