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공간이 좋은 공간일까 종종 생각한다. 담양 소쇄원처럼 마음을 쉬게 하는 곳도, 이태원 구찌 매장처럼 눈과 감각이 즐거운 곳도 좋은 공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를 멀리 데려가 주는 곳도 빼놓을 수 없다. 신자가 아님에도 성당이나 사찰에 가는 걸 좋아하는 이유는 잠시나마 영성…
갤러리 공간을 새로 얻으면서 근 두 달간 인테리어를 할 일이 있었다. 결혼할 때를 제외하면 내 인생에 이렇게 많은 쇼핑을(그렇다고 엄청난 금액도 아니지만) 한 때가 또 있었나 싶다. 예전부터 꼭 갖고 싶었던 앰프와 스피커를 샀고, 여러 명이 빙 둘러앉을 수 있는, 가로로 긴 테이블도 …
최근 책 한 권을 재미있게 읽었다.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라는 책이다. 독서가들 사이에서는 꽤 유명하다는데 이제야 연이 닿았다. 1982년 일본의 고급 별장지 가루이자와.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을 위해 집의 문손잡이는 가급적 나무로 한다’는 규칙이 있을 만큼 사람을 위한 건축을 …
“신기해요. 따로 동선을 만들어 유도하지도 않았는데 사람들이 이끌리듯 이 작품 앞으로 와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위대한 문화유산을 함께 누리다’ 전시 관계자분에게 들은 얘기다. 자석처럼 사람을 끌어들인 그 작품은 백자청화산수무늬병. 저 멀리 나즈막한 산이 펼쳐지고 강가에…
코로나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계속 감각적 즐거움을 좇게 된다. 거의 주말마다 비가 왔던 지난 한두 달 동안은 밤마다 향을 피웠다. 그러다 보니 또 자연스럽게 음악을 찾게 되고 좋은 스피커가 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소리가 쾌락임을 알게 된 지는 꽤 됐다. 잡…
가구도 사람과 마찬가지여서 보고만 있어도 기분 좋아지는 것이 있는가 하면 아무리 봐도 정이 안 가는 것이 있다. 우리 집에서 그런 가구를 꼽으라면 식탁이다. 폐업하는 카페에서 할인을 하길래 냅다 데려왔는데 영업 공간에 둘 목적으로 만든 제품이다 보니 아무래도 내구성과 디자인이 떨어진다…
서울의 행사와 전시, 상공간을 둘러보다 보면 지금 이 도시가 사랑에 빠진 것 중 하나가 정원이란 생각이 든다.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서는 타일 전문업체 윤현상재가 식물 치유 브랜드 슬로우파마씨와 함께 선보인 정원이 기획관의 숨구멍 역할을 했고 남산 피크닉에서는 ‘정원 만들기 가드닝’ 전시…
지난주 김해한옥체험관에서 1박을 했다. ‘다함께 차차茶’란 공예주간 행사를 취재하러 간 여정이었다. 전날 산골 풍경이 수려한 선곡다원에서 찻잎을 따고 늦은 밤까지 차회를 연 우리는 김해한옥체험관으로 돌아와 잠자리에 들었다. 노란 장판에 요를 깔고 잤는데 오전 7시 무렵이 되니 밖에서 …
큰돈을 들여서까지 인테리어에 진심인 사람들을 본다. 코로나19로 인해 집이 삶의 중심이 되면서 내 공간에 투자하는 사람이 많아진 덕분이다. 그간 그러지 않았던 게 오히려 이상하지만 말이다. 잘나가는 인테리어 디자이너는 공사비로 평당 1500만 원을 받는다. 66m²(약 20평)이면 3…
아파트를 떠나 한옥과 빌라를 거쳐 지금 집에 정착한 지 1년이 넘어간다. 모르는 사람들은 건물주라고 띄우지만 한 층이 8평 정도에 불과한 3층짜리 작은 집이다. 사람들이 작은 집에 살면 어떠냐고 물을 때마다 “좋아요, 아주 좋습니다” 하고 말했는데 최근 예기치 않은 복병이 생겼다. 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