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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발 앞에서 묻다[이준식의 한시 한 수]〈330〉](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5/08/21/132232207.1.jpg)
어제 홍안이었던 얼굴이 늙은이가 되고, 순식간에 댕기 머리가 백발로 변했구나.일평생 겪은 마음 상한 일 그 얼마이던가. 불문(佛門)에 귀의하지 않으면 어디에서 시름을 달래랴.(宿昔朱顔成暮齒, 須臾白髮變垂髫. 一生幾許傷心事, 不向空門何處銷.)―‘백발을 탄식하다(탄백발·嘆白髮)’ 왕유(王…
![강 건너의 관객[이준식의 한시 한 수]〈329〉](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5/08/14/132191454.1.jpg)
약야계 냇가에서 연밥 따는 아가씨, 연꽃 사이로 웃으며 사람들과 얘기하네.햇살 비치자 고운 얼굴 물속에 환하게 번지고, 바람 불자 향긋한 소맷자락 허공 속에 나풀댄다.나들이 즐기는 강기슭의 사내들은 뉘 집 자제일까. 삼삼오오 수양버들 사이로 얼쩡거린다.흩날리는 꽃 사이로 울부짖으며 내…
![피서의 참맛[이준식의 한시 한 수]〈328〉](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5/08/07/132147169.3.jpg)
온 집안이 숲속 연못에서 여름 더위 식히나니, 속세를 떠나온 듯 탁 트이는 마음.누가 맑은 바람의 값을 따지는가. 한가로움보다 더한 즐거움은 없으리니.고기 얻은 물새처럼 늘 스스로 만족하고, 비 머금은 산마루 구름처럼 한가로이 오락가락.술 취하면 무엇이 몽롱한 정신을 깨울까. 하고많은…
![우뚝한 젊은 결기[이준식의 한시 한 수]〈327〉](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5/07/31/132110679.1.jpg)
비래봉 위 높다라니 우뚝 솟은 탑,듣자니 닭 울면 해가 솟는다 하네.뜬구름 시야를 가려도 두렵지 않음은이 몸이 가장 높은 곳에 있기 때문이라네.(飛來山上千尋塔, 聞說鷄鳴見日昇. 不畏浮雲遮望眼, 自緣身在最高層.)―‘비래봉에 올라(등비래봉·登飛來峰)’ 왕안석(王安石·1021∼1086)장엄…
![황혼의 악수[이준식의 한시 한 수]〈326〉](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5/07/24/132067800.1.jpg)
여러 해 못 만났다, 만나고 나니 외려 마음이 아리네.싸락눈처럼 쏟아지는 내 눈물. 아, 자네 머리는 명주실처럼 하얘졌구나.비탄에 잠긴 채 서로 손을 맞잡은 지금, 하필이면 꽃이 지는 시절이라니.오늘 밤은 여한 없이 한껏 취해보세. 어차피 인생이란 허둥지둥 흘러가는 것을.(年年不相見,…
![황제의 시심[이준식의 한시 한 수]〈325〉](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5/07/17/132024330.1.jpg)
밤비가 배의 창문을 두드려, 때마침 달콤한 꿈에서 깨어나다.귓가엔 감미로운 빗소리 맴돌고, 이불을 덮으니 냉기조차 사라진다.이곳 남쪽 땅은 벌써 촉촉해졌는데, 북쪽 땅 생각하니 두고두고 마음에 걸린다.순식간에 빗소리는 점점 잦아드는데, 마음 뒤숭숭하여 좀처럼 잠을 이룰 수 없네.(夜雨…
![이백을 향한 만가[이준식의 한시 한 수]〈324〉](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5/07/10/131980335.1.jpg)
채석 강변 이백의 묘, 무덤을 감싸고 아득히 구름까지 이어진 들풀.슬프다! 삭막한 무덤에 갇힌 유골. 한때는 경천동지할 문장을 남겼거늘.무릇 시인들은 대부분 운세가 사나웠는데, 그중 이백보다 더 불운한 이는 없으리.(采石江邊李白墳, 繞田無限草連雲. 可憐荒壟窮泉骨, 曾有驚天動地文.但是詩…
![시인의 딜레마[이준식의 한시 한 수]〈323〉](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5/07/03/131937219.1.jpg)
