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연평도 포격 도발]軍대응 적절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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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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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포 수 4 vs 100… 170발 맞고도 80발 이상 쏠 수 없었다

까맣게 그을리고…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로 폐허가 된 인천 옹진군 연평면 일대 민가에서 소방대원들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평도로 급파된 소방대원이 까맣게 그을린 잔해 속을 살펴보고 있다. 해병대사령부는 24일 부대시설 12곳과 민간인 건물 18개 동이 피해를 보았다고 밝혔다. 사진 제공 인천소방안전본부
까맣게 그을리고…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로 폐허가 된 인천 옹진군 연평면 일대 민가에서 소방대원들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평도로 급파된 소방대원이 까맣게 그을린 잔해 속을 살펴보고 있다. 해병대사령부는 24일 부대시설 12곳과 민간인 건물 18개 동이 피해를 보았다고 밝혔다. 사진 제공 인천소방안전본부
《 천안함 폭침사건 이후 이명박 대통령은 ‘적극적 억제(proactive deterrence) 원칙’을 천명했다. 방어 위주의 기존 전략에서 벗어나 과감한 응징 의지로 북한이 도발을 감행할 엄두조차 못 내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군 당국도 ‘도발에는 2, 3배 화력 대응’을 다짐했다. 그러나 이번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에 군의 대응이 지나치게 소극적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
■ 교전규칙 지켰나… 원칙 못지킨 교전수칙… MB “수정 검토하라”

북한군의 연평도 포격 도발로 군의 교전규칙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비례성’과 ‘충분성’ 원칙에 따른 교전규칙이 이번 대응 과정에서 제대로 지켜졌는지가 논란의 핵심이다. 비례성은 적의 도발 수위와 비슷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의미이며 충분성은 적의 도발을 억제할 만큼의 대응이 돼야 한다는 의미다.

군 당국이 24일 밝힌 남북한의 발사 포탄 수만 놓고 보면 비례성 원칙은 지켜지지 않았다. 북한은 170발을 쐈으나 한국군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80발만을 발사했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이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현재 교전규칙에는 적 사격 시 대등한 무기체계로 2배로 (대응)하도록 돼 있다”고 말한 비례성의 원칙을 지키지 못한 것이다.

북한군의 첫 포격에 맞서 한국군의 대응사격이 이뤄졌지만 북한군이 2차 포격을 한 것은 충분성 원칙도 지켜지지 못했다는 증거다. 적의 도발에 충분한 응징으로 추가 도발 의지를 꺾지 못한 것이다. 이에 대해 군 당국은 “북한군이 170발을 쐈지만 연평도 내륙에 떨어진 것이 80발이기 때문에 한국군의 대응사격 80발은 비례성을 갖춘 셈”이라고 군색한 해명을 내놓았다.

이날 국회 국방위에서 교전규칙의 개정을 요구하는 의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김 장관은 “앞으로 교전규칙을 수정 보완해 강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이날 국지도발 상황이 벌어질 경우 더 적극적인 대응이 가능한 방향으로 교전수칙을 수정할 필요가 있는지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 대응 신속했나… 軍 “13분만에 응사… 잘 훈련된 부대만 가능”

군이 북한군의 두 차례 포격에 맞서 각각 13분 만에 대응사격을 한 것도 논란이 됐다.

국방부에 따르면 북측의 첫 포격은 오후 2시 34분에 시작돼 12분 만인 2시 46분에 끝났다. 군의 대응사격이 시작된 것은 오후 2시 47분으로 북측의 사격이 시작된 지 13분, 사격이 멈춘 지 1분 만이다.

북측의 두 번째 포격은 오후 3시 12분 시작됐고 남측은 역시 13분 만인 3시 25분에 대응사격을 시작했다.

여야 의원들은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민주당 안규백 의원은 “우리 측 대응이 너무 늦어 피해가 커졌다”고 김태영 국방부 장관을 질책했다. 한나라당 김학송 위원은 “1차 포격은 그렇다 치고 2차 포격에 대한 대응은 왜 늦었느냐”고 따져 물었다.

김 장관은 “포탄이 떨어지는 순간에는 장병들이 모두 대피해야 하고 포신이 사격 훈련을 위해 남쪽을 향하고 있어 이를 돌리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며 “13분 만에 대응하는 것은 잘 훈련받은 부대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타크래프트(인터넷 게임)에서는 바로 쏠 수 있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쉽지 않다”고 해명했다.

■ 대포병레이더 먹통… 해안포 발사 위치파악 못하고 막사에 응사

김 장관은 국회 국방위에서 “(북한의 포격 당시) 대포병레이더로 (해안포 위치를) 잡지 못했느냐”는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의 질의에 “처음에는 잡지 못했고 2차 사격 때는 잡았다”고 답변했다. 한국군이 1차 대응사격 때는 북한의 해안포 발사 위치를 파악하지 못한 채 K-9 자주포에 사전 입력돼 있던 무도 쪽으로 자동사격을 했다는 것이다. 2차 대응사격에서야 타격지점인 개머리 해안포기지로 조준할 수 있었다.

