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북미 ‘일괄타결’ 위해 신뢰구축 필요…北선제행동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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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4월 26일 06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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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선언 1년]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 인터뷰
“비핵화·평화정착, 시간걸려…남북정상회담, 5월 중순까지 열려야”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가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4.24/뉴스1 © News1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가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4.24/뉴스1 © News1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지난 24일 북미 대화가 본 궤도에 안착하기 위해선 마중물이 중요하다며 “북한의 선제적 행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바탕으로 양측간 신뢰가 쌓이면 ‘포괄적 합의’와 ‘단계적 이행’으로 진전이 수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문 특보는 4.27판문점 선언 1주년을 앞두고 정부서울청사 창성동별관 외교안보특보실에서 진행한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북한이 국제사회에 공언한 대로 풍계리 핵실험장 사찰과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의 전문가 참관 하 폐기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미국은 ‘일괄타결식 빅딜’ 입장을, 북한은 ‘단계적, 동시적’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우리 정부는 ‘굿 이너프 딜(충분히 괜찮은 거래)을 통해 북미 간 이견을 좁힌다는 구상이다. 포괄적 로드맵에 합의한 뒤에 압축적으로 단계적 이행을 해나가도록 한다는 것. 문 특보는 북한의 선제적 행동을 일괄타결 앞에 뒀다.

문 특보는 “미국에서 가장 큰 불만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비핵화에서) 지금까지 한 게 말과 약속, 커미트먼트(약속)만 있었지 행동은 없었다는 점이다”며 “북한이 선제적 행동을 보이면 트럼프 대통령이 훨씬 유연하게 나올 수 있고, 한국 정부도 그 만큼 미국을 설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문 특보는 1년 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났을 때의 기대와 달리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뒷걸음쳤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선 “70년 넘은 분쟁인데, 핵문제만 하더라도 제네바합의부터 40년이 됐다. 아무리 정상들이 관심을 쏟고 노력을 한다고 해도 1~2년만에 해결될 순 없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오만가지 ’업 앤 다운(기복)‘이 있는 게 한반도 평화의 길이지만 상당한 진전이 이뤄졌다”며 합의문을 도출 못한 하노이에서도 “가장 본질적 문제를 다뤘다”고 진단했다. 그는 “북미 정상이 서로 원하는 것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미국에선 그것만으로도 성공이라고 한다. 북한에선 거기선 좀 섭섭한 부분이 있겠지만, 진일보했다고 본다. 2017년에 비해서 상당히 고무적이고 희망적인 게 많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공식화한 4차 남북정상회담 추진에 대해선 “북한은 당연히 수용해야 한다”며 시기에 대해선 트럼프 대통령이 5월 말 방일 일정을 감안, “늦어도 5월 중순까지”라고 언급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하게 되면 북미, 남북미 정상회담 개최도 가능하다고 봤다.

8년만의 북러정상회담에 대해선 북한의 “(외교) 다변화 전략”이라고 분석하며 “(하노이) 협상에서 소기의 성과가 없으니 다른 옵션을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정은 위원장 입장에선 미국으로부터 푸대접 받은 국가들끼리 연대한다는 생각도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 그렇지만 러시아가 북한의 비핵화에 찬성하고 있고, 한러 간 경제 협력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북러 회담은 우리 측에 긍정적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가 관심을 보이는 6자회담 재개에 대해선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은 있지만 미국이 제안을 안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내년 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여러 국가가 끼면 성과가 빨리 나오지 않는다”면서 핵 문제 해결 이후에는 경제 복구 등에서 다자 틀이 개입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문 특보는 워싱턴 내 대북 인식에 대해선 “2가지 접근 방법이 있다”며 “하나는 ’죄와 벌‘의 접근법인데 북한은 죄를 지었고,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인식”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제재에 대해서도 북한이 완전히 포기하고, 죄를 뉘우쳐야 완화해줄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고 전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사업을 한 사람”이어서 “협상을 알고, 상대방 기분을 살려주면서 그걸 통해서 상대를 바꾸려고 하는 게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 식으로 생각하는 건 (워싱턴에선) 극도의 소수파들이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개인적인 생각”이라며 북핵 문제에 대한 가장 신속한 해결책은 “미국이 북한과 수교하고, 더 나아가서 군사 협력까지 하고. 정 필요하다면 북한에 핵우산까지 제공할 용의가 있다는 자세로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진짜 북핵 문제를 해결할 용의가 있으면 그런 전향적이고 혁명적 사고”가 필요함을 강조한 발언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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