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의 땅에서 평화의 땅으로’…철원 화살머리고지

  • 뉴시스
  • 입력 2018년 10월 3일 1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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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북은 ‘9·19 평양공동선언’ 이후 비무장지대(DMZ)‘를 갈등의 땅에서 평화의 땅으로 바꾸기 위한 역사적 첫발을 뗐다.

남북은 6·25전쟁 당시 최대 격전지 중 하나인 강원도 철원 화살머리고지에서 내년 4월 공동유해발굴 작업에 앞서 1일부터 지뢰탐지 및 제거 작전에 돌입했다.

2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를 출발해 강원도 철원군 철원읍 대마리 일대에 있는 화살머리고지 앞 일반전초(GOP)에 도착했다. 정전협정 이후에도 총성이 끊이지 않던 이곳에서 남북이 평화의 첫 발을 내딛는다는 설렘과 기대감에 취재열기도 뜨거웠다.

이곳은 하늘에서 본 모양이 화살촉을 닮았다고 해서 화살머리고지라 불린다. 고지 정상에 우리군의 최전방 감시초소(GP)가 있고, 오른쪽으로는 유명한 백마고지가 보였다.

DMZ로 들어가는 관문인 남방한계선의 GOP에서 안전을 위해 방탄헬멧과 방탄조끼를 착용하고, 휴대전화를 반납했다. 최종 신원확인을 거쳐 DMZ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허락됐다.

3중으로 되어 있는 GOP철책은 과학화경계시스템이 완비돼 있었다. 철책에는 벌집모양의 광망센서가 촘촘하게 얽혀있고, 약 100m마다 설치된 지능형 감시장비가 GOP 철책 안팎을 24시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육군의 신형전술차량에 몸을 싣고 커다란 통문을 지나 DMZ 안으로 들어섰다. 가파른 비포장 도로를 따라 정상에 있는 GP에 다다르자 주변 일대가 한 눈에 들어왔다.

불과 전방 500m 거리에 65년 동안 한반도를 남과 북으로 가른 군사분계선(MDL)이 보였다. 그 넘어 산등선 사이로는 북한군 GP의 일부도 눈에 들어왔다.

군인을 제외한 민간인의 출입이 철저히 통제된, 수목이 우거진 평화롭기 그지없는 곳이었지만 정전 이후 줄곧 남북이 서로를 향해 총구를 거두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니 긴장감이 밀려왔다.

화살머리고지는 1953년 6월 29일부터 7월 11일까지 두 차례에 걸쳐 연합군이 중공군을 상대로 격전을 벌여 승리한 곳이다. 이곳에는 국군전사자 유해 200여구, 미국과 프랑스 등 유엔군 전사자 유해 300구가 매장된 것으로 국방부는 추정하고 있다. 중공군 전사자는 1000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남북 군 당국이 공동유해발굴 시범지역으로 삼은 이유다.

남북은 군사분야 합의서에 따라 공동유해발굴에 앞서 1일부터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 지뢰탐지 및 제거 작전에 돌입했다. 군 당국이 DMZ 안에서 벌어지는 대대적인 지뢰탐지 및 제거 작전을 언론에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뢰탐지 및 제거 작전이 화살머리고지 전 지역에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화살머리고지 GP에서부터 MDL까지 일정 구역을 지정해 지뢰탐지 및 제거를 하게 된다.

북한도 화살머리고지 GP와 마주한 GP에서부터 MDL까지 같은 작전을 펼친다. 내년 4월부터 있을 남북 공동유해발굴 시범작업을 위한 사전 준비 과정이다.

지뢰탐지 및 제거 작전은 이곳 GP를 기점으로 2개 지역에서 동시에 시작했다. GP로부터 MDL까지 이미 확보된 수색로를 좌우 폭 4m로 확장하기 위한 지뢰탐지가 이뤄졌다.

