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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식의 한시 한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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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와장이의 비애[이준식의 한시 한 수]〈22〉

    기와장이의 비애[이준식의 한시 한 수]〈22〉

    문 앞의 흙을 다 구웠어도, 제 지붕엔 기와 한 조각 못 얹었네. 열 손가락 진흙 한 번 묻히지 않고도, 빼곡하니 기와 얹은 고대광실에 사는구나. (陶盡門前土, 屋上無瓦片. 十指不霑泥, 鱗鱗居大廈.)―‘기와장이(陶者·도자)’(매요신·梅堯臣·1002∼1060) 농부, 어부, 직부(織婦…

    • 2019-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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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느긋함의 역설[이준식의 한시 한 수]〈21〉

    느긋함의 역설[이준식의 한시 한 수]〈21〉

    《맑은 강 한 굽이 마을 끼고 흐르고 긴 여름 강촌은 만사가 느긋하다. 제멋대로 들락거리는 대들보 위의 제비, 서로 사이좋은 물 위의 갈매기들. 늙은 아내는 종이에다 바둑판 줄을 긋고 어린 자식은 바늘 두들겨 낚싯바늘 만드네. 봉급 받아 쌀 대주는 친구 있으면 그만, 하찮은 몸이 이것…

    • 2019-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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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더위보다 버거운 관직 [이준식의 한시 한 수]〈20〉

    한더위보다 버거운 관직 [이준식의 한시 한 수]〈20〉

    《의관 안 챙긴 지 근 반년, 물과 구름 그윽한 곳에서 꽃을 안고 잠드네./평생 간직했던 벼슬 없는 즐거움, 유월 한더위에도 세상없이 통쾌하다./(不着衣冠近半年, 水雲深處抱花眠. 平生自想無冠樂, 第一驕人六月天.)―‘더위를 식히며(銷夏詩·소하시)’(원매·袁枚·1716∼1797)》‘옷을 …

    • 2019-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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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낙원 향한 절규[이준식의 한시 한 수]〈19〉

    낙원 향한 절규[이준식의 한시 한 수]〈19〉

    《큰 쥐야, 큰 쥐야/내 기장 먹지 마라. 삼 년 너를 섬겼거늘/나를 돌보지 않는구나. 내 장차 너를 떠나/저 낙원으로 가리라. 낙원이여, 낙원이여/내 거기서 편히 쉬리라. (碩鼠碩鼠, 無食我黍. 三歲貫女, 莫我肯顧. 逝將去女, 適彼樂土. 樂土樂土, 爰得我所) ―‘큰 쥐(제1장)(碩鼠…

    • 2019-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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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장 밖의 자유[이준식의 한시 한 수]〈18〉

    새장 밖의 자유[이준식의 한시 한 수]〈18〉

    시제 ‘화미조’는 문자 그대로 눈썹을 그린 새, 눈 주변에 선명한 흰색 줄무늬가 길게 나 있어 마치 그린 듯한 눈썹을 가졌다는 데서 나온 이름이다. 개똥지빠귀라는 우리말 이름도 정겹다. 참새나 딱새처럼 체구는 자그마해도 목청이 맑고 카랑카랑해서 더 눈길을 끈다. 시는 언뜻 보면 숲속 …

    • 2019-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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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일 근심은 내일[이준식의 한시 한 수]〈17〉

    내일 근심은 내일[이준식의 한시 한 수]〈17〉

    《얻으면 흥겹게 노래하고 잃어도 그저 그만/근심 많고 한 많아도 여유만만 오늘 술은 오늘로 취하고/내일 근심은 내일 하면 되지 (得卽高歌失卽休, 多愁多恨亦悠悠. 今朝有酒今朝醉, 明日愁來明日愁.) ―‘스스로를 위로하다(自遣·자견)’(나은·羅隱·833∼909)》 제목 그대로 자기 위안의…

    • 2019-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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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의 진실[이준식의 한시 한 수]〈16〉

    세상의 진실[이준식의 한시 한 수]〈16〉

    《비스듬히 보면 고개요 곁에서 보면 봉우리라, 원근 고저에 따라 경치가 제각각일세. 여산의 진면목을 알 수 없는 건, 내가 이 산중에 있기 때문이지. (橫看成嶺側成峰, 遠近高低各不同. 不識廬山眞面目, 只緣身在此山中.) ―‘서림사의 벽에 쓰다(題西林壁·제서림벽)’(소식·蘇軾·1037~1…

    • 2019-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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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상을 향한 비아냥[이준식의 한시 한 수]〈15〉

