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연평도 포격 도발]軍 대응 ‘완전한 전술적 패배’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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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은 군사적 측면에서 사전 예측이 어려웠던 기습적 무력공격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지난해 11월 대청해전 이후 한국군이 북한의 해안포 사격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허점을 노출하고 북한군의 의도까지 오판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군의 전술적 패배라는 측면에서 복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①스스로 허점 노출

북한은 대청해전 패배 이후인 지난해 12월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남 서해5도 일대를 해상사격구역으로 선포한 뒤 올해 1월 27일부터 3일간 NLL 북쪽에 해안포 350여 발을 발사했다. NLL을 겨냥한 포격에서 북한은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포 5∼10문이 한꺼번에 같은 지점으로 발사하도록 했다. 이른바 ‘일제사격(TOT사격)’ 방식이었다. 이처럼 사거리를 조절해 훈련을 하면서 한국군의 대응태세를 떠보려는 의도가 있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군이 해안포 공격 징후를 사전에 탐지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군 당국은 해안포의 사격원점은 물론이고 탄착지점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채 하늘을 향해 벌컨포를 발사했다. 특히 정확한 발사 지점과 탄종, 포탄 수 파악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결과적으로 북한군은 한국군이 사격원점을 정밀 타격하기 어렵다는 정보를 얻은 셈이다.

북한은 한국군의 서해 해상기동훈련 마지막 날인 8월 9일에도 NLL을 향해 130여 발을 쐈고 이 중 10여 발이 NLL 이남에 떨어졌다. 당시 한국군은 백령도에 배치한 해안포 감시용 대포병 레이더가 고장 난 데다 포탄이 NLL을 넘었는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며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응사격도 제대로 하지 못해 교전규칙이 정립되지 않았다는 정보도 북한에 줬다.

②북한군 의도 오판

군 당국은 북한의 해안포 사격이 대청해전 등 해상교전에서 ‘함정 대 함정’ 전투로는 승리하기 어렵다는 점을 깨닫고 지상무기에 의한 함정 타격으로 전술을 바꾼 것이라고 이해했다. 특히 해안포와 장사정포, 지대함미사일로 NLL 일대를 집중 포격하면서 공기부양정으로 특수전 병력을 보내 백령도 등 서해 5도를 기습 점령하는 새로운 전술에 대비했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천안함 폭침사건 뒤 천안함이 침몰 직전 백령도에 근접했던 이유에 대해 “북한이 방사포, 지대함미사일 등으로 공격할 경우 섬을 활용해 피할 수 있도록 백령도 뒤쪽으로 기동하는 작전을 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결국 백령도와 연평도가 해안포 사거리에 있음에도 정작 영토 공격에 대비한 대응태세는 제대로 갖추지 못했던 것이다. 올해 1월 북한의 해안포 사격 때부터 백령도와 연평도에 K-9 자주포와 대포병 레이더 증강 배치를 검토했지만 실현되지 못했다.

③징후-첩보 관리도 문제

군 소식통은 “지난달 29일 전방 경계초소(GP) 총격 때 연평도 인근 북한의 해안포가 NLL 쪽 해상을 향하지 않고 연평도를 집중 겨냥했다”며 “이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전했다. 북한이 연평도 도발을 치밀하게 계획하고 훈련했음을 시사하는 얘기다.

그러나 북한의 도발 당시 군 당국이 보여준 대응조치로 볼 때 한국군은 이번 연평도 도발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군사 활동의 여러 징후와 첩보를 관리하는 데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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