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 인구편차 美-獨-日은 ‘1~2 대 1’인데… 한국은 3 대 1 고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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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국회도 지역구 늘듯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 이후 정치권의 관심은 19대 총선 선거구 획정에 쏠려 있다. 이미 민간인들로 구성된 국회 선거구획정위원회는 선거구 획정안을 이달 중순 마련했다. 다음 달 초 이 방안이 국회 정치개혁특위에 보고되면 선거구를 둘러싼 의원들 간 힘겨루기가 시작된다. 하지만 선거구 획정안이 헌법 정신에 역행하는 등 정치선진화 방향과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위헌 소지 담긴 획정안


선거구 획정안에 따르면 8개 선거구를 신설하고 5개 선거구를 통합하도록 했다.

▶본보 11월 12일자 A8면 참조
A8면 내년 총선 선거구 3곳 늘리는 방안 마련


이 획정안은 인구가 가장 많은 선거구와 가장 적은 선거구의 최대 인구편차를 3 대 1로 맞춰 마련했다. 다시 말해 한 지역구의 최소 인구는 10만3469명, 최대 인구는 그 3배인 31만406명으로 맞춘 것이다. 최소 인구에 못 미치면 지역구를 합치고 최대 인구를 넘으면 지역구를 나누게 된다.

이런 인구편차 기준은 2001년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른 것이다. 당시 선거구 획정의 인구편차 기준은 3.88 대 1이었다. 하지만 헌재는 인구편차가 3 대 1을 넘으면 한 표 가치의 차가 너무 커 평등선거에 위배된다고 봤다. 인구수에 따라 당락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헌재는 앞서 1995년에는 인구편차의 합헌 기준을 4 대 1로 잡았다. 헌재가 6년 만에 그 기준을 3 대 1로 낮춘 것이다. 문제는 3 대 1 기준을 제시한 헌재가 결정문에서 ‘상당한 기간이 지나면 인구편차 2 대 1을 기준으로 위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밝힌 점이다.

정치권에서는 3 대 1 기준이 마련된 것이 이미 10년이 지난 만큼 이제는 2 대 1로 낮춰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만약 누군가 3 대 1 기준이 위헌이라며 소송을 제기하면 헌재가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은 1 대 1, 독일은 1.3 대 1, 프랑스는 1.5 대 1, 일본은 2 대 1 수준이다.

○ 시도 격차 등 고질적 문제 외면


‘인구편차 3 대 1’ 기준을 고수하면서 지역구 의원은 늘고 비례대표는 또다시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18대 국회에서도 지역구 2석이 늘면서 비례대표는 그만큼 줄었다. 시뮬레이션 결과 인구편차를 2.5 대 1로 낮추면 지역구가 5곳이 준다. 인구 하한선이 올라가 통합 대상이 늘어나는 만큼 오히려 지역구를 줄이고 비례대표를 늘릴 수 있지만 지역구 의원이 다수인 국회에서 이런 주장은 ‘공허한 메아리’다.

이번 선거구 획정안에는 시도별 인구수와 의원 정수 간 불균형을 해소하자는 의견도 반영되지 않았다. 현재 대전의 인구는 광주보다 5만여 명 많은데도 의원 수는 2명이 적다. 대전의 지역구별 평균 인구는 25만1922명으로 전남(15만9332명)보다 10만 명 가까이 많다.

선거구를 유지하기 위한 ‘인구 부풀리기’ 논란도 재연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은 경북 영천시와 경남 남해·하동군이다. 영천시는 올해 8월 인구가 10만2775명으로 단독 선거구 유지가 불가능했지만 선거구 획정을 앞둔 9월 1300여 명이 갑자기 늘어 통폐합 대상에서 빠졌다. 하동군도 올해 7∼9월 두 달 새 인구가 2200여 명 늘었다.

선거구획정위 관계자는 “인구편차를 낮추고 시도 간 불균형을 해소하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논의 기간이 두 달밖에 안 돼 현실적으로 크게 바꿀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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