    재상을 향한 비아냥[이준식의 한시 한 수]〈15〉

    《수많은 집 허물어 연못 하나 만들고/복숭아 자두 대신 장미를 심었구나. 장미꽃 지고 가을바람 불 때 되면/정원에 가시만 가득한 걸 그제야 아시겠지. (破却千家作一池, 不栽桃李種薔薇. 薔薇花落秋風起, 荊棘滿庭君始知.) ―‘흥화사 정원에 부치는 시(題興化寺園亭)’(가도·賈島·779∼84…

    • 2019-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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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담대한 낙천주의[이준식의 한시 한 수]〈14〉

    담대한 낙천주의[이준식의 한시 한 수]〈14〉

    《해는 산등성이에 기대어 스러지고/황하는 바다로 흘러드네. 천리 아득한 곳을 바라보고자/다시 한 층을 더 올라가네. (白日依山盡 黃河入海流 欲窮千里目 更上一層樓)―‘관작루에 올라(登관雀樓)’(왕지환·王之渙·688∼742)》높다란 누각에 올라 산 너머 낙일(落日·지는 해)과 바다로 흘러…

    • 2019-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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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옛사람의 사랑 맹세[이준식의 한시 한수]

    〈13〉옛사람의 사랑 맹세[이준식의 한시 한수]

    《하늘이시여!/내 님과 사랑을 맺어/오래오래 끊어지지 않으리라./산줄기가 없어지고 강물이 다 마르고/겨울에 천둥이 쾅쾅거리고/여름날 눈보라가 치고/저 하늘과 땅이 합쳐진다면 그때는 기꺼이 님과 헤어지리다. (上邪! 我欲與君相知, 長命無絶衰. 山無陵, 江水爲竭, 冬雷震震, 夏雨雪, 天地…

    • 2019-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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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준식의 한시 한 수]〈12〉달빛 속의 혼술

    [이준식의 한시 한 수]〈12〉달빛 속의 혼술

    하늘이 술을 사랑하지 않았다면/주성이란 별이 하늘에 없었겠고, 땅이 술을 좋아하지 않았다면/땅에도 분명 주천이란 지명은 없었으리. 천지가 다 술을 사랑했으니/술 좋아하는 게 부끄러운 일은 아니지. 청주는 성인에 비견된다 들었고/탁주는 현자와 같다고들 말하지. 성인 현자가 다 술을 마셨…

    • 2019-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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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준식의 한시 한 수]〈11〉시인의 눈물

    [이준식의 한시 한 수]〈11〉시인의 눈물

    앞으로는 옛사람 보이지 않고/뒤로는 올 사람 볼 수가 없네. 천지의 아득함을 생각하면서/홀로 비통에 잠겨 눈물 흘리네. (前不見古人, 後不見來者. 念天地之悠悠, 獨愴然而涕下) ―‘유주대에 올라’(진자앙·陳子昻·661∼702) 암울한 현실을 마주한 시인의 비탄을 노래했다. 옛사람 혹은…

    • 2019-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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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준식의 한시 한 수]〈10〉백거이의 中隱

    [이준식의 한시 한 수]〈10〉백거이의 中隱

    《능숙하니 서투니, 잘났니 못났니 서로 시시비비하지만 / 흠뻑 취해 세상만사 다 잊은들 어떠리 그대 아실 테지, 천지는 공교롭게도 넓고 또 좁아서 / 보라매든 봉황이든 제 흥대로 난다는 걸. (巧拙賢愚相是非, 何如一醉盡忘機. 君知天地中寬窄, 雕악鸞皇各自飛.) ―‘술을 마주하고(대주·對…

    • 2019-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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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준식의 한시 한 수]〈9〉조식의 칠보시<七步詩>

    [이준식의 한시 한 수]〈9〉조식의 칠보시<七步詩>

    콩을 삶아 국 끓이는데/메주 걸러 국물 낸다. 콩대는 솥 아래서 타고/콩알은 솥 안에서 눈물 흘린다. 본래 같은 뿌리에서 태어났거늘/어찌 이리도 다급하게 졸여대는지. ―‘칠보시(七步詩)’(조식·曹植·192∼232)삼국시대 위왕(魏王) 조조(曹操)에게는 시문에 뛰어난 두 아들 조비(曹丕…

    • 2019-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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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준식의 한시 한 수]〈8〉비단 다섯묶음 값, 모란

    [이준식의 한시 한 수]〈8〉비단 다섯묶음 값, 모란

    뜰 앞 작약은 요염하되 품격이 없고/연못 연꽃은 정갈하되 운치가 모자라지. 모란만이 천하에서 가장 빼어난 꽃,/꽃 피는 시절이면 온 장안이 시끌벅적.(庭前芍藥妖無格, 池上芙蓉淨少情. 唯有牡丹眞傾色, 花開時節動京城.) ―‘모란 감상(상모란·賞牡丹)’(유우석·劉禹錫·772∼842) 옛사…

    • 2019-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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