하인이 닭을 묶어 장에 내다 팔려는데, 묶인 닭은 다급해서 소리 지르며 앙탈한다.닭이 벌레 잡아먹는 걸 미워하는 식구들, 닭이 팔려 가면 삶겨져 죽는다는 건 모르는구나.벌레든 닭이든 사람에게 뭐 그리 대수인가. 하인더러 닭을 풀어주라고 호통을 쳤다.닭과 벌레의 득실을 따지자면 끝이 없…
![대담한 유혹[이준식의 한시 한 수]〈322〉](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5/06/26/131893334.1.jpg)
연회석엔 붉은 비단, 장막은 비취빛 비단, 술자리 시중드는 아리따운 미녀.나이는 열대여섯, 내 재능을 존중하기라도 하듯 술 그득 채워 내게 권한다.검푸른 긴 눈썹, 붉고 작은 입술, 내 귀에 대고 소곤대는 말.“버들 그늘이 짙게 드리운 길모퉁이, 그곳이 제집이에요. 문 앞엔 불그레 살…
![은밀한 연모[이준식의 한시 한 수]〈321〉](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5/06/19/131845210.1.jpg)
어젯밤의 별, 어젯밤에 불던 바람. 화려한 누각의 서편, 계수나무 안채의 동쪽.내 몸에 화려한 봉황의 두 날개 없어 다가갈 순 없지만,마음은 무소의 뿔처럼 영험하게 서로 통하는 데가 있었지.자리 띄어 앉아 고리돌리기 놀이하며 봄 술을 즐기거나, 편 갈라 물건 알아맞히기 놀이할 땐 촛불…
![공명심이 빚은 오욕[이준식의 한시 한 수]〈320〉](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5/06/12/131797928.1.jpg)
잠시 군왕의 옥 채찍을 빌려,연회석에 앉아 오랑캐 포로들을 지휘하리.남풍이 먼지 쓸 듯 오랑캐를 잠재우고,이 몸 서쪽으로 장안 황제 곁으로 나아가리라.(試借君王玉馬鞭, 指揮戎虜坐瓊筵. 南風一掃胡塵靜, 西入長安到日邊.)―‘영왕의 동쪽 순행을 찬양하다(영왕동순가·永王東巡歌)’ 제11수 이…
![별난 권주가[이준식의 한시 한 수]〈319〉](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5/06/05/131755432.1.jpg)
유리 술잔, 호박빛 짙은 술, 작은 술통에서 떨어지는 진주빛 붉은 술방울.용을 삶고 봉을 구우니 옥 같은 기름이 자글자글,비단 휘장 수놓은 장막에 감도는 향긋한 바람.용 문양 피리를 불고 악어가죽 북을 치면, 하얀 이의 미녀는 노래하고, 가는 허리 미녀는 춤을 춘다.하물며 푸른 봄날 …
![봄의 끝자락에서[이준식의 한시 한 수]〈318〉](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5/05/29/131714787.1.jpg)
가는 봄이 아쉬워 술에 젖은 나날들, 깨어 보면 옷자락엔 덕지덕지 술자국.꽃잎 뜬 작은 물줄기는 큰 시내로 흘러가고, 비 머금은 조각구름은 외로운 마을로 들어오네.한가해지니 꽃 시절은 더 원망스럽고, 외진 곳이라 옛 친구의 혼백조차 불러내기 어렵네.부끄럽구나, 꾀꼬리의 갸륵한 마음. …
![행운을 안긴 시[이준식의 한시 한 수]〈317〉](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5/05/22/131666633.1.jpg)
대갓집 자제들 앞다퉈 그대 뒤꽁무니 쫓았지만미녀 녹주(綠珠)가 그랬듯 그댄 그저 비단 수건에 눈물만 떨구었지.귀족 집안에 들어갔으니 거긴 바다처럼 깊은 곳.그로부터 이 몸은 완전 남이 돼버렸지.(公子王孫逐後塵, 綠珠垂淚滴羅巾. 侯門一入深如海, 從此蕭郞是路人.)―‘떠나버린 여종에게(증거…
![은근한 갈등[이준식의 한시 한 수]〈316〉](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5/05/15/131617885.1.jpg)
선생이 ‘시서(詩書)’를 가르치고 학생더러 익히게 한다.부모에게 효도하고, 형제 간에 우애롭게 지내라. 신하가 되면 충성을 다하고 친구의 허물을 지적하지 마라.종일 단정히 앉아 수양하면 남에게 아둔하고 미쳤다는 비아냥을 사지 않는다.선생은 학생이 부지런히 갈고닦아야 한다고 하는데, 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