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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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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걀 떨어뜨리기 대회[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180〉

    달걀 떨어뜨리기 대회[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180〉

    달걀이 떨어지면 그러하듯 인간의 마음도 때로는 깨지고 부서진다. 한국계 미국 작가 태 켈러의 ‘깨지기 쉬운 것들의 과학’은 그 깨어짐과 부서짐의 고통을 다룬 감동적인 소설이다. 화자인 열두 살짜리 소녀는 달걀 떨어뜨리기 대회에 나갈 예정이다. 6∼8학년(초등학교 6학년∼중학교 2학년)…

    • 2021-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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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슬픈 초콜릿[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179〉

    슬픈 초콜릿[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179〉

    즐겁고 행복한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슬프고 비참한 이야기일 수 있다. 1964년에 출간된 이래 독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온 로알드 달의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그러한 이야기에 속한다. 일 년에 한 차례만 초콜릿을 사먹을 수 있을 정도로 가난한 찰리는 다른 네 명의 아이와 더불어 초콜…

    • 2021-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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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곤장을 버리다[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178〉

    곤장을 버리다[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178〉

    권력은 엄하고 차가운 게 속성이지만 따뜻한 옷을 입을 때가 있다. 조선의 문호 연암 박지원이 입은 옷이 그러했다. 그의 아들 박종채가 지은 ‘과정록(過庭錄)’을 보면 그는 관리로서 곤장 형을 내리는 일을 몹시 괴로워했다. 어쩔 수 없이 곤장을 쳐야 하는 경우에는 나중에 “반드시 사람을…

    • 2021-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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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스로 빛이 되는 용기[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177〉

    스스로 빛이 되는 용기[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177〉

    한 편의 시가 감정의 격류를 몰고 올 때가 있다.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서 어맨다 고먼이라는 젊은 시인이 5분 남짓 낭독한 자작시 ‘우리가 오르는 언덕’이 그랬다. “우리는 끝이 없는 그늘 속에서 빛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지 자문합니다.” 이렇게 시작되는 시에서 그늘은 미국 사회가 정…

    • 2021-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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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빗자루질 하는 사람들[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176〉

    빗자루질 하는 사람들[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176〉

    예술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거냐고 물으며 예술가를 초라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헝가리 작가 서보 머그더의 ‘도어’(문)는 그런 인물을 등장시켜 예술의 의미를 성찰하는 속 깊은 소설이다. 유명 작가인 여성이 화자로 나오는데 그녀는 글을 쓰고 강연을 비롯한 사회활동을 하느라 집안일…

    • 2021-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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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안함의 기록[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175〉

    미안함의 기록[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175〉

    타자에 대한 연민은 예술의 기본이다. 함민복은 그 기본에 충실한 시인이다. 그에게는 인간만이 아니라 동물도 연민의 대상이다. 어느 날 시인은 화장실을 가다가 밭둑에서 뱀과 마주쳤다. 해로우니 죽여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뱀은 어느 사이에 구멍 속으로 3분의 2쯤 들어가 있었다. 그는…

    • 2021-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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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장 본질적인 것[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174〉

    가장 본질적인 것[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174〉

    역설적이게도 사랑은 삶이 위기에 처할 때 더욱 빛난다. 이탈리아 작가 마누엘라 살비의 단편소설 ‘작은 새’는 코로나19로 인해 자가 격리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펼쳐지는 사랑 이야기다. 처음에는 새에 관한 이야기처럼 보인다. 화자는 작은 새가 옆집 발코니 유리창을 부리로 쪼는 모습을 유…

    • 2021-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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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목소리를 빌린 사연들[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173〉

    목소리를 빌린 사연들[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173〉

    예술은 연민의 산물인 경우가 많다. 그 연민의 대상에 작가 자신이 포함되면 진실성은 배가된다. 2020년도의 전미도서상(번역문학 부문)을 수상한 유미리의 소설 ‘우에노역 공원 출구’는 예술이 가진 그러한 속성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도쿄 우에노역 주변에 살던 노숙자가 주인공인 소설이 어…

    • 2020-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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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토벤의 연금술[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172〉

    베토벤의 연금술[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172〉

    고통은 인간을 무너뜨리기도 하지만 때로는 아름다운 예술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베토벤의 현악사중주 15번은 고통이 어떻게 예술로 승화하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베토벤이 이 곡을 완성한 것은 그가 세상을 떠나기 2년 전인 1825년이었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몹시 고통스러워할 때였다. …

    • 2020-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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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점자 눈꽃[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171〉

    점자 눈꽃[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171〉

    여덟 살짜리 딸은 아버지의 지시대로 옆에서 성경책을 읽었다. 그러면 아버지는 제판기를 이용해 아연판에 점자를 새겼다. 그런데 아이가 읽어주는 성경은 쪽복음, 즉 권별로 분리된 휴대용 성경이어서 제대로 읽기가 힘들었다. 행을 바꿔 읽을 때 같은 줄을 또 읽거나 한 줄을 건너뛰고 읽는 일…

    • 2020-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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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나귀를 기억하라[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170〉

    당나귀를 기억하라[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170〉

    문학은 때때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박해의 기록이다. 프랑스의 이솝이라 불리는 장 드 라퐁텐의 ‘역병에 걸린 동물들’은 박해의 기록으로 손색이 없다. 특히 지금처럼 걷잡을 수 없이 병이 번지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박해의 기록 혹은 알레고리. 동물들이 역병 때문에 죽어가고 있다. …

    • 2020-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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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밤 한 톨에 우는 아이[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169〉

    밤 한 톨에 우는 아이[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169〉

    그는 어느 날 숲속을 거닐다가 숨이 넘어갈 것처럼 자지러지게 우는 어린아이를 보았다. 아이는 참새처럼 팔짝팔짝 뛰면서 울었다. 그 모습이 “마치 여러 개의 송곳으로 뼛속을 찌르는 듯, 방망이로 심장을 마구 두들기는 듯 비참하고 절박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나무 밑에서 주운 밤톨 하나…

    • 2020-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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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학자의 어머니[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168〉

    철학자의 어머니[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168〉

    어머니는 병실 커튼을 젖혀 달라고 하더니 창밖에 서 있는 나무의 노란 잎들을 보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너무 아름답구나.” 딸은 어렸을 때 이후로 어머니가 그런 미소를 짓는 걸 본 기억이 없었다. 그것은 어머니가 젊은 엄마였을 때 짓던 미소였다. 일흔여덟 살의 어머니는 암에 걸려 죽…

    • 2020-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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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리 부는 사나이[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167〉

    피리 부는 사나이[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167〉

    신화나 전설은 비극적인 사건을 은폐하거나 때로는 미화한다. 그림 형제의 ‘독일설화집’과 로버트 브라우닝의 시 ‘얼룩무늬 옷을 입은,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에 나오는 전설도 그러하다. 독일의 작은 도시 하멜른 주민들은 쥐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었다. 쥐들은 음식을 먹어치우고 모…

    • 2020-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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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건 없는 용서[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166〉

    조건 없는 용서[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166〉

    최고의 용서는 용서할 수 없는 것을 무조건 용서하는 것이다.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다의 말인데 얼핏 들으면 언어유희처럼 들린다. 용서할 수 없는 것을 어떻게 용서하는가. 그런데 그것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의 아미시 공동체가 그들이다. 18세기 초에 스위스에서…

    • 2020-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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