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굶주린 인민에게 구호품 팔아먹는 ‘인민공화국’

  • 입력 2006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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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004년 용천 폭발사고 때 한국과 국제사회가 지원한 구호물품 가운데 70∼80%를 고통에 시달리던 용천 주민에게 전달하지 않고 팔아먹었다고 한다. 인민을 배부르게 먹이고 등 따습게 해 줄 능력이 없을 뿐 아니라 인민의 굶주림을 악용해 자기네 배를 채우는 독재자 집단이다. 그러고도 ‘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을 사칭하니 가증스럽다.

구호물자를 공공연하게 거래하는 행태는 관영기업 직원들의 개인적 비리로 볼 수 없다. 그 돈은 최고 권력층이나 군(軍)으로 흘러 들어갔을 것이다. 하기야 1990년대 수백만 주민이 굶어 죽는 가운데서도 민생을 보살피기는커녕 핵개발에 몰두해 온 정권, 견디다 못해 탈북하려던 주민을 공개 총살까지 해 온 집단이다. 그러고도 극소수 지배그룹은 호의호식(好衣好食)의 극치를 보여 주니 무슨 말라비틀어진 ‘인민공화국’이란 말인가.

북한 정권이 구호물자를 보내 주는 국제기구의 모니터링을 한사코 거부하는 이유가 분명해졌다. 구호물자를 빼돌려 팔아먹는 데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이들은 2004년에 구호활동을 펴는 비정부기구(NGO) 사람들을 내쫓았고, 작년에는 세계식량계획(WFP) 등 국제기구의 구호요원까지 사실상 추방했다. 겉으로는 국제기구의 원조를 개발계획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핑계를 댔지만, 실제로는 전용(轉用)을 감시하는 모니터링을 회피하기 위해서다.

국제기구 직원들은 모니터링에 소홀한 한국의 ‘퍼 주기’가 북한의 버릇을 나쁘게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북한으로선 한국이 실제 용처를 따지지 않고 비료 식량 시멘트를 주는 판에 사후관리가 까다로운 국제기구의 지원이 달가웠을 리 없다. 주민들의 밥이 돼야 할 쌀이 군량미로 둔갑하고, 시멘트가 핵실험을 위한 인프라에 쓰여도 우리 정부는 속수무책이다. 실제로 정부가 2000년 이후 해마다 40만∼50만 t씩 보낸 쌀을 북한 군인들이 운반하는 모습을 찍은 동영상이 공개된 적도 있다.

이런 판에 “대북 지원금품이 핵개발 등 군수(軍需)에 전용됐다는 증거는 없다”며 북한의 빼돌리기를 대변해 주는 것이 노무현 정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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