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경고에도 文 국정 마이웨이…지지율 최저 경신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12일 12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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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해 마스크를 벗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2021.4.5. 청와대사진기자단
5일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해 마스크를 벗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2021.4.5. 청와대사진기자단
4·7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국정 쇄신을 꾀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고심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이번 선거에 나타난 민심은 문재인 정부의 모든 것을 확 바꾸라는 것이었는데, 문 대통령은 기존 정책과 국정 기조를 큰 틀에서는 유지하려는 뜻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접점을 찾기가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단 문 대통령은 선거 참패의 후유증을 조기에 수습하고 국정운영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돌파구로 청와대 참모진과 내각 교체라는 ‘인적 쇄신’ 카드를 이번 주에 꺼내들 것으로 전해졌다. 정세균 국무총리를 비롯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경제팀의 대대적인 물갈이가 예상되는 가운데 대통령정무수석과 인사수석 등 일부 청와대 참모진 교체도 거론되고 있다.

정책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라서 내각과 청와대 참모가 교체되면 국정을 일신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과거 정부에서 단명 장관을 양산한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고비마다 자주 개각을 단행한 것도 국정 쇄신을 통한 대통령의 정국 주도권 확보를 위해서였다. 참모를 오랫동안 믿고 쓰는 스타일인 문 대통령도 이번에는 인적 쇄신을 하지 않고는 선거 패배를 수습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국정 쇄신을 위해 장관 몇 사람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이번 선거에 나타난 민의를 정확히 읽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작금의 민심을 요약하면 정책에서는 규제와 강제 위주의 부동산, 코로나19 방역 대책을 변경하라는 목소리가 많았고, 여권의 국정운영 행태에 대해서는 위선적인 모습을 탈피하라는 주문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잘못한 것은 잘못한 대로 인정하고, 잘 한 일은 잘 한 일로 평가하는 상식적인 국정운영을 해 달라는 요구였던 것이다.

하지만 선거 참패 이후의 여권 상황을 보면 전체적인 국정 기조에서는 변화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재·보선 다음날인 8일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밝힌 입장에서 “국민의 질책을 엄중히 받아들인다. 더욱 낮은 자세로, 보다 무거운 책임감으로 국정에 임하겠다. 코로나 극복, 경제 회복, 민생 안정, 부동산 부패 청산 등 국민의 절실한 요구를 실현하는 데 매진하겠다”고 했다.

‘질책을 엄중히 받아들인다’거나 ‘낮은 자세’라는 표현을 사용해 몸을 많이 낮추면서도 부동산 부패 청산 등 현 정부가 추진해 온 기존 정책은 중단 없이 밀고 가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는 해석이 나온 바 있다.

국정 기조 고수의 영향 때문인지 지난주 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가 다시 최저치를 경신하면서 선거 이후 여권이 보여준 일련의 위기 대응에 대한 국민적 평가는 일단 박하게 나왔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실시한 4월 1주차(5~9일) 주간 집계에서 문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전주보다 1.2%포인트 떨어진 33.4%로 취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그동안 가장 강력한 지지를 보내준 호남에서 7.4%포인트 급락했고, 연령대별로는 20대에서 8.5%포인트 떨어져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 있다.

문 대통령이 15일 1년 4개월 만에 확대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며 경제를 직접 챙기는 것에서도 분배와 평등에 초점을 맞춰온 경제정책 기조를 고수하겠다는 뜻이 읽히는 대목이다. 기존에 추진하던 경제정책에서 성과가 난다면 정책 변경에 대한 선거 민의나 필요성을 상쇄시킬 수 있다는 판단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개혁 이슈가 맞물려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 후임 임명에서 대학 후배이자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차기 총장으로 임명할지도 향후 국정 기조 전환 여부를 판단하는 주요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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