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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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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풀물[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60〉](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2/08/13/114939412.1.jpg)
풀밭에서 무심코 풀을 깔고 앉았다. 바지에 배인 초록 풀물 초록 풀물은 풀들의 피다. 빨아도 지지 않는 풀들의 아픔 오늘은 온종일 가슴이 아프다. ―공재동(1949∼ )얼마 전만 해도 사람들은 코로나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셨는지” 서로의 안부를 물었는데 지금은 좀 …
![날개뼈[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59〉](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2/08/06/114832077.1.jpg)
네가 길바닥에 웅크려 앉아 / 네 몸보다 작은 것들을 돌볼 때 / 가만히 솟아오르는 비밀이 있지태어나 한 번도 미끄러진 적 없는 / 생경한 언덕 위처럼녹은 밀랍을 뚝뚝 흘리며 / 부러진 발로 걸어가는 그곳인간의 등 뒤에 숨겨두고 / 데려가지 않은 새들의 무덤처럼―조온윤(1993∼)
![나를 멈추게 하는 것들[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58〉](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2/07/29/114730153.1.jpg)
보도블록 틈에 핀 씀바귀꽃 한 포기가 나를 멈추게 한다어쩌다 서울 하늘을 선회하는 제비 한두 마리가 나를 멈추게 한다육교 아래 봄볕에 탄 까만 얼굴로 도라지를 다듬는 할머니의 옆모습이 나를 멈추게 한다굽은 허리로 실업자 아들을 배웅하다 돌아서는 어머니의 뒷모습은 나를 멈추게 한다나는 …
![남해 보리암에서[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57〉](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2/07/23/114594352.1.jpg)
소원 따위는 없고, 빈 하늘에 부끄럽다이 세상 누구에게도 그리움 되지 못한 몸여기 와 무슨 기도냐별 아래 그냥 취해 잤다―김원각(1941∼2016)
![네가 울어서 꽃은 진다[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56〉](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2/07/15/114477243.1.jpg)
나를 번역할 수 있다면 뜨거운 여름일 것이다/꽃가지 꺾어 창백한 입술에 수분하면 교실을 뒤덮는 꽃/꺼지라고 뺨 때리고 미안하다며 멀리 계절을 던질 때/외로운 날씨 위로 떨어져 지금껏 펑펑 우는 나무들/천천히 지구가 돌고 오늘은 이곳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단 한번 사랑한 적 있지만 다시…
![인간의 길[나민애의 시가깃든 삶]〈355〉](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2/07/08/114364527.1.jpg)
고래의 길과 / 갯지렁이의 길과너구리의 길과 / 딱정벌레의 길과제비꽃의 길과 / 굴참나무의 길과북방개개비의 길이 있고드디어 인간의 길이 생겼다그리고 인간의 길옆에피투성이가 된 고양이가 버려져 있다북방개개비의 길과 / 굴참나무의 길과제비꽃의 길과 / 딱정벌레의 길과너구리의 길과 / 갯지…
![샘[나민애의 시가깃든 삶]〈354〉](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2/07/01/114250942.2.jpg)
군대 간 아들이 보고 싶다고자다 말고 우는 아내를 보며저런 게 엄마구나 짐작한다허리가 아프다며 침 맞고 온 날화장실에 주저앉아 아이 실내화를 빠는 저 여자봄날 벚꽃보다 어지럽던내 애인은 어디로 가고돌아선 등만 기억나는 엄마가 저기 ―전윤호(1964∼ )
![또 한여름[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353〉](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2/06/25/114102640.1.jpg)
소나기 멎자매미소리젖은 뜰을다시 적신다.비 오다 멎고, 매미소리그쳤다 다시 일고,또 한여름이렇게 지나가는가.소나기 소리매미소리에아직은 성한 귀기울이며또 한여름이렇게 지나보내는가. ―김종길(1926∼2017)
![별과 고기[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52〉](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2/06/18/113988071.1.jpg)
밤에 눈을 뜬다. / 그리고 호수에 / 내려앉는다.물고기들이 / 입을 열고 / 별을 주워 먹는다.너는 신기한 구슬 / 고기 배를 뚫고 나와 / 그 자리에 떠 있다.별을 먹은 고기들은 / 영광에 취하여 / 구름을 보고 있다.별이 뜨는 밤이면 / 밤마다 같은 자리에 / 내려앉는다.밤마다 …
![달[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51〉](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2/06/11/113887912.1.jpg)
그대 보이지 않는 것은없어진 것이 아니라수미산이 가려 있기 때문이리그대 미소가 보이지 않는 것은없어진 것이 아니라잎새에 가려 있기 때문이리그대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은없어진 것이 아니라바람 속에 묻혀 있기 때문이리아 두고 온 얼굴을 찾아하늘로 솟구치는 몸부림그대 가슴에 뚫린 빈 항아…
![세계의 포탄이 모두 별이 된다면[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50〉](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2/06/03/113785564.1.jpg)
(상략)세계의 각종 포탄이 모두 별이 된다면/그러면 전 세계의 시민들이/각자의 생일날 밤에/멋대로 축포를 쏜다 한들/나서서 말릴 사람이 없겠지요포구가 꽃의 중심을 겨누거나/술잔의 손잡이를 향하거나/나서서 말릴 사람이 없겠지요별을 포탄삼아 쏘아댄다면/세계는 밤에도 빛날 테고/사람들은 모…
![반달[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49〉](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2/05/27/113664402.1.jpg)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가기도 잘도 간다 서쪽 나라로. 은하수를 건너서 구름 나라로 구름 나라 지나선 어디로 가나 멀리서 반짝반짝 비치이는 건 샛별이 등대란다 길을 찾아라. ―윤극영(1903∼1988)시는 읽는 …
![청개구리[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48〉](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2/05/20/113513901.1.jpg)
어느 날 아침 게으른 세수를 하고 대야의 물을 버리기 위해 담장가로 갔더니 때마침 풀섶에 앉았던 청개구리 한 마리가 화들짝 놀라 담장 높이만큼이나 폴짝 뛰어오르더니 거기 담쟁이넝쿨에 살푼 앉는가 했더니 어느 사이 미끄러지듯 잎 뒤에 바짝 엎드려 숨을 할딱거리는 것을 보고 그놈 참 신기…
![새봄 9[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47〉](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2/05/13/113391129.1.jpg)
벚꽃 지는 걸 보니푸른 솔이 좋아푸른 솔 좋아하다 보니벚꽃마저 좋아―김지하(1941∼2022)
![떨어진 단추 하나[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46〉](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2/05/06/113268773.1.jpg)
해질 무렵,운동장을 가로질러 가다가떨어진 단추 하나를 보았지.그래, 그래, 우리는노는 일에 정신이 팔려이렇게 단추 하나 떨어뜨리지.그래, 그래, 우리는노는 일에 정신이 팔려서쪽 하늘에 깜빡, 해를 하나 떨어뜨리지.―이준관(19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