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뭘 몰라”… 재정부, 예산논란 조목조목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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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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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尹장관 발언이후 기류 급변

8일 한나라당이 내년 예산안을 단독 처리한 뒤 예산 담당 부처인 기획재정부는 극도로 말을 아껴 왔다. 예산실 실무자들은 “작금의 상황(정치적 후폭풍)이 너무 당황스럽다” “우리 같은 경제관료들은 너무 정치적 감각이 없는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13일 오후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를 방문해 안상수 대표에게 “당도 재정 원칙을 지켜주길 바란다”며 ‘할 말’을 하면서 재정부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정치권의 공격에 무작정 당하지만은 않겠다는 기류가 형성된 것이다.

같은 날 오후 5시경 재정부는 이번 단독처리 후폭풍의 최대 쟁점인 복지예산 관련 자료를 내고 브리핑을 했다. 예정에 없던 것이다. 재정부는 우선 “복지예산은 당초 정부안보다 1214억 원이나 증액된 86조4000여억 원이 확정됐다”고 밝혔다. ‘4대강 예산을 밀어붙이려고 서민복지 예산을 누락했다’는 야당의 공세에 대한 반박인 셈이다. 최상대 복지예산과장은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 복지예산 규모(86조3000여억 원)도 올해보다 6.2% 증가한 것인데 국회 심의 단계에서 다시 추가 증액돼 6.3%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 예산 대비 복지 비중도 28.0%로 역대 최고 수준이라는 게 재정부의 설명이다.

또 재정부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증액 의결한 일부 복지예산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반영되지 않은 것을 ‘복지예산 삭감’이라고 표현한 정치권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한 당국자는 “국회 상임위는 정부로 치면 각 부처와 같다. 각 부처에서 예산안을 짠 것을 (전체 예산을 편성하는) 재정부가 그대로 다 받아들이는 것을 봤느냐. 같은 이치로 국회 예결위에서 최종 증액 결정이 나고 헌법상 규정대로 ‘정부의 동의’가 있어야 그 증액이 확정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헌법 제57조는 ‘국회는 정부의 동의 없이 정부가 제출한 지출예산 각 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가 각각 2744억 원, 399억 원의 증액을 요구한 양육수당과 영유아 예방접종비 항목이 국회 예결위와 정부의 동의를 얻지 못해 정부 원안대로 확정된 것은 헌법상으로도, 예산 처리 절차로도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이다.

몇몇 재정부 관계자는 “일부 의원은 예산 심사를 할 때마다 ‘중앙정부는 돈 많은 부자이고, 지방자치단체는 가난하다. 그러니 무조건 국비로 지원하는 게 좋다’는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한다. ‘방학 중 결식아동 급식 지원’ 항목은 원래 지방에 이양된 사업인데 글로벌 금융위기 때문에 지난해와 올해 한시적으로 국비 542억 원, 203억 원을 각각 지원했다. 그러나 국회 보건복지위는 이 사업을 국비로 계속 지원하기를 요구했다.

재정부의 한 국장은 “금융위기가 극복되면서 결식아동 수가 감소했고, 지난해 국회 예산심의 때 예결위 의견으로 ‘2010년 국비 한시 지원’이라고 명시했다”고 말했다. 재정부는 국회의 의견을 그대로 따른 죄밖에 없다는 항변이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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