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개헌논의 급물살]성낙인 서울대 로스쿨 교수 “1987년 뛰어넘을 새 헌법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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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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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법학교수회장을 맡고 있는 성낙인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사진)는 7일 “이제는 모든 국민 생활의 ‘전범(典範)’다운 새로운 헌법이 필요한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성 교수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헌법 개정 논의가 정쟁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며 “대한민국이 좌우 대립으로 60년 넘도록 개헌에 나서지 못하는 일본식 개헌 불임(不姙) 국가가 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왜 지금 개헌이 필요한가.

“대한민국은 1948년 제헌 헌법을 시작으로 1987년 개정 헌법까지 10개의 헌법을 가졌다. 지금은 사반세기 넘도록 1987년 개정 헌법을 쓰고 있다. 당시 개헌은 대통령 직선제에 매몰돼 헌법학 교수들의 참여가 사실상 배제됐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비상사태 아닌 정상적인 상태에서 국민과 국회의 숙고를 거쳐 공동체의 규범을 새로 모색할 때가 됐다. 60년 넘게 대한민국이 가졌던 제도들이 역사의 향기를 가질 수 있도록 보듬어 안고 이를 다시 발전시켜야 한다.”

―외국은 헌법을 자주 바꾸나.

“대부분의 국가는 국가적 국민적 요구에 따라 헌법도 수시로 바꾼다. 오래된 헌법을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가 일본이다. 1946년 미(美) 군정하에서 만들어진 헌법을 60년 넘게 사용하면서 토씨 하나 바꾸지 못하고 있다. 평화조항 문제, 천황 제도 등을 둘러싼 좌우의 대립으로 개헌을 못하는 것이다. 독일은 통일 이후 수차례 헌법을 개정했다.”

―현행 헌법의 어떤 부분을 먼저 논의해야 하나

“우선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명확히 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국가는 애국가, 국기는 태극기, 수도는 서울 등 정체성을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치권은 권력구조에 관심이 많겠지만 세계화, 정보화는 물론이고 지방분권 시대에 어울리는 새로운 규범들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최근 강조되는 사회권의 의미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현행 헌법에 문제점이 많나.

“현행 헌법이 안고 있는 흠결의 보정이 필요하다. 예컨대 대통령 선거 기간 중의 후보자 유고 시 아무런 대책이 없다. 1956년과 1960년 대선 기간 중에 제1야당의 후보자가 사망해 여당 후보가 손쉽게 당선된 경험도 있지 않나. 군사정권 시절에 만들어진 국가배상청구권에서 군인 경찰 배제 조항(29조 2항) 같은 것도 바꿔야 한다.”

―박근혜 정부에서 개헌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마침 야당이 먼저 공식적으로 개헌 논의를 꺼냈다. 수차례의 개헌 논의가 있었지만 1987년 이후 야당이 먼저 개헌을 제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야당의 협조와 여당의 결심만 있다면 개헌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본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성낙인#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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