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연평도 포격 도발]軍 오락가락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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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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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폭침사건 때 나타난 군 당국의 ‘오락가락 해명’이 이번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대응과정에서도 재연됐다. 숨 가쁜 교전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착오가 아닌, 책임 회피를 위한 ‘말 바꾸기’로 볼 수밖에 없는 행태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1] 北 사격지점 “무도가 최초”→“개머리가 먼저”→“두군데 동시”
→ 軍관계자 “솔직히 파악못했다”


민간인 겨눈 北의 포탄 25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 공개된 북한의 122mm 방사포 로켓탄 파편 2점. 이 파편은 한나라당 박상은 의원이 국방부의 승인을 얻어 자신의 지역구인 연평도에서 가지고 나온 것이다.박 의원은 이날 오후 파편을 국방부에 반환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민간인 겨눈 北의 포탄 25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 공개된 북한의 122mm 방사포 로켓탄 파편 2점. 이 파편은 한나라당 박상은 의원이 국방부의 승인을 얻어 자신의 지역구인 연평도에서 가지고 나온 것이다.박 의원은 이날 오후 파편을 국방부에 반환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군 당국은 북한군이 처음 포를 발사한 지역을 두고 오락가락했다. 포격 도발이 있은 직후인 23일 밤 합동참모본부의 해군 장성은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북한이 섬(무도)에서 먼저 쐈고, 나중에 육지(개머리)에서 쐈다”고 보고했다.

이 장성은 “(우리 군은) 최초 사격한 섬을 향해 대응 사격했고, 나중에 북한이 육지에서 사격해 다시 육지 쪽으로 대응사격을 했다”고 밝혔다.

하루가 지난 24일 합참 관계자들은 ‘개-무-개’라는 표현을 썼다. ‘개’머리에서 최초로 발사한 뒤 ‘무도’에서 쏘고 이후 ‘개’머리에서 다시 쐈다는 얘기다.

반면 국방부는 국회 국방위원회 보고에서 한국군의 대응사격은 ‘무도→개머리’ 순이었다고 보고했다. 북한은 최초 개머리에서 쐈는데, 한국군은 무도로 대응사격을 한 것이 된다.

합참의 설명은 25일 다시 바뀌었다. ‘엉뚱한 곳에 대응사격을 했다’는 언론보도가 나가자 합참은 1차 북한의 포격은 개머리와 무도 두 곳에서 함께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군 관계자는 “솔직히 어디서 포탄이 날아왔는지 포격 당시에는 파악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최초 사격 지점을 제대로 찾지 못한 것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2] 대포병 레이더 “1차 도발때 못잡고 2차땐 잡아”
→ 작동해도 포탄 잡는데 한계


군 당국은 적의 사격원점을 찾아내는 대포병 레이더의 성능에 한계에 있다는 사실을 사건 발생 이틀이 지나서야 공개했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24일 국회 국방위에서 ‘(북한의 포격 당시) 대포병 레이더로 (해안포 위치를) 잡지 못했느냐’는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의 질의에 “처음에는 잡지 못했고, 2차 사격 때는 잡았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그 이유에 대해선 설명하지 않았다.

합참은 25일 ‘레이더가 작동 안 한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확인하고 있다”고만 밝혔고, 몇 시간이 지난 뒤에야 “작동은 됐지만 포탄이 낮은 고도로 짧게 날아올 경우에는 잡아내는 데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3] K-9 자주포 “2문 폭격당해 4문으로 대응사격”
→ 하나 고장난 사실 나중에 밝혀


군 당국은 24일 “K-9 자주포 6문 가운데 2문이 직접적으로 피격됐다”고 밝혔다. 같은 날 김 장관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연평도에 K-9 자주포가 6문 있는데 2문이 고장 나 4문만으로 공격을 한 게 맞느냐’는 한나라당 구상찬 의원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25일 합참은 다른 얘기를 했다. 합참은 브리핑에서 “한국군은 K-9 자주포 4문이 아닌 3문으로 1차 대응사격을 했다”고 밝혔다.

6문 가운데 2문은 북한군의 포격에 레이더 표적지시기가 파괴돼 처음부터 사용하지 못했다고 한다.

또 다른 1문도 오전에 실시된 사격훈련 도중에 불발탄이 끼여 발사가 불가능한 상태였다는 것이다.

[4] 대응사격 타깃 “막사 등 주변시설 향해 조준”
→ “해안포 직접 겨냥” 말바꿔


합참은 24일 브리핑에서 “군이 K-9 자주포로 대응사격을 할 때 북한군 해안포를 표적으로 삼은 것이 아니고 해안포 중대 막사를 표적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북한 해안포는 통상 갱도 속에 있기 때문에 직접 타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진지를 무력화하기보다는 막사라든지 주변에 있는 다른 시설을 무력화해서 해안포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합참은 25일 “해안포가 동굴 밖으로 나올 때 가장 취약한데 해병들이 사격하는 (북한) 포병을 쏘려고 노력했다”며 “도발원점에 사격을 했다. 그렇게 적 포병을 파괴했다”고 정정했다. 해안포를 직접 겨냥했다는 얘기다. 또 개머리의 ‘가는골’에 있던 방사포에도 대응사격을 했다고 했다. 방사포에 대한 사격은 그동안 한 번도 언급되지 않은 얘기였다.
[5] 北 몇발 쐈나 도발 직후 브리핑서 “수십발”
→ 다음날 국회에 ‘170발’ 보고

북한의 포격 발수도 계속 바뀌었다. 합참은 23일 북한의 도발 직후 브리핑에서 “북한의 포격은 수십 발”이라고 밝혔다. 일부 방송이 ‘100여 발’로 보도하자 군 관계자는 “수십 발인데 왜 100여 발로 보도하느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24일 국회 국방위 업무보고에서 “북한이 23일 170여 발의 포격을 가했고 이 중 80여 발이 연평도에, 90여 발이 연평도 인근 해상에 떨어졌다”고 정정했다.
[6] 호국훈련 “백령도 일대 호국훈련 일환 사격”
→ 실제론 매달 실시하는 사격훈련


합참은 23일 북한이 이번 도발의 핑계로 삼은 ‘호국훈련’에 관해서도 오락가락했다. 합참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군이 오전 10시부터 서해 백령도 연평도 일대에서 호국훈련의 일환으로 포 사격을 했지만 항행통신으로 사격훈련을 미리 알렸다”며 “북한이 해안포를 사격한 것은 명백한 불법이며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김 장관은 24일 국회에서 “이번 (북한의) 공격은 호국훈련과는 무관하다”고 말을 바꿨다. 그는 “호국훈련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연평도 인근 훈련은) 호국훈련이 아니라 월례적으로 실시하는 사격훈련”이라고 말했다.

합참도 이날 브리핑에서 “일상적인 서북 도서부대 사격훈련이었다. 단지 호국훈련과 일정이 겹쳤다”고 해명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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