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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 속의 성찰[이준식의 한시 한 수]〈336〉](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5/10/03/132515426.1.jpg)
물가로 책상을 옮기고, 옷깃 풀어 서늘한 밤공기를 맞는다.별 총총해서 낮엔 더울까 걱정되는데, 이슬 짙으니 연꽃 향기는 한결 그윽하다.개구리는 울음 울다 다시 멈추고, 거미줄은 사라졌다 또 번뜩인다.한창 ‘추흥부(秋興賦)’를 읊조릴 즈음, 서쪽 담장에 드리우는 오동나무 그림자.(傍水遷…
![꽃을 향한 집착[이준식의 한시 한 수]〈335〉](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5/09/25/132468192.1.jpg)
봄바람 살랑살랑, 화사한 빛 속에 활짝 꽃 피었다가꽃향기 서린 안개가 자욱이 번지고, 달빛은 회랑 저편으로 돌아간다.밤 깊어 꽃이 잠들어 버릴까 걱정되는 마음,촛불 높이 켜 들고 붉은 자태를 비춘다.(東風裊裊泛崇光, 香霧空蒙月轉廊. 只恐夜深花睡去, 故燒高燭照紅粧.)―‘해당화(해당·海棠…
![도둑에게[이준식의 한시 한 수]〈334〉](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5/09/18/132420163.1.jpg)
이슬비 부슬부슬 밤은 이슥한데, 대들보 위의 군자가 내 집에 들었구나.뱃속엔 시서(詩書)가 만 권이나 들었지만, 침상 머리맡엔 금은이 반푼도 없다네.나갈 때 우리 누렁이 놀라게 하지 말고, 담 넘을 땐 난초 화분 깨트리지 마시라.날이 추워 옷 걸치고 배웅하진 못하지만, 달 없는 밤을 …
![세태의 민낯[이준식의 한시 한 수]〈333〉](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5/09/11/132372341.1.jpg)
손바닥을 뒤집으면 구름, 다시 뒤엎으면 비가 되거늘어지럽고 경박한 걸 굳이 다 셀 필요 있겠는가.그대 보지 못했는가. 관중과 포숙아의 가난한 시절의 사귐을.이 도리를 요즘 사람들은 흙처럼 내버린다네.(翻手爲雲覆手雨, 紛紛輕薄何須數. 君不見管鮑貧時交. 此道今人棄如土.)―‘가난할 때의 사…
![제왕의 기상[이준식의 한시 한 수]〈332〉](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5/09/04/132325469.1.jpg)
막 솟는 붉은 태양 찬란하게 빛나니, 첩첩한 산봉우리 불꽃처럼 타오른다.둥근 해 순식간에 하늘길 오르니, 뭇별들과 희미한 새벽달은 쫓기듯 물러나누나.(太陽初出光赫赫, 千山萬山如火發. 一輪頃刻上天衢, 逐退群星與殘月.)―‘갓 떠오르는 태양(영초일·詠初日)’ 조광윤(趙匡胤·927∼976)조…
![웃음, 그 한순간의 마법[이준식의 한시 한 수]〈331〉](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5/08/28/132276853.4.jpg)
자넨 기품이 있고 웃는 모습이 사랑스러우니, 자주 활짝 웃음 짓는 게 좋을 듯하네.누군가의 웃음으로 자리에 생기가 돋아나다니.노래하다 눈살 찌푸릴 대목에선 외려 옅은 미소를 띠고, 술 취해 웃을 차례엔 외려 살짝 미간 찌푸린다.적절하게 낯 찌푸리고 또 웃음 지으니 분위기가 한결 활기를…
![백발 앞에서 묻다[이준식의 한시 한 수]〈330〉](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5/08/21/132232207.1.jpg)
어제 홍안이었던 얼굴이 늙은이가 되고, 순식간에 댕기 머리가 백발로 변했구나.일평생 겪은 마음 상한 일 그 얼마이던가. 불문(佛門)에 귀의하지 않으면 어디에서 시름을 달래랴.(宿昔朱顔成暮齒, 須臾白髮變垂髫. 一生幾許傷心事, 不向空門何處銷.)―‘백발을 탄식하다(탄백발·嘆白髮)’ 왕유(王…
![강 건너의 관객[이준식의 한시 한 수]〈329〉](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5/08/14/132191454.1.jpg)
