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치 새 패러다임 ‘세대교체’]정치권 세대교체 바람 왜 거센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19일 03시 00분


코멘트

2030세대 정치적 힘 표출… 사이버 여론형성 선거판서 위력
비주류 정치인 ‘틈새 작전’… 선거후 권력공백때 입지 굳히기

새로운 인물-가치 필요성… 정권 후반기 전략과도 일치
“小계파간 영역싸움 일환” 포퓰리즘 흐를 가능성 경계

정치학자들은 ‘포스트 지방선거’ 정국에 불고 있는 세대교체 열풍을 젊은 유권자와 비주류 정치인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해석한다. 세대교체의 내용은 차치하더라도 형식에 있어서는 두 세력의 요구가 일치했다는 것이다.

윤성이 경희대 교수는 “세대교체론은 기존 정치에 대한 불만의 표출이다. 기존 정치가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정치권이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하는 건 20, 30대가 투표율 자체는 낮지만 선거 공간에서 정치적 여론을 이끌고 형성하는 측면에서는 50, 60대를 능가하는 힘을 보여준 점”이라고 설명했다. 흔히 정치적 무관심 세대로 표현됐던 젊은층이 트위터 등을 통해 선거판을 흔들 파워그룹으로 부상했고, 이들이 새로운 인물을 갈구한다는 것이다.

박찬욱 서울대 교수는 “세대 간의 가치관이나 정치적 견해차가 두드러진다. 유권자 사이에도 그런 차이가 있는 게 선거 결과로 나타났다”며 “젊은 층이 역동적이고 추진력 있는 미래형 정치 지도자를 원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선거에서 표출된 세대교체 요구가 물리적 연령에 따른 교체를 요구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청와대 정무라인의 한 참모는 “젊은 정치인을 원했다기보다는 미래비전이 있는 지도자를 원했다고 보고 있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연령과 경력으로 보면 ‘올드 보이’에 가깝지만 재선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젊은 나이가 세대교체의 필요조건일 수는 있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반면 박찬욱 교수는 “유권자들이 ‘연령 효과’를 원했다. 젊고 새로운 인물을 찾았다”고 분석했다.

선거를 통해 분출된 세대교체 요구가 기존 권력지형에서 빈 공간을 만들어줌에 따라 정권의 핵심에서 다소 멀어져 있던 정치세력이 이를 자신들의 입지 구축을 위한 기반으로 조성하기 위해 애쓰면서 세대교체론이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측면도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한나라당이 수도권에서 30대에서 완패했다. 민주당에 비해 득표율이 30∼40% 낮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40대에서의 한나라당 기반도 무너졌다고 보이는데 이 때문에 (당내 소장파는) 40대 후반, 50대 초반의 정치인이 지지율의 간극을 메울 수 있는 주체라고 내세우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의 향후 국정운영 전략과도 일정 부분 맞아떨어진다. 정권 재창출을 위한 차세대 주자군을 발굴해야 한다는 측면에서도 이 대통령이 세대교체론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여권 핵심부에서 나오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14일 라디오연설에서 ‘지금이 여당도 변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젊고 활력 있는 정당으로 변모할 수 있도록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한 건 새로운 인물과 새로운 가치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하지만 그는 “일각에서 말하는 4말5초(40대 후반, 50대 초반)에 방점을 두기보다는 혁신과 변화를 주문한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세대교체 열풍에 대한 경계론도 적지 않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한나라당 내 세대교체론은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둔 소계파 간 영역 다툼의 일환”이라고 진단했다. 정책과 가치의 차별성보다는 물갈이 자체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단적으로 말하면 ‘젊은층에 어필하려면 젊은 정치인을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이라며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특정 세대에 맞는 감성과 이미지를 이슈화하고 그것을 통해 표를 확보해 집권하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포퓰리즘”이라고 경계했다. 김 교수는 또 “과거에는 김영삼, 김대중 등 역량 있고 검증 받은 인물들이 직접 세대교체를 단행하며 지도자로 나섰지만 지금은 외부의 환경변화에 떠밀려 세대교체가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