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전략적' 경선 연기 대세 되나

  • 입력 2007년 1월 8일 14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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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는 경선 시기가 당초보다 다소 늦춰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대선 6개월전까지 후보를 선출하도록 한 현행 당헌·당규를 고집하기 보다는 여당의 후보 선출 상황을 봐가며 대선후보를 결정해야 한다는 '경선 연기론'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경선 연기론'에 부정적이던 박근혜 대표 측도 이제 그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박 전 대표의 측근인 유승민 의원은 8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사견임을 전제로 "여당은 최대한 자기들 후보에 대한 검증기간을 짧게 하려고 할 거고 후보를 뽑아놓고도 다른 후보를 내서 판을 뒤집으려고 할 수도 있다"면서 "선거라는 것은 상대가 있는데 우리 혼자 독불장군처럼 (후보를 먼저 뽑고) 할 필요가 있느냐"며 경선시기 연기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박 전 대표 측은 "캠프 내에서 공식 논의된 바 없다"고 공식적으로는 부인했지만, 박 전 대표의 핵심 측근인 유 의원의 이날 발언은 단순한 사견이 아닌 기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이에 따라 경선 연기론을 둘러싼 당내 논의는 급물살을 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박 전 대표를 제외한 다른 대선주자들은 전략적 경선 연기론에 찬성하고 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여당 후보의 선출시기를 봐서 보름이나 열흘 전후로 한나라당 후보선출 시기를 맞춰 여권에서 술수를 쓸 여지를 없애자"라는 입장이다. 후보군조차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 여당의 후보 결정은 한나라당보다 늦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사실상 연기 주장인 셈이다.

이와 관련해 이 전 시장의 측근인 정두언 의원은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작년에 경선 연기 주장이 나올 때 (박 전 대표 측은) 절대 안 된다고 그랬었다. 유리할 때 그렇게 얘기를 했는데, 이제 입장이 바뀐 것 같다"고 비판하고 "경선 방식이 결정이 되면 실무적으로 (시기 결정이) 시간이 걸리는 부분이 있다. 방식을 결정한 다음에 시기를 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도 최근 라디오에 출연, "6월 중순 이전에 후보를 뽑아놓고 우리는 두 손 묶인 상황에서 꼼짝 못 하고 있다면, 본선에서 어떻게 이기겠다고 생각하는지"라며 연기 필요성을 시사했다.

원희룡 의원도 이달초 한 라디오 방송에서 "대선이란 상대가 있는 게임이다. 한나라당 경선 시기는 열린우리당 경선 후인 9월이 좋지 않겠는가"라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경선 방식과 관련해서도 오픈 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를 놓고 이 전 시장 측과 박 전 대표 간 입장차가 팽팽한 가운데 유 의원이 이날 "당원, 대의원, 일반국민, 여론조사의 2:3:3:2 비율은 수정이 어렵겠지만, 현행 4만 명 규모의 선거인단을 늘리는 것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 선거인단 변경 여부도 주목된다.

이 전 시장과 손 전 지사, 원 의원은 국민의 뜻을 많이 반영하는 것이 좋다며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에 찬성하는 반면 박 전 대표는 현행 당헌을 준수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유 의원이 오픈 프라이머리는 아니더라도 선거인단 확대를 주장한 만큼 앞으로 선거인단 규모를 늘려 민심(民心)이 충분히 경선에 반영되도록 하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황우여 사무총장은 "대선주자들이 합의할 수 있다면 당도 구태여 기존 규정만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음 달까지 구성될 경선준비위에서 이런 사항들을 다 포함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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