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채운 북한 김정은 잠행…일주일 내 공개석상 복귀에 촉각

  • 뉴스1
  • 입력 2023년 2월 1일 11시 07분


코멘트
600mm 초대형방사포의 증정식이 열린 작년 12월31일 김정은 총비서의 모습. (평양 노동신문=뉴스1)
600mm 초대형방사포의 증정식이 열린 작년 12월31일 김정은 총비서의 모습. (평양 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잠행이 한 달간 이어지고 있다. 새해 국정 운영 기조 확립을 위해 박차를 가해야 할 연초에 이처럼 장기간 잠행은 이례적이어서 관심을 끈다.

1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김 총비서는 지난달 1일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와 제9차 조선소년단 대회 참가자들과의 기념사진 촬영 일정 이후 현재까지 공개행보가 없다.

사실상 새해 첫날 일정을 소화한 이후 한 달이 넘도록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이다. 보도일 기준으로 계산하면 30일째 공개 석상에 등장하지 않은 것으로, 이는 지난해 최장 잠행 기간을 넘어가는 수준이다.

김 총비서의 잠행 자체가 ‘특이한 현상’은 아니지만 시점상, 올해 제시한 국정 계획 이행을 위한 추동력을 확보해야 할 연초에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유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 참관(12일)과 ‘중요 무기체계’를 생산하는 군수공장 현지지도 및 함경남도 연포 남새(채소)농장 방문(이상 28일), 리용무 전 국방위 부위원장 조문(29일) 등으로 1월 내내 활발한 공개행보를 보였다. 이 사이 당 정치국회의(20일)도 한 차례 주재했다.

1월에 김 총비서가 참석할 만한 행사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그러나 김 총비서는 최근 3년간 빼놓지 않고 참석했던 설 명절 경축 공연 관람도 건너뛰었고,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8차 회의에도 불참했다. 대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우방국 지도자들에게 신년 연하장을 보내는 등 ‘서한 외교’는 이어갔다.

이에 따라 올해 첫날까지 이어졌던 공개적인 군사적 위협도 한 달가량 멈춘 상황인데, ‘연말 전원회의’(12월26~31일) 이후 북한 전역에서 연초 경제부문 성과 추동에 집중된 분위기가 영향을 끼쳤을 수 있어 보인다.

올해는 북한의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3년차로, 전문가들은 올해가 5년 성과에 가장 큰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은 시기로 보고 있다. 특히 북한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계획했던 수준의 경제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어 올해 성과 도출에 전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혹은 지난달 말 북한의 방역 상황이 일시적으로 악화된 것이 김 총비서 행보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독감과 호흡기 질환 환자들이 늘어난 것을 이유로 지난달 25일 0시부터 29일 0시까지 닷새간 평양에 ‘봉쇄령’을 내렸다.

이 ‘특별 조치’는 연장되지 않고 종료됐지만 환자 증가 추세에 긴장한 당국이 혹시 모를 가능성에 대비해 김 총비서의 공개행보를 최대한 줄이는 등 ‘1호’ 주변 방역을 강화했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연초 한 달 잠행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며 지난해 연말 숨 가쁜 일정을 소화한 김 총비서의 건강에 이상이 생겼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한다.

김 총비서는 역대 최장으로 열린 엿새간의 전원회의 이외에도 별도로 정치국 회의(12월30일)를 개최하고 이튿날 600㎜ 초대형방사포 증정식에 참석, 2023년 신경축대공연을 관람했다. 그리고 새해 첫날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소년단 대표와의 만남을 이어갔다. 이에 앞서 11월에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7형’을 발사하면서 이를 대대적으로 대내외에 선전하기도 했다.

만약 개인의 신상 관련 이상이 없다면 김 총비서는 이달 초 공개활동을 재개할 것이 유력하다.

오는 6일 ‘일당백’ 구호 제시 60주년을 시작으로 8일 조선인민군 창건 75주년(건군절), 16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광명성절) 등 열흘 가까이 최고지도자의 참석이 유력한 북한의 주요 정치 행사가 줄줄이 예정돼 있다.

특히 오는 8일 정주년(5·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 건군절을 맞아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하는 동향이 지속해서 포착되고 있는데 김 총비서가 집권 이후 열병식에 불참한 적이 거의 없어 이날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 열병식을 전후해 본격적인 군사활동을 재개하는 등 내부 결속에 집중했던 분위기를 전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달 29~30일 사이에는 함경남도 마군포 기지에서 고체연료 엔진 시험을 진행한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그러나 만약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도 김 총비서가 잠행을 이어간다면 신변 이상설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여,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뉴스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