연평도의 한국군 전력이 북한군의 포사격에 대비하기에는 매우 열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평도 해병부대가 보유한 K-9 자주포는 6문에 불과하다. 연평도 근처의 북한 해안포가 100문이 넘는 것을 고려한다면 중과부적이다. 그나마 K-9 자주포 2문은 이미 고장 났거나 장전하면서 망가져 4문으로 북한군의 해안포를 상대해야 했다. 군 당국은 뒤늦게 연평도에 K-9 자주포를 추가 배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K-9 자주포는 분당 최대 6발을 쏠 수 있다. 한 번에 포탄 48발을 장전할 수 있는데 포탄 48발을 다시 장전하는 데는 시간이 다소 걸린다. 군 관계자는 “적의 포탄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포탄을 갈아 끼우며 대응사격을 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을 수 있다”며 “대응사격 80발은 당시 상황에서 모든 화력을 쏟아낸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서해 5도 지역에 배치된 포가 모두 곡사화기인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군 관계자는 “북한 해안포는 해안 절벽지대에 만들어진 갱도에서 사격하기 때문에 우리가 운영하는 곡사화기로 직접 타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번 도발에도 군은 북한군의 해안포가 아니라 주변 막사나 다른 시설을 겨냥했다. 이에 따라 북한 해안포를 직접 무력화하기 위해서는 GPS가 장착된 유도무기를 배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 전투기는 떴는데… 타격 안해 北 2차포격 빌미

군 당국은 북한의 도발 직후 지상 공격무기를 장착한 전투기를 출격시켰음에도 해안포기지의 지휘부나 미사일기지를 정밀 타격하지 않아 북한이 포격을 계속하는 등 도발 억제에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군은 북한의 1차 포격이 시작된 지 4분 만인 23일 오후 2시 38분 공군 KF-16 전투기 2대를, 40분에 F-15K 전투기 4대, 46분에 KF-16 전투기 2대 등 총 8대를 출격시켰다. 이 중 F-15K 2대는 최대사거리 278km의 공대지미사일인 AGM-84H(SLAM-ER)를 장착하고 있었지만 북측의 해안포기지의 지휘부인 4군단이나 미사일기지, 레이더기지를 타격하지 않았다. 나머지 6대는 공대공 타격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군 관계자는 “F-15K 전투기가 북한 해안포와 미사일기지를 타격할 준비태세를 갖췄으나 북측이 추가 도발을 하지 않아 실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은 F-15K 전투기의 출격 시점이 한참 지난 오후 3시 29분까지 사격을 계속했다.

김 장관도 24일 국회 국방위에서 “전투기로 공격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김장수 의원은 “우리 군은 1차 K-9 자주포로 대응 사격한 후 2차 때도 K-9으로 대응사격을 했는데, 그게 아쉽다. 2차 때는 전투기 정밀포격으로 무자비한 보복을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김학송 의원도 “(북한 해안포진지인) 개머리나 무도에 F-15 전투기로 폭격을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장관은 “전투기로 공격했다면 북한 공군이 뜨거나 지대지(미사일) 공격으로 이어져 (상황이) 계속 에스컬레이션(고조)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북한군 피해 규모는… “30발 명중추정”… 파악 안돼

인천으로…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로 연평도를 떠나 24일 오후 인천해양경찰 선박을 이용해 인천에 도착한 주민들이 해경 부두에서 걸어 나오고 있다. 북한의 공격으로 정신적 충격을 받은 주민들의 표정이 어두워 보인다. 인천=전영한 기자scoopjyh@donga.com
인천으로…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로 연평도를 떠나 24일 오후 인천해양경찰 선박을 이용해 인천에 도착한 주민들이 해경 부두에서 걸어 나오고 있다. 북한의 공격으로 정신적 충격을 받은 주민들의 표정이 어두워 보인다. 인천=전영한 기자scoopjyh@donga.com
북한군의 포격 도발로 남한 군인 2명과 민간인 2명이 숨지고 군인 16명과 민간인 10명이 부상했다. 주택 22채와 유류시설 1곳이 불에 타고 통신기지국 3곳이 파괴됐다. 그러나 북측에 얼마나 피해를 보였는지는 파악조차 안 되고 있다. 김 장관은 “북한 지역에 구름이 끼어 피해 상황 등을 관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들은 “중대 막사 등이 집중사격으로 상당한 피해를 보았을 것”이라고 추정할 뿐이다.

이에 따라 북한군의 해안포보다 10배 이상 화력을 자랑하는 K-9 자주포가 이번 대응사격에서 얼마나 실력 발휘를 했는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군은 1차 대응사격에서 북측의 무도 해안포진지와 중대본부 일대에 50발을 쐈다. 2차 대응사격에선 개머리 해안포기지에 30발을 쐈다. 그러나 1차 사격 때는 목표지점을 정확하게 찾지 못해 다수의 포탄이 목표물을 제대로 맞히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2차 사격 때는 명중률이 다소 높아졌을 것으로 보인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동영상=폐허로 변해버린 연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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