두 번째 지역은 6·25전쟁 당시 교통호가 있던 지역으로 격전지였다. 이곳은 기존 수색로의 폭을 10m로 확장하게 된다. 교통호 주변으로 상당수의 유해가 매장됐을 것으로 추정돼 공동유해발굴 작업이 집중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부대 관계자는 “이 일대는 지뢰 매설 기록이 없어 대인·대전차 지뢰는 물론 수류탄, 박격포탄 등 많은 불발탄이 산재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지뢰탐지는 숀스테드라는 지뢰 탐지장비를 이용해 1차적으로 매설된 지뢰가 있는지를 살핀다. 이 장비는 지하 3m 깊이까지 묻혀 있는 금속 물질을 찾아낼 수 있다.

이상이 없다고 판단되면 예초기와 체인톱을 이용해 잡초와 수목을 제거한다. 이어 민감도를 높인 지뢰탐지기를 이용해 다시 한 번 매설된 지뢰가 있는지 확인한다.

부대 관계자는 “숀스테드는 합금을 탐지하는데 있어 다소 제한적”이라며 “합금처리가 된 M-14 대인지뢰를 찾아내기 위해서는 민감도가 높은 지뢰탐지기를 이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뢰나 폭발물을 발견한다고 해서 곧바로 제거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지뢰가 매설됐을 것으로 의심되는 곳에 별도의 표식을 해두면 이동형 공기압축기를 이용해 지뢰나 폭발물 주변의 잔해물을 깨끗하게 치워 지뢰 제거를 위한 환경을 만든다. 이후 폭발물처리반(EOD)이 지뢰를 수거해 정해진 장소에서 안전하게 해체하는 것으로 과정이 마무리된다.

이번 작전에 투입된 인원은 130여명이다. 지뢰탐지 및 제거 임무에 공병대대원 80명, 경계작전을 위한 수색대대 4개팀 24명이 투입됐다. 유해발굴 태스크포스(TF)와 의무·통신·정비·EOD 등 작전지속지원팀도 함께 움직인다.

장병들은 지뢰화와 덧신를 비롯해 각종 방탄장구류와 장비 등 1인당 20㎏ 안팎의 장구류를 착용하고 작전을 펼친다. 움직임을 최소화한다지만 워낙 긴장도 높은 작전이라 체력소모가 크다. 한 번에 10~15분 정도씩 탐지 임무를 하고 교대하기를 반복해야 한다.

남북은 하루 오전·오후 각 2시간씩 작전을 펼치기로 합의했지만 작업환경과 기상여건 등을 고려하면 많은 인원을 투입해도 한계가 있다. 작전 과정에서 유해가 나오면 현장에 투입된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 수습을 해야 한다.

만일에 있을 안전사고에 즉각 대응하기 위해 군의관을 포함한 구조팀도 현장에 투입해 있다. 작전이 이뤄지는 동안에는 수색대대 장병들이 상시 경계태세를 유지한다.

현재 화살머리고지 일대에 얼마나 많은 지뢰가 매설돼 있는지 알 수 없다. 시간이 지나면서 홍수나 산사태 등 지형지물의 변화로 매설된 지뢰가 다른 곳으로 이동했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장병들의 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숙련된 장병들 위주로 작전에 투입했다. 130여명 중 간부 비율이 60%를 차지한다.

지뢰탐지 및 제거작전과 함께 GOP 통문 앞 비문교 앞에서 MDL까지 폭 12m, 길이 1.7㎞의 도로개설 작전도 함께 진행된다. 우선은 굴삭기를 이용해 수목을 제거하고, 지뢰탐지 및 제거 작전 장비를 투입할 수 있는 진입로를 확보한 뒤 배수로와 전기시설, 도로가 조성된다.

도로가 개설되면 MDL을 사이에 두고 남과 북을 연결하는 도로가 완성된다. 유해발굴 공동사무소가 설치괴도 이도로를 이용해 남북이 공동으로 화살머리고지 일대 유해발굴 시범작업을 하게 된다.

화살머리고지는 정전 이후 65년이 지난 지금도 일촉즉발의 위험지대다. 한반도 안보환경의 변화 속에 이제 막 평화의 첫 걸음을 뗐다.

이번 작전을 총괄하는 박상희 지뢰제거작전통제단장(육군 대령)은대령은 “남북공동 유해발굴을 위한 지뢰제거 작전과 도로개설 임무를 안전하고 완벽하게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철원=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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