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우익 - 北지재룡, 작년 11월 비밀접촉… 시진핑 측서 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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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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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중순 남북 고위급 인사가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중국 최고 지도부의 주선으로 비밀리에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비밀접촉 뒤 일주일도 안 돼 북한은 연평도 포격도발을 감행했다.

1일 베이징의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8일 또는 19일 김덕룡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상임의장 겸 대통령국민통합특별보좌관과 류우익 당시 주중 한국대사(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중국 정부의 국빈관인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를 1시간 이상 만났다.

이 남북 접촉은 중국 차기 국가주석으로 유력한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 판공실(비서실)의 주선으로 이뤄졌다. 중국 측이 이런 만남을 주선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당시 남북 간 만남에는 시 부주석 판공실 관계자 등 중국 인사들이 동석했다.

대화 주제는 남북 정상회담 개최와 사전 조치, 인도적 대북 지원 등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남북 양측은 정상회담의 필요성에 공감했으나 남측은 천안함 사건에 대한 사과 없이는 정상회담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방침을 북측에 전했다고 한다. 당시 북측의 주장은 알려지지 않았다.

중국 측은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강조하고 긴장 완화를 위해 남북 정상회담 개최를 적극 지지하는 입장이었다고 한다. 당시 시 부주석은 아시아 아프리카 4개국을 순방 중이었지만 회담에 참석한 중국 측 인사들은 그의 핵심 측근들이었던 만큼 시 부주석의 뜻으로 해석된다.

김 특보는 베이징 방문에 앞서 남북 접촉을 청와대에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김 특보는 특별한 현안 없이 베이징에 머물러 궁금증을 불러왔다. 또 베이징에 오기 전에 “천재지변의 홍수를 겪는 북한 주민을 위해 식량 지원을 조심스럽게 제안한다”면서 천안함 폭침사건 이후 경색된 남북관계에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날 접촉이 이뤄진 4, 5일 후인 지난해 11월 23일 북한은 연평도를 포격했고 남북 관계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이후 중국 외교부는 류 대사와 지 대사를 따로 불러 냉정과 절제를 거듭 주문했다.

김 특보와 류 전 대사가 중국의 중재하에 지 북한 대사와 접촉 라인을 계속 유지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올해 6월 1일 북한은 5월 남북 간에 개성과 베이징에서 비밀 접촉한 사실을 폭로했다. 당시 북한이 만났다고 폭로한 남한 당국자에는 김 특보와 류 전 대사는 포함되지 않았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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