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상봉 취재하던 南기자 주변 경치 촬영에 과민반응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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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군부대 왜 찍나” 카메라 막아

이산가족 2차 상봉 둘째 날인 4일 북측은 남측 기자들의 취재활동에 예민하게 반응해 곳곳에서 신경전이 벌어졌다.

이날 비공개로 열린 개별상봉을 앞두고 취재단이 북측 가족에게 클라리넷을 연주해줄 예정이던 남측 가족을 금강산호텔 앞에서 촬영하려고 하자 북측 관계자가 “개별상봉은 취재하지 않는다는 합의를 위반한 것”이라며 제지해 촬영이 무산됐다. 한 방송 카메라 기자는 북측 안내원의 안내를 받아 호텔 스카이라운지에서 주변 경치를 찍던 중 상급 기관 북측 관계자가 “군부대가 찍혔다”고 제지해 결국 촬영도 못하고 앞서 찍은 영상들도 삭제당하는 수모를 당했다.

이에 앞서 3일 환영 만찬에서 이산가족 상봉행사 북측 단장인 최성익 조선적십자회 부위원장은 “금강산이 북과 남의 흩어진 가족, 친척들의 뜻 깊은 상봉장으로, 민족적 단합과 화해의 상징으로 계속 빛을 뿌릴 수 있도록 모두가 힘써야 한다”며 금강산관광 재개를 주장했다.

최 단장은 “6·15공동선언의 정신에 따라 상봉을 계속하려는 우리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대결과 반목, 불신과 긴장 격화의 역사를 되풀이하면 여러분의 상봉도, 북남 관계 개선도, 조국 통일도 실현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북측은 지난달 남북 적십자회담에서도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조건으로 쌀 50만 t, 비료 30만 t 지원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요구했다.

이런 가운데서도 남측 상봉자 94명과 동반가족 43명은 4일 북측 가족 203명을 만나 혈육의 정을 나눴다.

6·25전쟁에 국군으로 참전했던 김대종 씨(77)는 북측 여동생 계화 씨(69)를 만나 “내가 쏜 총탄에 (인민군이었던) 형님이 맞지 않을까 늘 걱정했다”며 “이데올로기가 형제지간도 갈라놨다”고 말했다. 김 씨는 작은형 태종 씨가 전쟁 중에 한쪽 눈을 잃었으며 이후 인민군 중장(남한의 소장)까지 지내고 1992년 사망했다는 말을 전해 듣고 울음을 터뜨렸다.

북한에 사는 딸 한순희 씨(59)를 만난 아버지 한자옥 씨(83)는 개별상봉에서 과자를 가득 담은 가방을 통째로 선물했다. 1950년 헤어질 당시 아내의 배 속에 있던 순희 씨에게 평생 과자 한 번 사주지 못한 한을 풀기 위해서였다. 한 씨는 심장이 좋지 않아 상봉장에 나오지 못한 북측 아내 박정심 씨(79)의 사진을 어루만지다가 “딸을 만나 어느 정도 한이 풀렸지만 아내를 못 봐 아직 응어리가 남았다”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남측 상봉단은 5일 오전 1시간 동안 마지막 작별상봉을 한 뒤 귀환할 예정이다.금강산=공동취재단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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