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국포럼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 걸렸나

  • 입력 2009년 2월 14일 02시 58분


李대통령 대선캠프 출신들 최근 잦은 회동… 겉으론 웃고있지만 속으론 앙금 여전

“왜 모였는지…” 국정 현안 의견교환 거의 없어

李대통령-이재오 만난 정두언 역할 다시 주목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이란 말이 있다. 억울한 감정과 화를 제대로 발산하지 못해 생기는 병이란 의미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초기 대선 캠프였던 ‘안국포럼’ 출신들이 자주 모임을 갖자 한나라당 안팎에서는 “주류가 뭉치기 시작했다” “친이(친이명박)계가 갈등을 접고 대화합에 나서고 있다”며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모임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겉과 속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겉으로는 웃으며 결속을 과시하고 있지만 구성원들 마음속에는 미묘한 갈등과 앙금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놓고 여권의 한 핵심 인사는 “안국포럼 출신들이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을 앓고 있다”고 진단했다.

안국포럼 내부 구성원 간의 갈등은 사실 뿌리가 깊다.

이들은 대선캠프 시절부터 미묘한 경쟁관계에 있으면서 단합과 갈등을 반복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당내 대선후보 경선 시절 내부 불협화음이 자주 발생하자 ‘화합’을 수차례 강조할 정도였다.

이런 갈등은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이재오 전 의원과 정두언 의원 등이 이상득 의원의 불출마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것을 계기로 표면화했다. 정태근 김용태 의원 등은 공개적으로 정두언 의원을 지지했고, 일부는 반대했다. 이후 정두언 의원이 이 의원 사람인 박영준 총리실 국무차장을 ‘인사전횡’의 장본인으로 지목하면서 갈등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이런 과거의 앙금이 있는 탓에 최근 잇달아 안국포럼 모임이 열리고 있지만 ‘해빙 단계’는 아니라고 한다.

12일 저녁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한 음식점에 김백준 대통령총무비서관, 정두언 의원,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박영준 차장 등 10여 명이 모였다. 참석자들 면면만 보면 뭔가 중요한 정치적 행보를 할 것 같은 모임 같지만 오가는 대화 수준은 일반 친목모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참석자들은 대개 옆에 앉은 사람들과만 삼삼오오 나뉘어 얘기를 나눴고 국정 현안에 대해 의견을 통일하자거나 향후 정치적 행보를 어떻게 하자는 등의 얘기는 없었다는 것이다.

정두언 의원과 박영준 차장은 서로 멀리 떨어져 앉았기 때문에 별다른 대화를 하지 않았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인사동 회동에 앞서 10일경에는 서울시내 모처에서 정정길 대통령실장과 정두언 정태근 조해진 백성운 김영우 한나라당 의원이 만났다. 정 실장이 주재한 자리였다. 그러나 참석자들은 과거 대선 얘기 등으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한 의원은 당시 “왜 만났는지 모르겠다”고 말할 정도였다.

2일에는 곽승준 위원장, 신재민 차관,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제1차관, 박영준 차장, 조해진 권택기 김영우 강승규 의원이 만났고, 지난해 12월 19일에도 대선 승리 1주년을 맞아 안국포럼 출신을 중심으로 친이계들이 모였지만 그때도 분위기는 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의원은 “지금은 그저 만난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둘 뿐”이라며 “생산적인 토론이 이뤄지고 구체적인 역할 분담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필요한 것은 신뢰회복”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모임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이 대통령의 ‘복심(腹心)’이었다가 2선으로 물러나 있는 정두언 의원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상득 의원과 이재오 전 의원이 빠진 상황에서 안국포럼 출신의 구심점 역할을 정 의원이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근 정 의원이 이명박 대통령과 단 둘이 만나고 중국에 있는 이재오 전 의원을 만난 것에 정치권이 관심을 보이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이 전 의원의 복귀 시점과 향후 역할에 대해서도 내부 의견은 제각각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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