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음모론 ‘잠잠’…천안함 때와 다르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25일 10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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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 자폭설' 'TV시청 사고설' '속초함 오인공격설' 등 괴담과 음모론이 난무했던 천안함 사태 때와 달리 북한이 연평도를 포격한지 이틀이 지난 25일이 되도록 각종 소문의 근원지인 인터넷이 잠잠하다.

일부 네티즌이 '생일을 축하하는 축포를 쐈다' '전쟁나면 백화점 털러갈거다' 등 철없는 글을 올렸으나 이내 비난의 뭇매를 맞았다.

또 '남한이 일부러 북한을 공격한 것이다' '대포폰이니 민간인 사찰 증거인멸이 죄다 날아갔으니 청와대는 좋겠다' '강대국의 시나리오에 휘말리고 있다' 등의 음모론도 일부 제기됐으나 대부분 네티즌은 이를 일축했다.

이처럼 천안함 사태 때와 다른 양상으로 여론이 형성되는 까닭에 대해 전문가들은 수상함정의 침몰은 원인 파악이 쉽지 않아 괴담과 음모론을 꾸미기 좋은 소재이지만, 연평도 포격은 가해자가 명확해 어설픈 음모론이 발을 붙일 수 없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경찰대 표창원 교수는 "음모론은 대부분 타인의 이목과 관심을 끌어 쾌감을 느끼려는 동기에서 비롯된다"며 "이번은 적의 포격 때문임이 명백해 음모론을 제기해도 먹히지 않자 아마추어 음모론가들이 흥미를 잃어버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천안함 사태 때는 군이 현장을 통제해 침몰 경위와 원인에 관한 정보를 군의 발표에만 의지해야 했던 것과 달리 연평도에서 피난한 주민 수백 명이 당시 상황을 증언해 의심의 여지를 없앤 것도 유언비어가 발붙일 수 없게 만든 원인으로 꼽혔다.

천안함은 선체를 인양할 때까지 피해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없었던 반면, 연평도 주민이 제공한 사진과 영상은 처참한 피해상황을 생생하게 전달해 흥미 위주의 음모론에 비판적 여론을 형성케 했다.

또 여·야 정치권과 진보성향 시민단체까지 북한에 도발 중단을 촉구했을 뿐 아니라 북한 정부조차 남한의 호국훈련 핑계를 대면서도 자신들이 벌인 일임을 인정해 음모론은 처음부터 힘을 잃어버렸다.

여기에 천안함 사태 때 유언비어에 속병을 앓은 정부가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을 총동원해 각종 유언비어를 사전 차단하고 나선 것도 큰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검찰은 '예비군 징집' 문자메시지를 발송한 김모 씨(28)와 윤모 씨(26)를 검거했으며, 경찰은 친구에게 '전쟁이 났다'는 문자메시지를 돌린 중학생을 조사하는 등 강력한 수사의지를 보이고 있다.
표창원 교수는 "연평도 포격은 천안함 침몰과 사건의 특성이 달라 음모론이나 유언비어가 발붙이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그럼에도 흥미 위주의 음모론이 도는 일이 없도록 정부가 강력한 대응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터넷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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