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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석의 詩로 여는 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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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미석의 詩로 여는 주말]<끝> 금호철화

    [고미석의 詩로 여는 주말]<끝> 금호철화

    금호철화 조정권(1949∼) 아, 이 금호철화(金號鐵花) 어려운 식물이지요 쇠꽃을 피웁니다 이 선인장의 성깔을 잘 알지 못하면 키우지 말아야 합니다 콘도르가 사막의 하늘을 맴돌다가 급강하해 앉은 모습 골 깊고 진녹색의 단단한 몸체엔 솟구치고 뻗친 가시들 보세요, 화살촉처럼…

    • 2015-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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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미석의 詩로 여는 주말]달 같은 사람 하나

    [고미석의 詩로 여는 주말]달 같은 사람 하나

    달 같은 사람 하나 홍윤숙(1925∼ ) 달 같은 사람 하나 어디 없을까 보름달 아닌 반달이거나 초승달 같은 어스름 달빛처럼 가슴에 스며오고 흐르는 냇물같이 맴돌아가는 있는 듯 없는 듯 맑은 기운 은은하게 월계수 향기로 다가왔다가 그윽한 눈길 남기고 돌아가는 큰소리로 웃지 않고 잔잔…

    • 2015-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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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미석의 詩로 여는 주말]달팽이

    [고미석의 詩로 여는 주말]달팽이

    달팽이 김제현(1939∼) 경운기가 투덜대며 지나가는 길섶 시속 6m의 속력으로 달팽이가 달리고 있다. 천만 년 전에 상륙하여 예까지 온 것이다. 어디로 가는지 가야 하는지 알 수 없는 길을 산달팽이 한 마리 쉬임없이 가고 있다. 조금도 서두름 없이 전속으로 달리고 있다…

    • 2015-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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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미석의 詩로 여는 주말]極地에서

    [고미석의 詩로 여는 주말]極地에서

    極地에서 이성복(1952∼) 무언가 안 될 때가 있다 끝없는, 끝도 없는 얼어붙은 호수를 절룩거리며 가는 흰, 흰 북극곰 새끼 그저, 녀석이 뜯어먹는 한두 잎 푸른 잎새가 보고 싶을 때가 있다 소리라도 질러서, 목쉰 소리라도 질러 나를, 나만이라도 깨우고 싶을 때가 있다 …

    • 2014-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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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미석의 詩로 여는 주말]숨결

    [고미석의 詩로 여는 주말]숨결

    숨결 이희중(1960∼) 오래전 할머니 돌아가신 후 내가 아는 으뜸 된장 맛도 지상에서 사라졌다 한 사람이 죽는 일은 꽃이 지듯 숨이 뚝 지는 것만 아니고 목구멍을 드나들던 숨, 곧 목숨만 끊어지는 것만 아니고 그의 숨결이 닿은 모든 것이, 그의 손때가 묻은 모든 것이, 그의 평생…

    • 2014-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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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미석의 詩로 여는 주말]서울 뻐꾸기

    [고미석의 詩로 여는 주말]서울 뻐꾸기

    서울 뻐꾸기 강우식(1941∼) 새벽 4시에 일어나 그 옛날처럼 평범하게 우는 서울 뻐꾸기 소리를 듣는다. 내 집 근처에도 숲과 산이 있음을 새삼 일깨워준다. 창을 여니 새벽별들은 내 막내딸의 초롱한 눈빛되어 가슴을 뚫고 내 인생에 있어 잊고 산 귀중한 것들은 이렇게 평범한 것…

    • 2014-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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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미석의 詩로 여는 주말]다리

    [고미석의 詩로 여는 주말]다리

    다리 신경림(1935∼) 다리가 되는 꿈을 꾸는 날이 있다 스스로 다리가 되어 많은 사람들이 내 등을 타고 어깨를 밟고 강을 건너는 꿈을 꾸는 날이 있다 꿈속에서 나는 늘 서럽다 왜 스스로는 강을 건너지 못하고 남만 건네주는 것일까 깨고 나면 나는 더 억울해지지만 이윽고 꿈에서나…

    • 2014-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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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미석의 詩로 여는 주말]가을

