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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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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1[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96〉](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5/04/11/131399161.4.jpg)
어둠 속에 엎드려물소리를 듣는다사람들 소리는 사라져도우리는 아직도물소리로 살아서허옇게 소리치고 있다.누구인지,엎드린 사람에게는물소리가 들린다.휘어지지 않기 위하여휘어지는 밤가슴으로 듣는 물소리―권달웅(1944∼ )1984년에 나온 평론집 ‘젊은 시인들의 상상세계’에서 김현 평론가는 이…
![오래 만진 슬픔[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95〉](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5/04/04/131351538.4.jpg)
(생략)갑자기 찾아온이 고통도 오래 매만져야겠다주머니에 넣고 손에 익을 때까지각진 모서리 닳아 없어질 때까지그리하여 마음 안에 한 자리 차지할 때까지이 괴로움 오래 다듬어야겠다그렇지 아니한가우리를 힘들게 한 것들이우리의 힘을 빠지게 한 것들이어느덧 우리의 힘이 되지 않았는가―이문재(1…
![우리가 물이 되어[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94〉](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5/03/28/131305468.4.jpg)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가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우리가 키 큰 나무와 함께 서서우르르 우르르 비 오는 소리로 흐른다면.(중략)그러나 지금 우리는불로 만나려 한다.벌써 숯이 된 뼈 하나가세상에 불타는 것들을 쓰다듬고 있나니만 리 밖에서 기다리는 그대여저 불 지난 뒤에흐르는 …
![또 하루[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93〉](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5/03/21/131255766.3.jpg)
날이 맑고 하늘이 높아 빨래를 해 널었다바쁠 일이 없어 찔레꽃 냄새를 맡으며 걸었다텃밭 상추를 뜯어 노모가 싸준 된장에 싸 먹었다구절초밭 풀을 매다가 오동나무 아래 들어 쉬었다종연이양반이 염소에게 먹일 풀을 베어가고 있었다사람은 뒷모습이 아름다워야 한다고 생각했다―박성우(1971∼ )…
![새봄[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92〉](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5/03/14/131209878.4.jpg)
겨우내 외로웠지요새 봄이 와 풀과 말하고새순과 얘기하면 외로움이란 없다고그래 흙도 물도 공기도 바람도모두 다 형제라고형제보다 더 높은어른이라고그리 생각하게 되었지요마음 편해졌어요축복처럼새가 머리 위에서 노래합니다―김지하(1941∼2022)김지하 시인의 새봄 시리즈 중 하나다. 이 시는…
![마당 앞 맑은 새암을[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91〉](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5/03/07/131165120.5.jpg)
마당 앞맑은 새암을 들여다본다저 깊은 땅 밑에사로잡힌 넋 있어언제나 먼 하늘만내려다보고 계심 같아별이 총총한맑은 새암을 들여다본다저 깊은 땅속에편히 누운 넋 있어이 밤 그 눈 반짝이고그의 겉몸 부르심 같아마당 앞맑은 새암은 내 영혼의 얼굴―김영랑(1903∼1950)나는 ‘영랑’이라는 …
![어부[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90〉](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5/02/28/131127738.1.jpg)
바닷가에 매어둔작은 고깃배날마다 출렁거린다풍랑에 뒤집힐 때도 있다화사한 날을 기다리고 있다머얼리 노를 저어 나가서헤밍웨이의 바다와 노인이 되어서중얼거리려고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고사노라면많은 기쁨이 있다고―김종삼(1921∼1984)세상에는 3월이 제일 중요한 사람들이 있다. …
![동백숲길에서[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89〉](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5/02/21/131081185.1.jpg)
아름드리 동백숲길에 서서그 이름 기억나지 않으면봄까지 기다리세요.발갛게 달군 잉걸불 꽃들이사방에서 지펴진다면알전구처럼 밝혀준다그 길미로처럼 얽혀 있어도섧디설운이름 하나기억 하나돌아오겠지요.―노향림(1942∼ )할 일이 많은데 하기 싫고 바쁜데도 심심하다면 ‘상상 놀이’를 추천한다. 다…
![먼 꿈[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88〉](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5/02/14/131034574.4.jpg)
문득 잠에서 깬 아이는흐릿한 눈을 비비고엄마를 부르며 울기밖에 할 줄 모른다부를 이름조차 잊은기억의 건너편 저 어둠뿐인 세상 밖에서불빛이 비치는 풍경은따뜻하기도 해라나는 또 어디로 발걸음을 옮겨야 하나길잡이별조차 없는 어둠 속에서가만히 혼자 걷는 이 길이 멀기도 하다―장시우(1964∼…
![오래 한 생각[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87〉](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5/02/07/130990092.4.jpg)
어느 날이었다.산 아래물가에 앉아 생각하였다.많은 일들이또 있겠지만,산같이 온순하고물같이 선하고바람같이 쉬운 시를 쓰고 싶다고,사랑의 아픔들을 겪으며여기까지 왔는데 바람의 괴로움을내 어찌 모르겠는가.나는 이런생각을 오래 하였다.―김용택(1948∼)사람은 세상 없이 단 하루도 살 수가 …
![숙희[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86〉](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5/01/31/130948649.1.jpg)
이별한 후에는 뭘 할까 두부를 먹을까 숙희가 말했다내 방에서 잤고 우리는 많이 사랑했다 신비로움에 대해 말해봐 신비로워서 만질 수 없는 것에 대해 숙희는 말했다눈이 내렸을까 모르겠다 신비로워서 만질 수 없는 것을 나는 모른다 두부 속에 눈이 멈춘 풍경이 있다고 두부 한 모에 예배당이 …
![저녁별[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85〉](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5/01/24/130930158.3.jpg)
서쪽 하늘에저녁 일찍별 하나 떴다깜깜한 저녁이어떻게 오나 보려고집집마다 불이어떻게 켜지나 보려고자기가 저녁별인지도 모르고저녁이 어떻게 오려나 보려고―송찬호(1959∼)송찬호 시인의 작품만 가지고 한 달 내내 글을 쓰라고 해도 쓸 수 있다. 올해의 모든 주에 그의 시만 가지고 칼럼을 쓰…
![시간의 얼굴[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84〉](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5/01/17/130885008.3.jpg)
(생략)만인의 것이면서누구의 것도 아닌 너너와 나는 이인삼각애환 함께 하였건만어느 날 고개 돌릴 너끝내 얼굴 없는 너번지 없는 빈 집에문패 달랑 걸어 놓고온데간데없는 너있는 것이란 아무것도 없는 너그러나천지에 꽉 차서없는 곳이없는 너.―장순하(1928∼2022)1월의 고역은 2024년…
![못 박힌 사람[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83〉](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5/01/10/130838126.4.jpg)
못 박힌 사람은못 박은 사람을 잊을 수가 없다네가 못 박았지네가 못 박았다고재의 수요일 지나고아름다운 라일락, 산수유, 라벤더 꽃 핀 봄날아침에 떴던 해가 저녁에 지는 것을 바라보면못 박힌 사람이 못 박은 사람이고못 박은 사람이 못 박힌 사람이고못 자국마다 어느 가슴에든 찬란한 꽃이 …
![담양[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482〉](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5/01/03/130785425.3.jpg)
다친 길고양이가 따라오면 내 뒤의전 세계가 아프고녹슨 컨테이너 아래 민들레는다시 한번 잃을 준비가 되어 있다멀쩡하게 서서그것들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악이 된 기분이 든다현실이라고 하는말도 안 되는 자기 자신은밤 고속도로 위의 불빛 같은현실감 하나로 스스로를 견디고 있었다(하략)―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