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與, 소수당 되고도 ‘靑오더’ 받고 국회의장직 요구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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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의 임시 지도부인 혁신비상대책위원회가 어제 전국위원회의 추인을 받아 공식 출범했다. 4·13총선 참패 50일 만이다. 김희옥 위원장은 “비대위 앞에 혁신이라는 두 글자가 붙어있는 것은 당명만 빼고 모두 다 바꿔야 한다는 절박함을 의미한다”면서 “정략적 파당과 이로 인한 갈등은 국민이 바라는 모습이 아니며 그런 퇴행적 모습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친박의 추천으로 그 자리에 앉아 당 안팎에서 5명씩 계파별로 신경 써 비대위원 10명을 선임한 그가 8월 전당대회까지 혁신다운 혁신을 할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혁신비대위가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사안은 공천 탈락 후 탈당한 뒤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의원들의 복당 문제일 것이다. 정진석 원내대표가 “국회 원 구성 전 복당은 없다”고 선을 그었으나 당 일각에선 원 구성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서는 복당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탈당자 7명 중 복당 신청을 한 사람은 5명이다. 친박, 비박이 각각 거부감을 보이는 유승민, 윤상현 의원은 빼더라도 나머지 3명을 받아들여 원내 1당의 지위를 차지해야 국회의장 확보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눈앞의 이익만 좇는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새누리당이 ‘퇴행성’에서 벗어나려면 오만과 독선을 깨고 청와대와 수평적 관계를 통해 정국을 주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국회의장직에 연연하지 않겠다”던 여당이 갑자기 “국회의장은 여당이 맡는 게 관례”라며 의장직에 집착하고, 두 야당이 국회법 규정대로 표결에 부치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자 “야합(野合)”이라며 원 구성 협상 자체를 보이콧하는 모습을 보면 퇴행이 따로 없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국회 표결 당시 박관용 국회의장은 야당인 한나라당 소속이었다. 여당이 국회의장의 중요성을 뒤늦게 깨달은 것인지, 주요 상임위원장 배분 협상용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어떤 이유든 복당을 이용해 제1당이 되겠다는 건 여소야대를 만든 총선 민의에 어긋난다. 일각의 추측처럼 ‘청와대의 오더’에 따라 원내대표가 독자적 협상권마저 포기한 것이라면 앞으로도 혁신은 기대하기 어렵다.

새누리당의 총선 참패는 청와대 주문대로 정치하고 공천해도 다수당이 될 것이란 착각과 오만 때문이었다. 아직 반성도, 쇄신도 없는 것은 소수여당의 불이익과 설움을 처절하게 느끼지 못했다는 얘기다. 김 위원장이 진정 혁신을 이끌려면 협상 대표의 자율성부터 잡아줘야 한다.
#새누리당#혁신비상대책위원회#정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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