    [고미석의 詩로 여는 주말]가을

    가을 김종길(1926∼) 먼 산이 한결 가까이 다가선다. 사물의 명암과 윤곽이 더욱 또렷해진다. 가을이다. 아 내 삶이 맞는 또 한 번의 가을! 허나 더욱 성글어지는 내 머리칼 더욱 엷어지는 내 그림자 해가 많이 짧아졌다. ‘등밑 처마 고드름과 참새소리 예쁜 이 마을…

    • 2014-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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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미석의 詩로 여는 주말]헛것을 따라다니다

    [고미석의 詩로 여는 주말]헛것을 따라다니다

    헛것을 따라다니다 김형영(1944∼) 나는 내가 누군지 모르고 산다. 내가 꽃인데 꽃을 찾아다니는가 하면, 내가 바람인데 한 발짝도 나를 떠나지 못하고 스스로 울안에 갇혀 산다. 내가 만물과 함께 주인인데 이리 기웃 저리 기웃 한평생도 모자란 듯 기웃거리다가 나를 바로 보지 못하고 …

    • 2014-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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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미석의 詩로 여는 주말]물고기에게 배우다

    [고미석의 詩로 여는 주말]물고기에게 배우다

    물고기에게 배우다 맹문재(1963∼) 개울가에서 아픈 몸 데리고 있다가 무심히 보는 물속 살아온 울타리에 익숙한지 물고기들은 돌덩이에 부딪히는 불상사 한번 없이 제 길을 간다 멈춰 서서 구경도 하고 눈치 보지 않고 입 벌려 배를 채우기도 하고 유유히 간다 길은 어디에도 없는데 쉬지 …

    • 2014-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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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미석의 詩로 여는 주말]마지막 물음

    [고미석의 詩로 여는 주말]마지막 물음

    마지막 물음 김광규(1941∼ ) 전화기도 TV도 오디오 세트도 컴퓨터도 휴대폰도…… 고장나면 고쳐서 쓰기보다 버리고 새로 사라고 합니다 그것이 더 싸다고 합니다 사람도 요즘은 이와 다를 바 없다고 하더군요 우리의 가정도 도시도 일터도 나라도 이 세계도……그렇다면 고칠 수 없나…

    • 2014-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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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미석의 詩로 여는 주말]자화상

    [고미석의 詩로 여는 주말]자화상

    자화상 윤동주(1917∼1945)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

    • 2014-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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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미석의 詩로 여는 주말]견딜 수 없네

    [고미석의 詩로 여는 주말]견딜 수 없네

    견딜 수 없네 정현종(1939∼) 갈수록, 일월(日月)이여, 내 마음 더 여리어져 가는 8월을 견딜 수 없네. 9월도 시월도 견딜 수 없네. 흘러가는 것들을 견딜 수 없네. 사람의 일들 변화와 아픔들을 견딜 수 없네. 있다가 없는 것 보이다가 안 보이는 것 견딜 수 없네. 시간을…

    • 2014-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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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미석의 詩로 여는 주말]여름에는 저녁을

    [고미석의 詩로 여는 주말]여름에는 저녁을

    ‘여름에는 저녁을’ 오규원(1941∼2007) 여름에는 저녁을 마당에서 먹는다 초저녁에도 환한 달빛 마당 위에는 멍석 멍석 위에는 환한 달빛 달빛을 깔고 저녁을 먹는다 마을도 달빛에 잠기고 밥상도 달빛에 잠기고 여름에는 저녁을 마당에서 먹는다. 밥그릇 안에까지 …

    • 2014-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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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미석의 詩로 여는 주말]고마워, 미안해, 용서해 줘, 사랑해

    [고미석의 詩로 여는 주말]고마워, 미안해, 용서해 줘, 사랑해

    고마워, 미안해, 용서해 줘, 사랑해 신현림(1961∼ ) 다툼과 이별을 슬퍼 말고 자신을 비워 봐요 이메일 주소를 지우면 그 사람 존재가 지워지나요 핸드폰 번호를 지우면 돌풍같이 사라지나요 저마다의 가슴은 스크린 같아서 사람들은 이모티콘처럼 아이콘처럼 살다 가지요 수신거부, 스팸처…

    • 2014-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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