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작전권 이양 늦춰주며 방위비분담 추가 요구할 듯

  • 입력 2007년 2월 25일 20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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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動機)는 달랐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노무현 대통령과 도널드 럼즈펠드(전 국방장관)의 지향점이 맞아 떨어졌다"(커트 캠벨 전략국제문제연구소 부소장)

한미 양국의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합의를 미국 주요 언론들은 거의 다루지 않았다.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럼즈펠드의 '유산'(遺産)이지만 게이츠(현 국방장관)로서도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는 사안이므로 당연히 예상됐던 합의"라는 모범답안을 많이 내놓았다.

전작권 환수시기를 미국이 한국 정부가 원했던 최대치 이상으로 동의해준데 대해 한 외교소식통은 "별로 손해 볼 게 없는 시기 문제에서 '호의'(favor)를 베풀면 향후 방위비 분담, 미군기지 이전과 같은 현실적 이슈에서 기대할 게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펜타곤(미 국방부)이 2005년 말부터 한국의 작전권 환수 요구에 적극적으로 맞장구 치고 나선 이유는 럼즈펠드 장관의 핵심 어젠다인 해외주둔미군재배치계획(GPR)과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따른 것이었다. 미군을 신속·경량화해 전력 운용을 더욱 유동성 있게 해야 하고, 한국 내 반미감정도 감안할 수밖에 없던 차에 먼저 한국정부가 요구하자 덥석 받아준 것이다.

물론 당시 백악관과 군사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유사시 전력 운용의 효율성이 떨어질 것이며, 북핵 위기가 고조되는 지금은 적기가 아니다"는 반대 의견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럼즈펠드 국방부는 "만약 미국이 전작권 환수에 미적거리는 것처럼 비쳐지면 미군 장갑차 사건처럼 반미감정을 부추기는 악재가 될 수 있다"는 논리를 펴며 반대를 눌렀다. 또한 "주한미군 억지력의 근간을 압도적인 공군력 위주로 가져가야 하고 미군기지도 대규모 이전이 불가피한 시점"이라며 "대규모 지상군의 동시작전을 전제로 짜여진 기존 구조는 어차피 허물어야 한다"는 논리도 폈다.

미 국방부는 주한미군을 2008년까지 2만5000명 수준으로 감군하는 것 이외에 '예측 가능한 미래'에 급격한 조정은 없다고 누누이 천명해 왔다. 하지만 '미국은 중동상황 등으로 인해 전쟁계획의 대규모 재검토가 불가피하다'(래리 닉쉬 의회조사국 연구원)는 점에서 한미연합사 해체가 미국의 한반도 억지력을 공군력 위주로 재편하는 주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펜타곤은 한반도 유사시 증원군 파견에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50만 이상의 대규모 지상군 병력을 본토에서 보내는 그런 종류의 증원군 파견 계획은 한미연합사 체제가 사라지는 것을 계기로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워싱턴=이기홍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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