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던 유학생 시절 용돈을 조금씩 모아 외식을 즐기던 장소가 있었다. ‘레옹 드 브뤼셀(Leon de Bruxelles)’이라는 체인 형태 홍합 전문점이다. 그곳에 가면 말쑥하게 차려입은 가르송(웨이터)이 무거운 주물 냄비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는데 뚜껑을 열면 알라…
독일 여행을 가면 먹어봐야 할 음식 중에 독일식 돼지족발인 ‘슈바인학센’(슈바인스학세)이 있다. 바이에른주 전통 음식인 데다 족발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반가운 마음에 맥주 한잔과 함께 주문하는 한국인이 많다. 그러나 슈바인학센은 뜨내기 관광객을 상대하는 큰길가 레스토랑에서 먹는 것은 가…
프랑스에서 살다 귀국한 이들에게 프랑스를 추억할 때 가장 생각나는 음식을 물으면 보통 1순위로 꼽는 게 베트남 쌀국수다. 프렌치 레스토랑 코스 요리나 프랑스 요리의 대명사인 양파 수프, 세계 3대 진미인 푸아그라(거위 간)를 얘기할 법도 싶은데 늘 쌀국수에 밀린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지난해 여름 프랑스 레스토랑에서 셰프로 일하는 동생으로부터 식사 초대를 받았다. 파리에서 제대로 된 삼계탕을 접하지 못해 아쉬워하던 내 마음을 알아챘는지 삼계탕이 주 메뉴였다. 한국에 계신 어머니께서 손수 보내주신 대추, 밤, 은행과 인삼, 황기 그리고 찹쌀 등을 넣고 프랑스에서도 귀…
30도가 넘는 초여름 무더위가 시작됐다. 집을 나설 때 슬리퍼를 신으려다 가족들의 따가운 시선에 슬쩍 내려놓고 운동화로 갈아 신는다. 프랑스 사람들은 해변이 아닌 장소에선 슬리퍼 차림으로 외출하지 않는다. 파리 시내에서 슬리퍼를 신고 다니는 이들의 대부분은 외국 여행객들이다. 바티칸 …
4월 발생한 기록적인 냉해로 프랑스 포도 농장들이 초토화됐다. 농민들은 포도 새싹이 얼어붙는 것을 막기 위해 밤새 횃불을 들고 나무 사이사이에 불을 지폈지만 소용없었다.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곳은 내가 단골로 드나드는 동네 내추럴 와인숍이다. 이곳의 운영자는 에우엔 르무아뉴로 미슐랭 …
프랑스 리옹시는 개학일을 앞둔 지난달 26일 새로운 발표를 했다. 학교 급식 주 2회 채식 의무화를 시행하려던 그레고리 두세 시장의 결정이 무기한 연기됐다는 소식이었다. 뉴스를 함께 시청하던 초등학생인 둘째 아이의 표정이 밝아졌다. 채소를 거의 섭취하지 않는 식습관으로 평소 잔소리를 …
장 카스텍스 프랑스 총리가 지난달 19일 자정부터 파리를 포함한 16개 데파르트망(지방차지단체)에 세 번째 셧다운을 선포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셧다운 전, 카페와 레스토랑이 이미 6개월째 닫혀 있는 상황에서 끼니 걱정에 슈퍼마켓으로 나섰을 때였다. 평소와는 다르게 슈퍼마켓 입구에서…
파리지앵들은 언제쯤 코로나19에서 벗어나 테이블에서의 자유를 되찾을 수 있을까. 20일 기준 프랑스의 하루 확진자 수는 여전히 3만여 명을 웃돌고 있다. 19일 자정 이후로 파리 등 확진자 수가 많은 16개 적색지역이 셧다운됐는데도 눈에 띄는 감소세가 보이지 않으니 시민들은 물론이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