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갑 ‘盧정부 30개월 이상 수입반대’ 문건 과장 폭로 논란

  • 입력 2008년 7월 25일 02시 59분


《미국산 쇠고기 정국에서 소비자를 불안하게 만든 것은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는 광우병 위험에 노출됐으므로 수입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었다. 이런 불안감은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이 농림부 축산국이 지난해 9월 작성한 ‘미국산 쇠고기 대응방안 검토(안)’를 5월 공개하면서 굳어져 갔다. 농림부 스스로가 미국 쇠고기의 위험성을 이유로 ‘30개월 이상’ 수입 반대 의사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24일 외교통상부 농림수산식품부 등 정부 당국자들은 이른바 ‘강기갑 공개문건’이 참여정부의 정책판단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를 짚어봐야 한다고 밝혔다.

외교부 한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17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주재한 관계장관회의 결과가 최근 공개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참여정부의 내각은 “미국산 쇠고기를 나이 제한 없이 수입하자”고 결론 내렸기 때문이다.

한 전 국무총리와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현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말 청와대를 방문해 노무현 대통령에게 “회의 결과를 수용해 달라”고 건의했지만 노 전 대통령은 거절했다.

농식품부 한 관계자는 24일 “노 전 대통령이 정치적 판단을 내렸지만 국무총리와 4개 부처 책임자들은 ‘30개월 이상’ 수입에 모두 동의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강기갑 문건’을 “한미 협상테이블에 꺼낼 ‘깐깐한 전략’을 정리한 문서”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상길 축산정책단장 등 당국자들은 5월 쇠고기 청문회에서 이같이 설명했지만 주목받지 못했다.

‘강기갑 문건’이 작성되는 과정에 조언을 한 민간 전문가들 역시 대체로 광우병 위험성을 강조해 온 학자들이란 지적도 있다. 농민운동가 출신인 박홍수 전 민주당 사무총장은 강기갑 문건이 폭로된 이튿날인 5월 6일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협상전략 마련 과정에서) 일부 논란이 많은 그런 학자들의 이론을 예로 들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강기갑 문건에는 “한국인은 변종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vCJD) 감수성이 높다는 유전적 특성을 고려해…”라는 대목이 나온다. 그러나 이런 주장을 폈던 전문가는 이후 수차례 인터뷰를 통해 “한국인에게 M-M형 유전자가 많다는 것만으로는 인간광우병에 더 잘 걸린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깐깐하게 협상을 해야 한다는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한 ‘강기갑 문건’은 30개월 이상 수입반대 및 특정위험물질(SRM) 완전 제거라는 협상 방향을 담고 있다.

농식품부 당국자는 24일 “지난해 9월에는 농림부가 강력한 견해를 냈지만 한미관계 전반을 고려해 11월 총리 주재 회의를 앞두고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권고안을 따르기로 했다”고 말했다. 당시 회의에는 직업관료 출신인 임상규 농림부 장관이 참석했다.

당시 한덕수 총리가 주재한 회의의 결론은 4월 18일 이명박 정부가 타결시킨 협상 결과보다는 강도 높은 기준을 제시한 것은 사실이다.

참여정부는 완전개방 시점을 소 사료에 닭고기 내장 등을 쓰지 않는 ‘강화된 사료조치’를 실제로 ‘이행’하는 때로 제한했다. 외교부는 미국이 국내법 정비, 축산업자의 사료제작 방식 개선 등에 필요한 시간을 1년 안팎으로 보고 2009년 상반기를 이행 시기로 보고 있다.

반면 이명박 정부는 수입 재개 시점을 ‘강화된 사료조치의 실제 이행’이 아닌 ‘이행 약속발표’ 시점으로 삼았다. 약 1년 정도를 앞당겨 준 셈이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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