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시론/김흥규]<3>‘네트워크 외교’로 실리 챙겨라

  • 입력 2007년 12월 24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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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선거 과정에서 외교 분야는 주요 쟁점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명박 당선자의 외교정책과 관련한 비전은 아쉽게도 모호한 형태로 남아 있다. 이 당선자가 주전공인 경제 분야와는 달리 외교 분야에는 취약할지 모른다는 일각의 지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당선자가 던지는 외교정책의 화두는 ‘창조적 재건을 바탕으로 한 실용주의 외교’로 요약할 수 있다. 새 정부의 외교정책은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길을 열어 가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국제협력 통해 북핵 풀어야

노무현 정권이 대외관계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민족 자주 정당함 등 명분과 가치를 중시하는 외교를 강조해 미국과 갈등을 야기하면서까지 남북관계를 추구하고 일본과 마찰을 감내했다면 새로운 정권은 좀 더 실리를 중시하는 실용주의 외교를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명박 당선자의 실용주의 외교 노선이 시험대에 오를 주요한 현안은 북한 핵 문제, 미국과의 동맹 강화와 한미일 협조체제의 복원, 중국과의 관계이다.

북핵 문제에 대해 현재 알려진 구상은 북한이 핵을 폐기하고 문호를 개방하는 것을 전제로 10년 내에 북한의 국민소득을 3000달러 수준으로 끌어올려 주겠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북핵 폐기 과정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새 정부는 북핵 폐기 단계에서 정부가 견지할 대북 정책 및 북핵 외교 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단순화된 경제적 유인책을 넘어서야 한다. 또 이념과 체제의 차이에 입각한 적대감으로 쉽사리 무력 사용의 위협이나 제재로 문제를 풀어 나가고자 하는 유혹에서 벗어나 국제 협력을 바탕으로 정교한 해법을 추구해야 한다.

이명박 정권에서 한미 간의 신뢰 증진과 동맹 강화는 가장 주요한 외교 현안일 것이다. 북한의 핵 보유는 한미동맹의 필요성을 더욱 강화해 준다. 한미동맹이 한국의 안보를 실제적으로 보장해 주는 기제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 후쿠다 야스오 정권과의 협력을 통한 한일관계 개선도 예상된다. 21세기 들어 실종된 대북정책에 대한 한미일 간의 협력을 복원하려 노력할 것이며 그 전망은 밝다.

새로운 외교정책에서 가장 모호한 분야로 남는 대상이 중국과의 관계이다. 새 정권이 지향하는 실용주의 외교가 한미일 협력 강화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고 중국과는 정경분리 원칙에 입각해 경제적 실리추구만을 목적으로 한다면 상당한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다.

中외면은 국익에 도움 안돼

중국과는 이미 정경분리의 차원을 넘어 군사 부문의 협력단계까지 들어간 전면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수립했고 경제적으로 가장 중요한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중국과 기존에 수립한 협력의 단계를 퇴보시키는 정책은 국익에 유익하지 않다. 미국과의 동맹 및 한미일 협력 강화가 중국과 적대적인 상황이 되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새 정부의 실용주의 외교는 과거 19세기나 20세기의 세력 균형 추구나 동맹외교의 차원을 넘어서 네트워크를 강화해 실리를 추구하면서도 국제사회의 평화에 기여하는 21세기형 외교여야 한다. 이는 이념에 입각한 이분법적 사고를 넘어서야 하고 한국의 외교가 영합적인(zero-sum)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하는 정교한 정책을 필요로 한다.

외교 부문에 있어서는 국익을 위해 필요하다면 현 정부의 정책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토가 아닌 ‘선별적 수용’의 자세가 필요하다. 실용주의 외교란 유연하면서도 포괄적인 전략적 사유를 필요로 한다. 그 점이 바로 새 정부가 기존 정부와 다른 ‘창조적 재건’에 부합하는 차별성을 보여 준다.

김흥규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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