약야계 냇가에서 연밥 따는 아가씨, 연꽃 사이로 웃으며 사람들과 얘기하네.햇살 비치자 고운 얼굴 물속에 환하게 번지고, 바람 불자 향긋한 소맷자락 허공 속에 나풀댄다.나들이 즐기는 강기슭의 사내들은 뉘 집 자제일까. 삼삼오오 수양버들 사이로 얼쩡거린다.흩날리는 꽃 사이로 울부짖으며 내…
![피서의 참맛[이준식의 한시 한 수]〈328〉](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5/08/07/132147169.3.jpg)
온 집안이 숲속 연못에서 여름 더위 식히나니, 속세를 떠나온 듯 탁 트이는 마음.누가 맑은 바람의 값을 따지는가. 한가로움보다 더한 즐거움은 없으리니.고기 얻은 물새처럼 늘 스스로 만족하고, 비 머금은 산마루 구름처럼 한가로이 오락가락.술 취하면 무엇이 몽롱한 정신을 깨울까. 하고많은…
![우뚝한 젊은 결기[이준식의 한시 한 수]〈327〉](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5/07/31/132110679.1.jpg)
비래봉 위 높다라니 우뚝 솟은 탑,듣자니 닭 울면 해가 솟는다 하네.뜬구름 시야를 가려도 두렵지 않음은이 몸이 가장 높은 곳에 있기 때문이라네.(飛來山上千尋塔, 聞說鷄鳴見日昇. 不畏浮雲遮望眼, 自緣身在最高層.)―‘비래봉에 올라(등비래봉·登飛來峰)’ 왕안석(王安石·1021∼1086)장엄…
![황혼의 악수[이준식의 한시 한 수]〈326〉](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5/07/24/132067800.1.jpg)
여러 해 못 만났다, 만나고 나니 외려 마음이 아리네.싸락눈처럼 쏟아지는 내 눈물. 아, 자네 머리는 명주실처럼 하얘졌구나.비탄에 잠긴 채 서로 손을 맞잡은 지금, 하필이면 꽃이 지는 시절이라니.오늘 밤은 여한 없이 한껏 취해보세. 어차피 인생이란 허둥지둥 흘러가는 것을.(年年不相見,…
![황제의 시심[이준식의 한시 한 수]〈325〉](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5/07/17/132024330.1.jpg)
밤비가 배의 창문을 두드려, 때마침 달콤한 꿈에서 깨어나다.귓가엔 감미로운 빗소리 맴돌고, 이불을 덮으니 냉기조차 사라진다.이곳 남쪽 땅은 벌써 촉촉해졌는데, 북쪽 땅 생각하니 두고두고 마음에 걸린다.순식간에 빗소리는 점점 잦아드는데, 마음 뒤숭숭하여 좀처럼 잠을 이룰 수 없네.(夜雨…
![이백을 향한 만가[이준식의 한시 한 수]〈324〉](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5/07/10/131980335.1.jpg)
채석 강변 이백의 묘, 무덤을 감싸고 아득히 구름까지 이어진 들풀.슬프다! 삭막한 무덤에 갇힌 유골. 한때는 경천동지할 문장을 남겼거늘.무릇 시인들은 대부분 운세가 사나웠는데, 그중 이백보다 더 불운한 이는 없으리.(采石江邊李白墳, 繞田無限草連雲. 可憐荒壟窮泉骨, 曾有驚天動地文.但是詩…
![시인의 딜레마[이준식의 한시 한 수]〈323〉](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5/07/03/131937219.1.jpg)
하인이 닭을 묶어 장에 내다 팔려는데, 묶인 닭은 다급해서 소리 지르며 앙탈한다.닭이 벌레 잡아먹는 걸 미워하는 식구들, 닭이 팔려 가면 삶겨져 죽는다는 건 모르는구나.벌레든 닭이든 사람에게 뭐 그리 대수인가. 하인더러 닭을 풀어주라고 호통을 쳤다.닭과 벌레의 득실을 따지자면 끝이 없…
![대담한 유혹[이준식의 한시 한 수]〈322〉](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5/06/26/131893334.1.jpg)
연회석엔 붉은 비단, 장막은 비취빛 비단, 술자리 시중드는 아리따운 미녀.나이는 열대여섯, 내 재능을 존중하기라도 하듯 술 그득 채워 내게 권한다.검푸른 긴 눈썹, 붉고 작은 입술, 내 귀에 대고 소곤대는 말.“버들 그늘이 짙게 드리운 길모퉁이, 그곳이 제집이에요. 문 앞엔 불그레 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